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영의 車한잔]'보그체' 능가하는 자동차 용어..이유는
by임현영 기자
2019.01.26 05:00:00
각종 전문용어 범람하는 자동차 분야
"3만개 이상 부품·전문용어 많을 수 밖에"
"기술 용어, 번역 곤란..자칫 뜻 바뀌기도"
소수 마니아 겨냥한 마케팅..문턱 낮춰야
[이데일리 임현영 기자] 지난주 자동차 회사가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가져온 문장입니다. 이는 한국어로 봐야 할까요. 한글로 된 문장이지만, 따지고 보면 영어단어가 많습니다. 전자는 수입차 회사, 후자는 국산차 회사가 낸 자료입니다. 다시 말해 업계의 공통적인 특징이라는 겁니다. 패션계의 지나친 외래어를 일컫는 ‘보그체’가 연상됩니다.
자동차는 초심자에게 진입장벽이 높은 편입니다. 어려운 업계 용어 탓이 큽니다. 위 문장을 해석하기 어려운 이유는 이른바 ‘전문용어’가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영어에 자신 있다고 해도 정확한 이해가 어려울 공산이 큽니다. 사전적 의미와 기술적 의미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오버행’(overhang)은 ‘돌출된 부분’을 뜻하는데, 자동차 업계에선 바퀴의 중심부터 차의 끝 부분을 의미합니다. 암호문 같은 용어의 벽을 넘지 못하면 자동차 관련 정보를 얻기도 쉽지 않습니다.
물론 자동차 업계도 할 말이 있습니다. 차는 3만개 이상의 부품으로 이뤄졌습니다. 각각 부품의 이름이 있고, 관련 부품을 묶어 부르는 명칭도 있습니다. 결정적으로 자동차 산업의 출발점은 미국입니다. 대다수의 용어가 영어며, 후발주자인 한국은 직역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입니다. 여기에 일본식 영어도 혼재되어 또 다른 혼란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를 만나 불친절한 보도자료에 대해 불평(?)을 제기하자 “우리도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수긍하면서도 “기술용어라 직역이 상당히 어렵다. 쉽사리 바꾸었다가 도리어 뜻이 바뀔 수도 있다”고 양해를 부탁했습니다.
수입차 회사의 경우 완고한 본사 정책을 언급하기도 합니다. 관련해 “본사 보도자료를 직역해 배포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조금이라도 의역하면 뜻이 달라질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최대한 직역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입니다.
사실 가장 많이 들은 답변은 “처음이라 그렇다. 하다 보면 익숙해진다”는 위로 아닌 위로였습니다. 애초에 초보자가 아닌 자동차에 관심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배포한 자료라는 겁니다. ‘니가 모르는 것이고 아는 사람은 다 아니 얼른 공부해서 따라오라’는 조언이었습니다.
물론 자동차는 유독 마니아가 많은 분야입니다. 하지만 애초에 소수 마니아 그룹을 겨냥한 마케팅은 다소 폐쇄적인 접근으로 보입니다. 오히려 방향을 전환해 문턱을 낮추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은 아닐까요.
국내외적인 자동차 수요가 둔화 되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접근은 잠재적인 소비자의 접근을 애초에 차단하는 자충수로 해석됩니다. 소비자 눈높이에서 자동차 정보를 쉽게 전달하는 노력이 좀 더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