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록의 미식로드] 가마솥에 '지글지글' 추억이 익어간다
by강경록 기자
2020.03.27 05:01:00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극한직업’ 속 등장한 대사 중 일부다. 관객들의 침샘을 자극하기 바빴던 명불허전 신스틸러, ‘수원왕갈비통닭’. 주인공보다 더 화제가 된 이 통닭을 맛보기 위해 수원통닭골목은 불야성을 이룬다. 하지만, 이 통닭골목의 역사와 명성은 그저 영화의 나비효과로 치부하기엔 가볍지 않다.
수원 팔달문과 종로 사이, 100m 남짓한 거리에 수원통닭골목이 있다. 1971년 이곳에 최초로 문을 연 매향통닭은 닭을 통째로 튀기는 옛날 방식의 닭요리를 선보이며 인기를 끌었다. 이후 1978년 용성통닭, 1981년 진미통닭이 서로 마주 보며 장사를 시작하면서 통닭골목의 기틀을 다졌다.
당시 수원과 맞닿은 화성에 도계장이 생기면서 통닭을 보급할 수 있었다. 환경 규제가 없던 때라 닭을 잡은 뒤 털과 내장을 인근 수원천에 그냥 버릴 수 있다는 지리적 여건이 작용했다. 한때는 30곳이 넘는 통닭집이 있었을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외환위기로 인해 문을 많이 닫고 지금은 10여 곳이 운영 중이다.
이곳 가게들의 특징은 각자 오랜 경험과 시행착오를 거쳐 자신만의 통닭 레시피를 개발했다는 점이다. 48년의 역사를 가진 통닭집부터 오랜 세월 수원통닭의 자부심으로 불리는 통닭집, 기발한 신메뉴로 젊은이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통닭집 등 선택의 폭이 다양한 곳이 바로 수원통닭골목이다. 매향통닭처럼 옛날식 통닭 한 가지만 내놓는 곳도 있고, 다양한 입맛의 고객을 잡기 위해 프라이드치킨이나 양념치킨까지 제공하는 곳도 있다. 2대째 이어오는 전통집은 매향·남수·장안·용성통닭 4곳이다.
통닭과 함께 무 초절임은 어디든 기본으로 나온다. 다른 서비스 메뉴를 곁들여 주는 곳도 있다. 용성통닭에선 닭발 튀김, 장안통닭은 무한 리필 통마늘튀김, 남수통닭은 김치와 메추리알, 멸치볶음을 함께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