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분리 수순 효성, 오너일가 지배력 강화 속도
by김성진 기자
2024.02.27 06:06:00
7월 1일 인적분할 실시, 각자 경영 체제 돌입
조현준 회장·조현상 부회장 지분거래 예상
맞교환·블록딜 가능성…자사주 처리도 관심
[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지주사 인적분할 결정으로 사실상 계열분리 수순에 들어간 효성그룹의 다음 핵심과제는 오너일가 지배력 확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조현준 회장(21.94%)과 조현상 부회장(21.42%) 두 명이 지주사 ㈜효성에 대한 확실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계열분리까지 고려한다면 각자 이끄는 지주사의 지배력을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인적분할 후 양측은 지분 맞교환 혹은 매각 등을 통해 지분정리 작업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 효성그룹 조현준 회장(왼쪽)과 조현상 부회장.(사진=효성그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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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업계에 따르면 효성그룹은 오는 7월 1일 ㈜효성과 신설법인인 ㈜효성신설지주의 2개 지주회사 체제로 재편된다. ㈜효성신설지주의 분할비율은 순자산 장부가액 기준 ㈜효성 0.82 대 ㈜ 효성신설지주 0.18이다. 존속지주에는 효성중공업, 효성화학, 효성티앤씨, 효성ITX 등의 사업회사가 남고 신설지주엔 효성첨단소재를 비롯해 효성토요타, 비나물류법인 등 6개사가 포함된다.
인적분할의 가장 특징은 기존 주주가 신설법인에 대해 존속법인과 동일한 지배력을 행사한다는 데 있다. 존속법인이 신설법인의 지분 100%를 보유하는 수직적 구조가 물적분할이라면, 인적분할은 기존 주주가 존속 법인과 신설 법인 지분을 동일하게 보유하는 수평적 구조로 분할된다. ㈜효성을 예로 들면 21.94%의 지분을 쥔 조 회장이 ㈜효성신설지주의 지분율도 21.94%를 자동으로 갖게 된다. 조 부회장도 마찬가지로 ㈜효성과 ㈜효성신설지주 양 회사에 21.42%의 지분을 보유한다.
결국 계열분리를 위해서는 양측은 상호 보유한 지분을 정리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각자 지주사에 대한 지배력 향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방법은 지분 맞교환이다. 조 회장은 ㈜효성신설지주 지분(21.94%)을 조 부회장에게 내주는 대신, 조 부회장이 보유한 ㈜효성 지분(21.42%)을 가져오는 식이다. 다만 두 회사의 분할비율이 장부가 기준 0.82대 0.18로 큰 차이가 나기 때문에 교환보다는 장내 매각 혹은 개인 간 블록딜 가능성도 거론된다.
실제로 최근 LG와 LX의 계열분리 후 구광모 회장과 구본준 회장은 이 같은 방법으로 서로 지분을 정리했다. ㈜LG 지분 7.72%를 보유하고 있던 구본준 회장은 이 중 4.18%를 외부 투자자에게 매각하고, 이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구광모 회장 등이 보유하고 있던 LX홀딩스 지분 32.32%를 약 3000억원에 매수했다. 덕분에 기존 7.72% 수준의 구본준 회장의 LX그룹 지배력은 단숨에 40%로 껑충 뛰었다. 효성그룹 오너일가가 어떤 방법으로 지분 관계를 해소할지는 ㈜효성신설지주 재상장 후 시장가치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계열분리를 위해서는 자사주로 엮이는 지분관계도 정리해야 한다. 인적분할의 또 다른 특징은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만큼 존속법인과 신설법인 간 지분관계가 생긴다는 것이다. ㈜효성은 지난해 상반기 말 기준 5.83%(116만1621주)의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는데, 인적분할 후 ㈜효성은 이 자사주만큼 ㈜효성신설지주에 대한 지배력을 갖게 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분리 요건 중 하나로 상호 기업에 대한 지분율을 3% 미만으로 규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효성이 사전에 자사주를 일부 소각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지난 2021년 LG도 LX와 계열분리를 앞두고 일부 자사주(0.05%)를 소각한 바 있다.
효성그룹 관계자는 “자사주 처리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 없으며 다양한 방안에 대해 검토하는 단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