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결산]①SK그룹과 글로벌 PEF가 달군 M&A시장
by박기주 기자
2017.12.28 06:00:00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올해 인수합병(M&A) 시장은 ‘큰손’으로 나선 SK그룹과 글로벌 사모투자펀드(PEF)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또 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대기업의 프리IPO(상장전 투자유치) 작업과 M&A에 따른 시멘트업계의 지각 변동도 올해 M&A 시장을 주도한 이슈였다.
올해 초 M&A 시장의 문을 연 거래는 SK그룹의 LG실트론 인수였다. 새해의 설렘이 가시기도 전에 SK가 LG가 보유한 LG실트론 지분 51%를 6200억원에 인수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려는 LG그룹과 반도체 사업을 강화하려는 SK그룹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
여기에 최대원 SK그룹 회장은 KTB PE를 비롯한 재무적투자자(FI)가 보유하고 있던 LG실트론 지분 49%를 마저 사들이면 지분 100%를 확보했다. 총 인수금액은 약 1조원 수준이다. 연초부터 대형 거래가 성사되면서 M&A 시장 활황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하반기 들어서도 SK그룹이 M&A 시장의 열기를 이어갔다. SK하이닉스는 베인캐피탈 등과 함께 도시바 메모리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총 투자액은 약 4조원, 향후 도시바 메모리의 의결권 지분 약 15%를 확보할 수 있는 권리도 확보했다.
국내 소비자 산업 M&A에선 글로벌 PEF의 활동이 두드러졌다. 홍콩계 PEF 운용사 어피너티파트너스는 지난 8월 주방생활용품 기업 락앤락의 최대주주 지분 63.56%를 6293억원에 인수했다. 창업주인 김준일 회장이 증여보다는 매각을 택하면서 성사된 거래였다.
다음달 베인캐피털이 화장품업체 카버코리아를 글로벌 기업 유니레버에 매각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베인캐피탈이 골드만삭스와 함께 카버코리아 경영권(60.17%)을 인수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데다가 총 매각액이 3조원(지분 100% 기준)에 달한다는 소식은 충격적이었다. 베인캐피탈 등 사모펀드가 4300억원을 투자한 것을 고려하면 1년 만에 5배에 가까운 투자 수익을 거뒀기 때문이다. 베인캐피털은 지난 6월 보톡스 제조사 휴젤을 9200억원에 인수하는 등 국내 시장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재무상황 타개를 위해 투자 유치를 진행한 이랜드그룹은 올해 M&A 시장을 달군 또 하나의 키워드다. 이랜드그룹은 그룹의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가장 우량한 자회사인 이랜드리테일의 자산과 지분을 시장에 내놨다.
우선 이랜드리테일의 홈&리빙 사업부 모던하우스는 MBK파트너스에 7100억원이라는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가격에 매각됐다. 또 이랜드리테일 지분 일부를 큐리어스파트너스 등 FI에게 프리IPO 형식으로 매각하면서 60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여기에 최근 키스톤프라이빗(키스톤PE)로부터 1조원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하기도 했다. 그룹의 지주사 이랜드월드의 지분 28.3%를 유상증자 형식으로 넘기는 방식이다. 이 같은 투자유치로 이랜드그룹은 부채비율을 100% 중반까지 낮출 수 있을 전망이다.
M&A 시장의 화두 중 하나였던 시멘트산업은 회사간 합종연횡으로 업계의 재편이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PEF는 때로는 매수자로, 때로는 매도자로 나서면서 M&A의 주축 중 하나임을 과시했다.
시작은 현대시멘트 인수전이었다. LK파트너스는 지난 2월 인수가 6221억원을 써내며 현대시멘트를 최종 인수할 후보자로 선정됐다. 이와 함께 LK파트너스의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한 한일시멘트의 존재감이 들어났다. 한일시멘트는 현대시멘트 인수로 단숨에 쌍용양회를 제치고 업계 1위로 올라서게 됐다.
쌍용양회는 대한시멘트를 인수하며 몸집을 불렸다. 쌍용양회의 최대주주 한앤컴퍼니(지분율 77.4%)가 보유한 대한시멘트 지분 100%를 인수하는 방식이었다. 경영 효율화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의도였다. 이 거래로 쌍용양회는 한일시멘트와 다시금 선두 경쟁을 벌이게 됐다. 홍콩계 PEF 운용사 베어링프라이빗에퀴티아시아 매물로 내놓은 한라시멘트는 아세아시멘트의 품에 안겼다. 매각가는 3651억원, 업계 7위 수준이었던 아세아시멘트는 단번에 3위 회사로 올라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