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직원 호칭 애매할때…'아줌마' 대신 '종업원님' 어때요
by김보경 기자
2018.07.09 06:30:00
[호칭이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아저씨·아가씨'보다는 '저기요·여기요'가 거부감 없어
관공서·서비스업 종사자 절반 '아줌마·아저씨' 불쾌
"성별·나이 등 떠나 객관적·직무적 호칭 불러야"
[이데일리 김보경 기자] “저기요, 주문 받아주세요” “이모, 여기 반찬 좀 더 주세요” “사장님, 계산이요”
한국 사회에서 식당 종업원 만큼 다양한 호칭으로 불리는 사람이 있을까. “저기요”, “여기요”가 흔히 쓰이지만 이모, 삼촌, 어머니, 언니 등 어느 순간 식당 종업원이 가족으로 둔갑하기도 한다. 아가씨, 아줌마, 아저씨, 사장님도 흔히 등장한다. 식당 직원과 손님과의 관계를 특정해 지칭할 수 있는 호칭이 마땅찮은 탓이다. 국립국어원의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어떻게 불러야 할지’를 정리해 봤다.
식당에서 뿐만이 아니다. 명절날 고향집에서 만난 친인척일 경우에는 촌수를, 회사일로 만난 경우에는 직함을 모르면 뭐라고 불러야 할지 고민에 빠진다.
지난해 국립국어원이 실시한 ‘사회적 소통을 위한 언어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도에 거주하는 10~60대 40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호칭어·지칭어 사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37.1%가 낯선 사람에 대한 호칭의 어려움을 곤란함을 겪었고, 언어 예절로 인한 문제를 경험한 응답자가 10명 중 4명( 38%)였다. 67.6%가 ‘어떤 말을 써야 하는지 몰라서’라고 답했다.
또 전체 응답자의 79.6%가 ‘언어 예절 교육 및 홍보가 필요하다’고 응답했으며 이중 절반 이상(55.2%)이 호칭어·지칭어 교육 및 홍보에 대한 필요성을 언급했다.
국립국어원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낯선 사람을 부를 때에는 ‘저기요’라는 말을 가장 많이(62.5%) 썼고, ‘아저씨·아줌마’는 33.5%, ‘여기요’는 16.9%로 조사됐다.
대민 업무를 주로 하는 관공서와 식당과 같은 서비스·판매직 종사자를 대상으로 손님의 호칭에 대한 불쾌감을 묻는 질문에는 ‘아저씨·아주머니(아줌마)’ 등으로 부르는 경우 절반 가까이(46.6%)이 ‘불쾌하다’고 응답했다. ‘아가씨·총각’으로 부르는 경우 역시 불쾌하다는 응답이 35.4%였다 반면 ‘여기요·저기요’라고 부르는 경우는 33.9%로 가장 낮았다.
호칭하기 애매한 경우 자주 쓰이는 ‘여기요·저기요’가 오히려 성별이나 나이 등을 나타내지 않아 객관적으로 느껴저 거부감이 없는 호칭으로 자리잡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목할 것은 ‘아저씨·아줌마’ 호칭에 대해서도 남성과 여성이 느끼는 불쾌감 정도는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남성의 경우 불쾌하다는 응답이 37.8%인 반면 여성은 58.4%나 됐다. ‘아가씨·총각’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사실 아가씨의 어원은 ‘아기씨’로 귀족 등 높은 집안의 귀한 여식에게만 쓰이던 높임말이다. 아줌마(아주머니)도 부모와 같은 항렬의 여성을 부르는 친숙한 호칭이다. 하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아줌마, 아가씨라는 호칭이 여성에 대한 비하와 차별이 담겨 있다고 느낀다.
전문가들은 어원과 관계없이 ‘여성’을 상징하는 모든 호칭이 여성의 현실적인 위치와 맞물려 차별적으로 느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돌보미 아줌마’나 ‘복지관 아줌마’로 불리는 아이돌보미를 ‘돌보미 선생님’으로 호칭하도록 교육하고 홍보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립국어원 관계자는 “여성을 지칭하는 단어란 이유만으로 호칭이 사용되는 과정에서 차별을 받고 아랫 사람 취급을 받는경향이 큰 탓에 거부감이 생긴 것”이라며 “호칭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인식 개선이 호칭 문제의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낯선 사람에 대한 호칭은 성별을 떠나 남녀 모두에게 통용될 수 있는 객관적, 직무적 호칭으로 부르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식당에선 직원의 지위, 성별과 상관없이 ‘사장님’, ‘종업원님’이라고 부르고 모르는 사람에게 무언가를 물을 때 ‘선생님’이라고 지칭하는 등 성별의 색채를 최대한 띄지 않는 호칭으로 불러 거부감을 주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