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의 블록체인 탐방]ICO·컨설팅·크립토펀드…스타트업에 `풀서비스`

by이정훈 기자
2018.04.09 06:19:35

6편. ICO플랫폼 <上> 블록체인상 스타트업 도우미 자처
ICO부터 법인설립·경영컨설팅 등 풀서비스 제공키로
암호화폐 발행없는 `ICO 2.0` 표방…필터링 역할 기대
`ICO플러스펀드` 출시 준비…분산투자로 고수익 가능

ICO플랫폼 운영 방식 (자료출처=ICO플랫폼 백서)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세상을 바꿔 보겠다며 혁신적인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사업에 뛰어든 스타트업은 척박한 토양 위에서 하루하루 생존을 위한 치열한 투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최근 블록체인이 미래 유망 기술로 주목 받으면서 이 분야 스타트업도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고 있지만 이들 기업의 성장을 도울 만한 조력자가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게다가 벤처캐피털(VC)과 같은 전통적인 자금 조달보다는 주로 암호화폐공개(ICO)를 통해 투자자금을 모집하는 블록체인 스타트업은 우리 정부의 ICO 금지 방침으로 인해 멀리 해외까지 나가 자금을 모아오는 수고로움을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기술 개발에만 매진해도 시간이 모자랄 판에 해외에서 로펌 등과 같이 법인을 설립하고 투자자들과의 밋업(meetup) 행사를 갖고 마케팅 활동을 하며 시간과 돈을 허비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블록체인 스타트업의 애로를 덜어주기 위해 출범한 회사가 바로 ICO플랫폼(ICOPlatform)이다.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을 표방하고 있는 ICO플랫폼은 국내 스타트업들이 선호하는 ICO 국가인 싱가포르에 거점을 두고 있다. 싱가포르 영주권자로 현지에서 BK메디컬그룹을 이끌고 있는 김병건 대표가 창업한 기업이다.

ICO플랫폼은 우선 ICO를 원하는 스타트업을 위해 크라우드펀딩이 가능한 블록체인 플랫폼을 제공해 ICO 기업과 투자자가 자유롭게 만날 수 있도록 하는 매치메이커 역할을 한다. 싱가포르에 있는 ICO플랫폼 법인과 재단을 통해 펀딩을 원하는 기업은 ICO플랫폼이 발행하는 암호화폐인 아이클라우드코인(ICC)를 제공받고 이를 유동화하고 전세계 일반투자자를 상대로 투자를 받는 대신 토큰을 지급한다. 투자자들은 이 토큰을 거래소에서 거래할 수 있게 된다. 이뿐 아니라 ICO플랫폼은 ICO 전후로 스타트업을 상대로 풀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크라우드세일을 준비하는 경쟁력있는 스타트업을 발굴해 투자하는 엔젤투자자 또는 VC 역할을 하며 스타트업이 갖추지 못한 법률과 회계, 마케팅, 기술 지원 및 교역 등 통합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 아울러 초기 스타트업 법인 설립부터 업무 공간 확보, 경영 컨설팅, 멘토링, 데모데이 밋업 등의 서비스도 함께 할 예정이다. 이미 국내 스타트업 몇 곳이 ICO플랫폼과 함께 싱가포르에서의 ICO를 준비하고 있다.



서울 강남 신사역사거리 최고 요지에 BK성형외과를 세워 병원을 키워냈고 싱가포르에서 BK메디컬그룹을 만들어 `성형 한류`를 주도하고 있는 김병건 ICO플랫폼 대표는 이미 수천억원대의 자산가다. 그 만큼 사업을 통해 이익을 얻고자 하는 욕심보다 자신이 꽂힌 블록체인 분야가 성장할 수 있는 자양분 역할을 하고자 하는 생각이다. 김 대표는 “G마켓이나 아마존과 같은 오픈마켓 처럼 투자자의 자금을 필요로 하는 스타트업들이 손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돕고 경영 컨설팅도 도와주는 엔젤투자자, 벤처캐피털리스트, 엑셀러레이터 역할을 총망라하려고 한다”며 “특히 싱가포르는 ICO에 대해 일부만 규제하면서 합리적으로 허용해주고 있어 사업하기 용이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ICO플랫폼은 암호화폐 발행이나 블록체인 기술이 필수적이지 않은 스타트업의 ICO를 줄이고 건전한 암호화페 생태계를 유지하면서도 자금 조달이 가능하도록 가칭 `ICO 2.0`을 표방하고 있다. 스타트업과 일반투자자간 계약을 ICO플랫폼이 보증해 투자 이행을 강제하는 한편 ICO에 참여할 때에 비해 할인된 가격으로 프리세일(presale) 단계에서 투자할 수 있도록 해줄 수 있다. 김 대표는 “특별한 가치가 없는 코인을 발행하면서 기부형식으로 투자를 받는 것은 문제”라고 운을 뗐다. 이어 “현행법상 ICO에서 원금을 보장하면 불법이 되니 투자자를 보호할 수단이 많지 않다”며 “ICO플랫폼이 이렇게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지원함으로써 무분별한 ICO를 줄이는 한편 ICO에 나서는 유망 스타트업도 사전에 검증해주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또 ICO플랫폼은 기업고객을 선별하기 위해 인공지능(AI) 딥러닝을 도입하기로 했다.ICO를 계획하는 스타트업의 수많은 사업계획서와 백서, 팀에 대해 AI 딥러닝을 통해 1차 듀 딜리전스(기업실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ICO플러스펀드 투자 절차 (자료출처=ICO플랫폼 백서)
이와 함께 ICO플랫폼이 추진하고 있는 또다른 사업영역은 크립토펀드(crypto-fund)다. ‘ICO플러스펀드’로 이름 붙인 이 펀드는 사실상 국내 첫 크립토펀드로 볼 수 있는데, 일반투자자들이 간접투자 방식으로 ICO에 참여할 있도록 하는 투자상품이다. 펀드라는 특성상 여러 스타트업의 ICO에 분산투자할 수 있도록 해준다.

ICO플러스펀드는 암호화폐인 ICC와 스마트 계약(smart contract), ICO플랫폼을 결합해 스타트업과 투자자를 연결시켜준다. 일단 ICC 투자자들은 ICO플랫폼에서 만든 기금의 스마트 게약에 ICC로 입금해 투자하고 이후 이 기금을 활용해 ICO플랫폼의 자체 심사를 통과한 유망 스타트업에 투자하게 된다. 이 투자금은 해당 스타트업이 프리세일 또는 ICO를 준비하기 위한 초기 자본으로 활용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ICO가 마무리되고 난 뒤 투자원금인 ICC에 이자 개념인 새로운 토큰으로 더해 보상받게 된다. 결국 ICO플러스펀드로 초기 투자함으로써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 거래소에서 웃돈(프리미엄)을 물고 비트코인을 구입하는 것보다 채굴(mining)하는 편이 수익성이 더 좋은 것과 비슷한 이치다.

아울러 ICO플랫폼은 ICO 투자자 보호를 위한 다른 장치들도 고민하고 있다. 스마트 계약을 통해 다양한 방식의 탈중앙화한 자율조직(DAO)을 설계해 암호화폐를 기반으로 하는 경제 공동체로서 참여자들이 자율적인 의사결정으로 조직을 운영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이를 위해 조합원들간 상호 협력과 공동체 의사결정을 근간으로 하는 현실 세계에서의 협동조합 개념을 빌려와 DAO와 융합시키는 모델을 연구하고 있다. ICO플랫폼은 백서를 통해 “이를 통해 블록체인 기술 기반 스타트업들간 상호 교류와 협력을 통해 기술 발전과 경제적 이익을 도모하는 한편 ICO가 개발자나 소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공동체 전체를 위한 의사결정을 하게 함으로써 투명한 경제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