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권이 죽었다고?…'알리페이 결제 세계 1위' 부활하는 명동
by이성웅 기자
2018.10.25 06:00:00
명동, 中 국경절 연휴기간 알리페이 1인당 평균 결제액 전세계 1위
중국은 물론 일본·동남아 관광객도 전년 대비 상승세
"100% 회복 아냐…외국인 물론 내국인까지 모을 수 있는 노력 필요"
[이데일리 이성웅 기자]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로 장기 침체에 빠졌던 서울 명동상권이 저력을 보이고 있다. 방한 중국인 관광객 수가 회복세로 돌아섬과 동시에 일본과 동남아시아 관광객들의 방한도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예전 수준까지 완전히 회복하기 위해선 중국 관광객들뿐만 아니라 내국인 방문객 증가와 상인 지원책도 필요하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24일 중국 최대 간편결제 서비스 알리페이에 따르면 올해 중국 국경절 연휴기간(10월 1~7일) 전 세계 주요 상권 중 가장 많은 결제가 이뤄진 곳은 서울 중구 명동이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알리페이는 중국 내 점유율이 54%에 달한다. 2위 위챗페이의 점유율은 38%다.
국경절 연휴 기간 동안 중국인 관광객은 명동에서 1인당 평균 3396위안(약 56만원)을 알리페이로 결제했다. 같은 기간 중국인 관광객이 전 세계적으로 1인당 평균 1979위안(약 32만원)을 지불한 것을 고려하면 명동에서 약 1.7배 이상을 사용한 셈이다.
해외 주요 상권과 비교하면 명동이 홍콩 몽콕(2위), 일본 오사카 도톤보리(3위) 등을 결제액과 결제건수 모두 앞섰다.
이에 힘입어 한국 내 전체 알리페이 결제액 규모도 전년 동기 대비 90% 증가했다. 국가별 결제액 순위로는 지난해 같은 기간 5위에서 4위로 올라섰다. 1위는 홍콩, 2위 태국, 3위는 일본이었다.
모처럼 주요 소비층이었던 중국인 관광객이 늘고, 씀씀이까지 커지자 명동 상권도 점차 전성기의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8월 방한 중국인 관광객수는 47만814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9% 증가했다. 같은 기간 방한 일본인 관광객은 38.9%, 동남아권 관광객(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말레이사아, 필리핀) 역시 평균 17.9% 증가했다.
| 22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중심가가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사진=이성웅 기자) |
|
특히, 지난 20일엔 중국 ‘한야화장품’ 임직원 820명이 포상휴가로 한국에 단체관광을 왔다. 이들은 23일 명동을 방문해 면세점과 화장품 매장 등에서 쇼핑을 즐겼다. 면세업계와 화장품업계 등에서는 이번 방문을 지난해 3월 중국 정부의 ‘한한령(恨韓令·한류금지령)’ 이후 자취를 감췄던 중국인 단체 관광객(遊客·유커)이 돌아올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명동 일대 상인들 역시 상권이 되살아나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다.
황동하 서울명동관광특구협의회 회장은 “과거 명동 호황기를 100%라고 친다면, 사드 갈등 해빙 분위기 이후 현재는 약 80%까지 회복됐다고 본다”며 “눈으로 봐도 관광객 방문이 많이 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완전 회복까진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명동 일대는 화장품이 주요 상품인데 반해, 최근 늘고 있는 동남아시아권 관광객들은 중국인 관광객들에 비해 화장품보단 의류를 많이 구매하기 때문이다.
상권분석 전문가인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서울 곳곳에 골목상권이 확장되는 반면, 명동 상권은 높은 임대료와 온라인 시장의 약진으로 위협받고 있다”며 “상권이 되살아나도 기존의 최대 90% 수준으로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황 회장은 “한중 갈등이 해빙 분위기라고는 하지만, 예전만큼 중국 단체 관광이 활성화되진 않은 상태다”며 “100% 회복을 위해선 취급 품목을 다변화하고, 외국인 관광객뿐만 아니라, 내국인 방문객도 끌어 모을 수 있는 문화·먹을거리 상품 개발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5층짜리 건물을 예로 고층부는 공실인 경우가 있는데, 이런 곳에 청년들이 창업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준다면 상권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