"대신 자수해줘"…경찰, 김호중 통화 녹취 확보했다
by김민정 기자
2024.05.29 06:05:47
협조한다더니..아이폰 3대 중 일부 ''비밀번호''만 제공
범인도피교사 혐의 변경 검토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트로트 가수 김호중(33) 씨가 음주 뺑소니 혐의 등으로 구속된 가운데, 경찰이 김씨 매니저의 휴대전화에서 사고 직후 김씨와 나눈 통화 녹취를 확보했다.
지난 28일 TV조선 ‘뉴스9’ 측은 “경찰이 김씨 대신 허위로 자수했던 매니저의 핸드폰에서 뺑소니 교통사고 직후 김씨와 (매니저가) 나눈 통화 녹취를 확보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김씨 매니저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분석하는 과정에서 통화 녹취를 찾아냈다. 이는 매니저 휴대전화에 자동녹음 기능이 있어 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녹취에는 김씨가 매니저에게 술을 마시고 사고를 냈다며 대신 자수를 해달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경찰은 이 녹취를 근거로 김씨에 대한 혐의를 기존보다 형량이 무거운 범인도피교사로 변경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경찰이 김씨의 혐의 입증을 위해 또 하나 집중하는 것은 바로 김씨가 함구하고 있는 휴대전화 비밀번호다.
김씨는 앞서 구속되기 전 경찰 휴대전화 임의제출 요구를 거부하다 아이폰 3대가 압수되자 “사생활이 담겨있다‘는 이유로 비밀번호를 경찰에 알려주지 않았고, 수사 비협조 논란이 일자 다시 변호인을 통해 비밀번호를 제공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이폰은 보안 수준이 높아서 비밀번호 잠금을 해제하지 못하면 사실상 포렌식이 어렵다.
하지만 김씨는 28일 진행된 경찰 조사에서 압수된 아이폰 3대의 비밀번호 중 일부만 제공하는 등 여전히 휴대폰 잠금을 해제하는 것에 비협조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날 조사에서 사고 발생 당시 김씨의 음주량과 사건 은폐에 김씨가 얼마나 관여했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물었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비난 속에도 구속 전날까지 공연을 강행했는데 이는 소속사가 김씨 공연 등으로 벌어들일 수익을 미리 받아둔 것으로 보이는 선수금 때문이라는 의혹이 나왔다.
김씨의 소속사 생각엔터테인먼트는 2022년 약 94억 원이던 현금성 자산이 1년 만에 16억 원대로 떨어졌다. 누군가에게 빌려준 돈이 30억 원, 한 회사에 투자한 돈도 60억 원에 달했다. 2023년에는 공연 등 수익을 미리 받아둔 것으로 보이는 선수금만 약 125억이었다. 김씨 소속사는 결국 27일 사실상 폐업 수순임을 밝혔다.
김씨는 지난 9일 밤 11시40분께 서울 강남구의 한 도로에서 벤틀리 차량을 운전하다, 반대편 도로의 택시를 충돌하는 사고를 낸 뒤 달아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 사고 후 미조치 등)를 받고 있다.
사고 당시 김씨 매니저는 김씨와 옷을 바꿔 입은 뒤 경찰에 “내가 운전했다”며 허위 자수했다. 또 소속사 관계자들은 사고 차량의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제거하기도 했다.
당초 김씨는 음주운전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경찰 수사망이 좁혀오자 지난 19일 음주운전 사실을 자백했다. 경찰은 소속사 관계자들이 조직적으로 사건을 은폐하려고 한 것으로 보고, 김씨 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법원은 김씨에게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보고 24일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김씨와 술자리 동석자 등을 상대로 김씨의 당일 음주량을 특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