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W페스타]동갑내기 부부CEO "출산·육아, 부부만의 문제 아냐"
by하지나 기자
2021.10.13 07:38:00
황희승 잡플래닛 대표·이혜민 핀다 대표
26일 제10회 이데일리 W페스타 패널 참여
"부부CEO 장점은 공감…서로의 도전 지지"
|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황희승 잡플래닛 대표·이혜민 핀다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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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길을 걷다 ‘임대’라고 적힌 푯말이 보이면 그냥 지나치는 일이 없다. 여기서 무슨 장사를 하면 좋을지 의견을 나눈다. 기사를 보다가 좋은 사업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서로에게 공유한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도 잘 알려진 동갑내기 부부 CEO인 황희승 잡플래닛 대표와 이혜민 핀다 대표의 이야기이다.
황희승·이혜민 부부는 오는 26일 서울 강남구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서 ‘리부트 유어 스토리(Reboot Your Story)-다시 쓰는 우리 이야기’를 주제로 열리는 제10회 이데일리 W페스타 참여를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부부 CEO의 가장 큰 장점으로 ‘공감’을 꼽았다. 이들 부부는 W페스타에서 맞벌이 부부 CEO의 일상을 공유하고 일과 가정의 양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아무리 가까운 친구라도, 피를 나눈 가족이라도 회사에서 겪는 고민을 털어놓는 건 쉽지 않은 일일 터다. 이 대표는 “서로 다른 회사를 하고 있지만 IT 스타트업이라는 배경이 비슷하고, 서로의 위치에 대한 이해도도 높다“면서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큰 도움을 얻기도 한다. 각자의 경험을 공유하면서 공동의 자산이 되는 것이다. 황 대표는 “예를 들어 PR을 하거나 인사평가 및 보상제도를 바꾸려고 하면 아내가 ‘우리는 이런 식으로 바꿨고 어떤 결과를 초래했다. 이를 위해서 어떤 사람을 만나면 좋을 것 같다’라는 식의 조언을 해 준다”면서 “믿을 수 있는 사람으로부터 지속적으로 피드백을 얻는 셈”이라고 말했다.
CEO 부부의 출산·육아 “중요한 건 균형”황희승·이혜민 부부는 올해 아이가 태어나면서 더 바빠졌다. 다행히 아직 갈등은 없다. 아이와 가까이 있는 사람이 아이를 돌보는 것이 암묵적 규칙이다. 아이 이야기를 꺼내자 황 대표는 “아이가 ‘아빠’를 먼저 말했다”면서 자랑하는 등 반가운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직접 임신·출산·육아를 겪어보니 일과 가정의 균형점 찾기의 중요성을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느끼고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회사 직원 평균 연령대가 30대 중반이고, 기혼율도 인턴을 제외하면 70~80%가 된다”면서 “어린이집을 합쳐서 만들어 볼까라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아직 공개하지 않았지만 회사 6주년 기념으로 가정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복지 정책을 만들었다”고 귀띔했다.
황 대표는 “회사 내 패밀리데이라고 마지막주 금요일은 오후 3시까지만 근무를 한다”면서 “특히 내부적으로도 육아 이슈가 있다면 재택 근무 등이 자유로운 편”이라고 전했다.
남녀 역할 분담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이 대표 역시 아이를 낳기까지 두려움이 컸다. 그는 “결혼한 이후 집이 어지럽혀져 있으면 괜히 내 마음이 불편했다. 무의식적으로 내가 여자니까 집안일은 내 몫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면서 “출산 후 3개월 정도는 회사에 나올 수 없었는데 그 때도 내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긴 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는 “스스로도 고정관념을 깨트려야 했다”면서 “다행히 시부모님과 합가해서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육아는 결코 부부만의 문제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연쇄창업의 비결은..“서로의 도전을 응원”두 사람의 회사 모두 올해 큰 변곡점을 맞이했다. 대출 비교 플랫폼인 핀다의 경우 대중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매스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TV광고는 이미 입소문을 타고 있다. 이 대표는 “처음에는 매니페스토 형태의 웅장한 느낌으로 고민했다가 서비스 사용자 대다수가 일반인이라는 점에서 공감을 얻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우리의 서비스를 잘 설명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형 드라마타이즈 광고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대부분 마이데이터 사업을 통해 종합금융을 지향한다면 핀다는 대출만 집중하려고 한다”면서 “합치기, 쪼개기, 갈아타기 등 기존 대출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이자비용을 줄일 수 있다. 마이너스통장, 신용대출, 주택담보대출 등 분산돼 있는 대출이 마이데이터로 통합되면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잡플래닛은 올해 내실 다지기에 집중할 계획이다. 황 대표는 “기업 평판 서비스를 제공하다보니 우리 회사부터 건강해야 한다”면서 “회사가 성장하면서 어떻게 하면 조직 문화가 무너지지 않으면서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을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궁극적인 목표는 사람들에게 천직을 찾아주는 것이다. 현재 잡플래닛은 650만개의 기업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 10인 이상 기업은 95%, 100인 이상 기업은 거의 100%를 갖고 있다.
황 대표는 “기업 정보는 이미 대부분 확보하고 있는 상황에서 개인의 가치관을 어떻게 객관화된 지표로 전화시켜서 적당한 기업과 매칭시켜줄 수 있을지에 관심이 많다”며 “군대식 문화를 가진 기업이더라도 남중, 남고, 해병대를 나온 사람에게는 잘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황희승·이혜민 부부는 자신들을 ‘연쇄창업가’라고 칭한다. 황 대표는 미국 에모리 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하다가 중퇴하고 스타트업에 뛰어들었다. 지난 12년간 4번의 창업을 통해 상장과 매각을 경험했다. 이 대표 역시 연애시절 황 대표를 보면서 창업에 도전했고 글로시박스, 베베앤코, 눔코리아의 대표를 거쳤다.
이들 부부가 끊임없이 도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황 대표는 “뭔가 도전했을 때 서로에게 눈치를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대표도 “우리는 기본적으로 도전을 장려하는 분위기”라고 맞장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