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춤한 수소차 시장…정의선 ‘후대 위한 투자’ 결연에 부활할까

by공지유 기자
2024.01.12 06:30:00

지난해 국내 수소차 등록 3만4258대
1년 전에 비해 4635대 증가에 그쳐
“전기차에 치이고 인프라 확충 부진 탓”
현대차 내년 넥쏘 후속 모델 출시
‘후대를 위한 투자’ 수소 생태계 구축

[이데일리 공지유 기자] ‘사실상 성장세가 멈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국내 수소차 시장이 다시금 부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간 수소차 시장은 급성장하는 전기차에 치이고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인프라 확충도 더뎌 성장에 제약이 따랐었다. 이런 상황에서 수소차 시장을 주도하는 현대자동차그룹이 미래 역점사업으로 수소 생태계 구축을 천명하고 ‘후대를 위한 투자’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대중화에 속도를 낼지 관심이 쏠린다.

(사진=연합뉴스)
12일 수소경제 종합정보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에 등록된 누적 기준 수소차는 총 3만4258대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도(2만9623대)보다 4635대 증가에 그친 수준으로 전년도 증가량(1만219대)과 비교하면 성장세가 반 토막 난 상태다. 국내 수소차 등록대 수(누적 기준)는 2020년 1만906대에서 2021년 1만9404대, 2022년 2만9623대 등으로 한해 1만대 안팎으로 증가세를 보이다 지난해부터 성장폭이 대폭 꺾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수소차 시장 성장세가 더딘 것은 충전소 등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한데 기인한다. 지난해 11월 기준 전국 수소충전소는 274기에 불과하다. 단순 계산하면 수소차 125대 당 충전소가 1대뿐인 것이다. 이 같은 진입 장벽 탓에 완성차 업계에서도 쉽게 수소차 시장으로 뛰어들지 못했다. 현재 국내 승용 수소전기차는 2018년 처음 출시된 현대차의 넥쏘 뿐이다.
전기차와 함께 차세대 친환경차로 꼽히는 수소차 성장이 힘을 받지 못하는 건 생산·저장·운송 과정에서의 효율성이 다른 친환경 연료에 비해 떨어지는 데 있다. 현재 수소차에 쓰이는 수소 대부분은 철강·석유화학 등 공정에서 발생한 부생 수소인데, 부생수소는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시킨다.

전기로 물을 분해하는 수전해 기술 등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그린수소’ 생산 필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생산 단가를 획기적으로 낮출 만한 기술력이 부족해 경제성이 떨어진다. 단위 부피당 에너지 밀도가 낮아 저장·운송을 위한 압축 또는 변환 기술력도 필요하다.
(사진=현대차)
이처럼 수소차 사업이 전기차 등에 밀려 있던 상황에서 현대차가 최근 수소에 대한 투자 필요성을 다시 한 번 화두로 꺼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 참관한 뒤 “수소는 후대를 위해 준비해 놓는 것이 맞다”며 수소를 핵심 키워드로 제시했다.

현대차는 이번 CES에서 수소의 생산·저장 및 운송·활용 등 모든 단계에서 기술개발을 통해 수소 사회로의 전환을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먼저 생산 단계에서는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폐플라스틱이나 음식물 등 유기성 폐기물을 수소로 바꾸는 자원순환형 솔루션을 개발하고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저장·운송 단계에서는 암모니아 형태로 액화수소보다 더 큰 규모의 수소를 저장해 운송하겠다는 방침이다.

얼어붙은 수소차 시장에서도 선두주자 입지를 굳히겠다는 복안이다. 현대차는 넥쏘의 후속 모델을 내년까지 출시한다는 방침이다. 승용차뿐 아니라 수소전기동차, 수소전기기관차, 수소전기고속열차 등 라인업 확장을 통해 고객과 소통할 계획이다.

다만 ‘후대를 위한 것’이라는 표현과 같이 수소 생태계로의 본격적 전환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대차가 내년 넥쏘 후속 모델을 출시하며 수소차 시장 정면 돌파 의지를 보였지만 관련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에서 승용차 시장 수요 회복이 더딜 수 있다. 정부 역시 수소 승용차 보급 목표를 지난해 1만6000대에서 올해 6800대로 절반 이상 줄였다. 반면 수소버스 보급 목표는 같은 기간 700대에서 1720대로 약 2.5배 늘리는 등 상용차 중심 지원을 늘리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당장 수소 승용차의 활성화를 기대하기보다는 수소의 생산·이동·저장에 이르기까지 기술개발 등 산적한 과제를 해결해 ‘수소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수소차 시장은 승용 모델보다는 트럭이나 버스 등 상용 모델에 초점을 맞춰 지원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