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늘려 독박육아 막겠다는 정부…진짜 문제는
by최정훈 기자
2023.10.07 09:00:00
육아휴직 1년 6개월로 확대 추진…남편도 3개월 써야
영아기 때 부모같이 육아휴직 쓰면 급여 대폭 늘어
육아휴직 못 쓰면 근로시간 단축제도 활용도 가능
독박육아 사라질까…진짜 문제는 드문 처벌과 낮은 급여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내년부터 육아휴직을 1년에서 1년 6개월로 늘리고, 영아기 때 육아휴직을 활용하면 급여 수준을 높이는 등 정부가 맞벌이 부부를 위한 육아 지원 제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제도들은 독박육아를 벗어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배우자도 육아휴직 반드시 써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붙었다.
그러나 이 같은 제도 개편이 배우자의 육아휴직 활용을 높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 서울 강남구 세텍(SETEC)에서 열린 2023 코베 베이비페어&유아교육전을 찾은 관람객들이 다양한 육아용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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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부가 내년부터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대표적인 육아지원 방안으로는 육아휴직 확대가 있다. 육아휴직 제도는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 2학년 이하 자녀 양육을 위해 근로자가 신청하면 최대 1년간 휴직을 부여하는 제도다. 휴직 기간동안 육아휴직급여를 통상임금의 80%를 받을 수 있는데, 상한액은 150만원이고 하한액은 70만원이다.
정부와 여당은 내년부터 육아휴직 기간을 1년에서 1년 6개월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6개월 더 휴직을 쓰려면 부모 모두 육아휴직을 최소 3개월을 써야 한다는 조건이 필요하다. 이는 부부 중 한 사람만 육아휴직을 사용하면서 남은 한 명이 육아 부담을 모두 떠안아야 하는 ‘독박육아’를 하는 상황을 막으려는 조치다.
만일 자녀가 생후 18개월 이내에 부모가 모두 육아휴직을 쓴다면, 얻을 수 있는 혜택도 대폭 늘어난다. 내년부터 ‘6+6 부모육아휴직제’가 시행되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해부터 도입된 ‘3+3 부모육아휴직제’가 확대 개편된 제도다.
육아휴직 기간 중에서도 집중적인 돌봄이 필요한 자녀의 영아기에 부모의 공동 육아휴직 사용을 촉진하기 위해 마련됐다. 3+3 부모육아휴직제는 자녀가 생후 12개월 이내일 때 부모가 동시나 순차로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첫 3개월에 대해 부모 각각의 육아휴직급여를 통상임금의 100%로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 6+6 부모육아휴직제도 급여 예시(자료=고용노동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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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는 사용 가능 자녀 연령이 생후 12개월 이내에서 ‘생후 18개월 이내’로 늘어난다. 특례 적용 기간도 첫 3개월에서 ‘첫 6개월’로 확대된다. 또 기존 3개월뿐 아니라 나머지 3개월에 대해서도 육아휴직급여가 통상임금의 100%로 상향되고, 상한액 역시 월 최대 200만~300만원에서 월 최대 200만~450만원으로 단계적으로 인상된다.
200만원(1개월)→250만원(2개월)→300만원(3개월)→350만원(4개월)→400만원(5개월)→450만원(6개월)으로, 부모가 모두 6개월간 육아휴직을 사용한다면 부부 합산 최대 39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만일 육아휴직을 활용할 수 없다면,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활용할 수도 있다. 내년부터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도 확대도 추진되기 때문이다. 이 제도는 만 8세 또는 초등 2학년 이하 자녀 양육을 위해 근로자가 근로시간 단축 신청하면 1년간 주 15시간~35시간까지만 근무할 수 있는 제도다.
국회에서 정부가 제출한 법안이 통과되면, 근로시간 단축을 신청할 수 있는 자녀 나이가 12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6학년 이하’인 경우로 확대된다. 이는 현재 대부분의 육아지원제도가 초등학교 2학년(8세)까지만 가능해 그 이후 돌봄이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제도가 없어 여성의 경력단절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됐다.
특히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한 기간은 두 배로 가산된다. 만일 육아휴직 1년 중 6개월밖에 쓰지 못했다면, 근로시간 단축기간은 기존 1년에 1년(6개월x2)이 추가로 부여된다. 또 통상임금 100%를 보장하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급여도 현행 주당 최초 5시간에서 주당 최초 10시간으로 늘어난다.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내년부터 육아지원 제도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 남성의 육아휴직 활용이 늘어나 독박육아가 해소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고용부에 따르면 지난해 남성 육아휴직급여 수급자는 3만7885명으로, 전체 수급자(13만1087명)의 28.9%였다. 육아휴직자 중 남성 비율이 빠르게 늘고 있는 것은 맞다. 2016년 8.5%에 불과했던 남성 비율이 지난해에는 28.9%까지 올라갔다. 지난해 전체 육아휴직자도 2016년(8만9771명)에 비해 46% 늘었고, 남성 휴직자는 같은 기간 5배나 증가했다.
그러나 아직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한참 부족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덴마크,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포르투갈, 스웨덴은 육아휴직자의 45% 이상이 남성이었다. 룩셈부르크의 경우 이 비율이 53%로 여성을 추월했다. 이외에 미국, 에스토니아, 벨기에, 핀란드, 아일랜드, 독일이 우리나라보다 육아휴직자 중 남성 비율이 높았다.
우리나라의 육아휴직 성적표는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육아휴직 제도는 OECD 국가 중 높은 수준이라는 평가다. 법으로 보장된 아빠 육아휴직 기간(1년)은 OECD 회원국 중 가장 길고, 유급휴직 기간도 전 세계에서 가장 길다.
문제의 핵심은 제도를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지다. 특히 현행법상 사업주 제재 규정 실효성이 낮은 것이 핵심으로 꼽힌다. 현행법상 육아휴직을 이유로 해고 또는 불리한 처우를 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처벌 사례가 적다. 이에 현장에서는 불이익을 우려해 제도 활용을 자발적으로 포기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육아휴직급여의 소득대체율을 높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발간된 국회입법조사처의 ‘육아휴직 소득대체율의 효과’ 보고서는 현 육아휴직급여(통상임금의 80%, 상한 150만 원·하한 70만 원)의 소득대체율을 상향해 저소득층의 급여 감소 타격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