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의 늪’ 리볼빙 10명 중 4명은 저신용자

by최정훈 기자
2024.01.25 06:30:50

카드사 결제성 리볼빙 최고금리 적용 비중 40% ‘육박’
40% 넘는 카드사 5곳 달해…경기침체·물가상승 장기화 여파
리볼빙 잔액 7.4조원…“저신용자 많이 이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
카드사 위험성 알림 부족 지적도…금융당국 개선책도 지지부진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신용카드 리볼빙(일부 결제금액 이월약정) 이용자 10명 중 4명은 최고 금리인 18~20%를 적용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계속된 경기침체와 물가 상승으로 인해 저신용자들이 고금리 리볼빙의 늪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카드사가 이용자에게 리볼빙의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24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8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비씨)의 결제성 리볼빙 서비스 이용자 중 가장 높은 금리 구간인 18~20%의 금리를 적용받는 고객의 비중이 40%를 넘는 카드사가 5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8개 카드사의 최고 금리 적용받는 고객 비중의 평균도 39.88%에 달했다. 리볼빙 이용자 10명 중 4명은 저신용자로 고금리의 늪에 빠진 것이다.

리볼빙은 카드사에 내야 할 돈의 일부를 다음 달에 갚을 수 있도록 한 일종의 고금리 대출 서비스다. 결제성 리볼빙을 이용하면 카드 결제로 발생한 할부금 중 일부 금액의 납부를 미룰 수 있다. 주로 당장 자금 유동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저신용 취약 차주들이 높은 이자율을 감내하면서 이용한다.

카드사별로 보면 하나카드가 결제성 리볼빙의 고금리 쏠림 비중이 가장 높았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18~20% 금리로 하나카드 결제성 리볼빙을 이용한 고객은 전체의 48.57%에 달했다. 전체 결제성 리볼빙 고객의 절반가량이 최고 금리를 적용받고 있는 셈이다.

KB국민카드도 결제성 리볼빙 고객 중 44.10%가 최고 금리를 적용받고 있었고 △신한카드(43.95%) △롯데카드(43.77%) △우리카드(41.05%) 순으로 비중이 높았다. 반면 삼성카드(029780)는 24.57%로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았고, 비씨카드(33.71%), 현대카드(37.20%) 순이었다.



저신용자가 고금리 결제성 리볼빙의 늪에 빠지는 이유는 경기침체와 물가 상승의 영향이 가장 크다. 생활자금으로 쓰이는 카드 결제액은 물가가 오르면 늘 수밖에 없어, 저신용자의 리볼빙 이용 비중도 커지기 때문이다. 특히 카드론과 달리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도 벗어나 다중채무자 이용자가 많다.

이에 리볼빙 잔액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8개 전업 카드사의 결제성 리볼액 이월 잔액은 7조4377억원으로 집계됐다.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전월(7조5115억원)보다 소폭 줄어들긴 했다. 그러나 이는 연말 성과급 등으로 고신용자가 카드 결제액을 털어낸 효과라 리볼빙 고금리 늪에 빠진 저신용자와는 연관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달 말 기준 8개 카드사의 리볼빙 평균 금리는 연 15.66~18.13%로 전달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리볼빙 자체가 저신용자가 많이 활용할 수밖에 없는 서비스”라며 “단기 대출성 서비스인 만큼 최고금리를 적용받는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카드사가 의도적으로 리볼빙 유도를 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고금리의 위험성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소비자를 리볼빙 서비스에 가입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카드사 모바일 앱에는 여전히 리볼빙에 대한 눈에 띄는 경고문 등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에 금융감독원이 카드사의 리볼빙 서비스 광고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과 업계가 모여 리볼빙 개선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리볼빙에 가입하기 전에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는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