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박기주 기자
2021.06.05 09:13:53
드러나는 이용구 폭행사건의 전모…곳곳서 경찰의 허위보고
성추행 신고에도 회유하려던 군 간부들…결국 女부사관 극단 선택
‘클럽 폭행‘ 래퍼 씨잼, 항소심서 ’집행유예→벌금형‘
이데일리 사건팀은 한 주 동안 발생한 주요 사건들을 소개하고 기사에 다 담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독자 여러분에게 전해 드리는 ‘사사건건’ 코너를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한 공군 여성 부사관이 선임의 성추행 이후 안타까운 선택을 했습니다. 피해자는 성추행 피해를 입은 뒤 즉각 이를 보고했지만 윗선에서는 처벌보다는 회유하는 데에 힘쓴 정황이 알려졌습니다. 결국 피해자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삶을 마감했는데요. 가해자와 책임자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컸습니다. 이번주 키워드는 △공군 성추행 사건 △이용구 사건 조만간 마무리 △래퍼 씨잼 항소심서 감형 등입니다.
공군에서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상사에게 성추행을 당한 여성 부사관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건데요. 부적절한 사후 조치에 대한 지적과 함께 엄중한 수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앞서 지난 3월 초 충남 서산에 있는 공군 모 부대 소속 A 중사는 선임인 B 중사로부터 차량 뒷자리에서 강제추행을 당했습니다. 당시 코로나19 상황으로 음주·회식 금지령이 내려져 있었지만, A 중사는 ‘반드시 참석하라’는 B 중사 압박에 못 이겨 다른 부대원들과 함께 저녁 자리에 갔고, 돌아오는 차량 안에서 추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죠.
A 중사는 피해 다음 날 유선으로 피해 사실을 신고했고, 이틀 뒤 두 달여간 청원휴가를 갔습니다. 또 자발적으로 부대 전출 요청도 한 것으로 파악됐죠.
유족 측은 신고 직후 즉각적인 조사 대신 부대 상관들의 조직적 회유가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직속상관이 상부 보고 대신 저녁을 먹자며 회유했고, 같은 군인인 A 중사의 남자친구에게까지 연락해 설득해달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A 중사는 지난달 18일 부대를 옮겼지만, 나흘 만인 22일 오전 부대 관사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정치권을 비롯해 각계각층에서는 B 중사와 지휘부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도 “절망스러웠을 피해자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며 “피해 신고 이후 부대 내 처리, 상급자와 동료들의 2차 가해, 피해호소 묵살, 사망 이후 조치 미흡 등에 대해 엄중한 수사와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죠.
문 대통령은 “이 문제를 단순히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에서만 보지 말고, 최고 상급자까지 보고와 조치 과정을 포함한 지휘라인 문제도 살펴보고, 엄중하게 처리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이후 공군은 성추행 피해 사실을 상부에 보고하지 않고 회유하려 한 A중사의 직속상관 2명을 보직해임했습니다. B 중사는 구속 수감됐습니다. 이어 이성용 공군참모총장이 이를 책임지고 사의를 표명했고, 문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택시기사 폭행사건’ 관련해 경찰의 입장이 계속해서 번복되고 있습니다. ‘블랙박스 영상 은폐’, ‘윗선 보고’ 등 당시 제기됐던 의혹 중 일부가 사실로 드러난 건데요.
이 전 차관은 변호사 신분이던 지난해 11월 6일, 술에 취해 택시를 탔다가 서울 서초구 자택 앞에 도착해 자신을 깨우는 택시기사 A씨의 멱살을 잡아 경찰에 신고된 바 있죠. 그해 12월 2일 법무부 장관으로 내정되기 약 4주 전 시점이었습니다.
경찰은 A씨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다는 이유로 이 사건을 ‘공소권 없음’으로 내사종결 처리했습니다. 그러나 택시기사를 폭행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을 적용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면서 경찰이 이 전 차관의 신분을 알고 사건을 무마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죠.
이에 대해 당시 경찰은 현장에서 내사종결할 수 있을 정도로 단순한 사건이었기 때문에 이를 무마했다는 의혹은 사실 무근이라는 취지의 입장을 내세웠다.
하지만 허위보고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먼저 이 차관의 폭력 행위를 알 수 있는 블랙박스 영상이 없다고 했었지만, 담당 수사관이 ‘블랙박스 영상을 못 본 것으로 하겠다’고 택시기사에게 말한 정황이 확인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 전 차관은 택시기사에게 합의금 명목으로 1000만원을 건넨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여기에 김창룡 경찰청장이 나서 ‘서울청과 본청에 보고되지 않았다’고 설명을 했었지만 서초서 직원이 이 차관이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후보로 거론된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상급기관인 서울청에 전파한 사실이 진상조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결국 거짓말을 한 셈이 됐죠.
진상조사를 맡고 있는 서울청은 조만간 이 전 차관 사건과 관련해 수사를 마치고 이를 검찰에 넘길 방침입니다. 남은 조사 과정에서 이 전 차관뿐만 아니라 이를 무마하려던 경찰에 대한 엄중한 판단이 있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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