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쉬다 나오지 뭐" 음주운전 가볍게 생각하는 연예인들
by박현택 기자
2018.04.06 06:30:00
마약 도박에 비해 경범죄로 인식
대중 무관심에 재범 삼범 넘쳐나
방송국도 인기 있으면 복귀 관대
| 구재이는 지난 3일 케이블채널 온스타일 ’송지효의 뷰티풀 라이프’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10개월만의 공식석상에 나타났다. 구재이는 지난해 6월 음주운전 물의를 일으켜 “잘못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뉘우친다”고 사과하고 출연 중이었던 패션앤 ‘팔로우미8’에서 하차한 바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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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박현택 기자] 크게 두렵지 않으니 운전대를 잡는다.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연예인들의 짧아진 자숙기간과 이들에게 흔쾌히 복귀의 장을 열어주는 방송사가 ‘잠재적 살인’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수입이 높고 매니저를 둔 연예인에게 벌금형이나 면허정지등 행정처분보다 두려운것은 대중의 심판이다. 음주에 적발되면 도덕성에 치명적 상처를 입고 은퇴까지 감수하던 시대는 지난지 오래. 활동 중단과 복귀까지의 자숙의 기간은 점차 줄어들었고, 연예계 경력에 입는 흠집이 미미해지자 일부 연예인들은 음주 이력을 웃음 소재로 사용하기도 한다.
‘음주 한 번쯤이야’ 라는 인식과 함께 최근 연예계에서는 “음주운전 ‘연예인면허 정지’는 1년”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배우 구재이는 지난해 6월 음주단속에 적발돼 혈중 알코올 농도 0.051%로 면허정지 처분을 받은 지 10개월 만에 공식 석상에 섰다. 예능프로그램 MC로 복귀한 그는 3일 열린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1년도 안되는 이른 시점에 복귀했지만, 현장이 그리웠다”고 말했다.
방송인 노홍철은 2015년 음주운전으로 하차한 지 10개월 만에 예능방송으로 복귀했다. 음주 3번으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윤제문도 10개월 만에 영화가 개봉하면서 모습을 드러냈다.
대중의 뭇매가 ‘생각만큼’ 아프지 않자 재범, 삼범도 넘쳐난다. 문화평론가 강태규는 “대중이 한 연예인의 음주적발 이력을 쉽게 잊는데다 마약이나 도박에 비해 ‘가벼운 범죄’로 인식되면서 자연히 각성의 효과가 줄어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수 길과 호란, 김혜리, 윤제문 등은 3차례의 음주운전으로 ‘삼진 아웃’을 당했다. 길은 2014년에 이어 지난해 6월에도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더;사건을 계기로 2004년에도 음주 처벌을 받은 전과가 드러났다. 법원은 길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호란은 지난해 9월 29일 오전 5시40분쯤 술에 취한 상태로 운전하다가 서울 성수대교 진입로 부근에 정차 중인 화물차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화물차 운전자는 전치 2주의 부상을 입었고 2004년과 2007년의 음주 이력이 더해져 벌금 700만 원의 법원 약식기소 처분을 받았다.
배우 임현식은 연예인 음주운전 ‘끝판왕’이라는 불명예를 떠안았다. 그는 지난 2009년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나는 음주 전과 7범”이라며 “다음에 또 걸리면 징역형”이라고 말했다.
가수 이현우는 90년대 대마초 흡연으로 적발된 후 2007년엔 무면허 운전으로 경찰에 적발됐다. 만취상태에서 차량을 몰던 그는 불법유턴 중 경찰에 잡혔고, 유효기간이 지난 면허증을 내민 사실이 알려져 지탄을 받았다.
가수 강인은 연이은 음주 뺑소니로 실망을 안겼다. 지난 2009년 강인은 음주상태로 차를 몰다 승객 2명을 태운 채 정차 중이던 택시를 들이받았고, 차를 버리고 도주했다. 이후 자수한 강인은 벌금 8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2016년에는 음주운전 중 가로등을 들이 받은 후 도주했다가 경찰에 자진출석했다.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받은 그는 법원으로부터 벌금 700만원을 선고받았다.
강태규 평론가는 “1990년대 이후 음주운전·폭행·마약·도박 등 사건·사고를 일으킨 연예인들이 300여 명에 달하고 그중 음주운전이 70%로 가장 많다”며 “시민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는 연예인들은 더 엄격한 기준으로 스스로를 통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음주운전 후 복귀를 서두르는 연예인들의 인식도 문제이지만, 이를 쉽게 허용하는 방송사도 문제”라며 “자사 프로그램 흥행을 위해 음주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에 이른 시간에 복귀의 장을 열어주는 ‘온정주의’를 지양하고 자성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각 방송사별로 심의기구를 두고 있지만 출연 금지·해제에 대한 규정이 모호하고 유명무실한 실정”이라며 “(음주의)유형·수준별로 출연 허용 규정을 제도화하고 이를 대중에게도 공고하여 사회적 경각심 조성에 발맞추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