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쇼로 눈돌리는 화학업계, 성장동력 시동 건다

by남궁민관 기자
2017.08.25 05:40:00

현대차가 2016 파리모터쇼에서 처음 공개한 고성능 N 콘셉트카 ‘RN30’. 해당 차량은 독일 화학기업 바스프의 자동차 솔루션을 대거 적용했다. 현대차 제공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석유화학 업체들이 글로벌 모터쇼에 눈을 돌리고 있다. 자동차 소재과 부품을 신성장동력으로 주목한 데 따른 행보로, 모터쇼 내 비공개 부스를 차리거나 관련 완성차 업체들과 공동으로 제품을 선보이는 등 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글로벌 화학기업 머크는 다음달 14일부터 24일까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리는 ‘2017 프랑크푸르트 모터쇼(IAA)’에 사상 처음으로 참석한다고 24일 밝혔다.

머크는 이번 모터쇼에서 단독부스(전시홀 3.1, 부스 번호 A21)를 마련하고 이번 모터쇼의 전시주제인 ‘미래의 자동차’에 맞춘 스마트 화학 소재들을 관람객에게 소개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스마트 전조등과 유기발광다이오드(올레드·OLED) 미등, 스마트 위성 안테나에 들어가는 소재와 내외장재 이펙트 안료 등 다양한 혁신 솔루션을 전시한다.

머크 관계자는 “머크의 소재는 자동차의 여러 부분에서 기능성과 심미성 용도로 이미 사용되고 있지만, 디지털 기술과 연결성이 중요한 시대에 머크가 가진 기술 잠재력은 IAA에서 보여 줄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크다”며 “이번 전시회 참가를 계기로 자동차 플랫폼 사업을 통해 스마트 기술에 대한 높은 수요를 충족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전방산업에 속하는 화학 업체들이 완성차업체 등 후방산업의 축제인 모터쇼에 참가하는 것은 다소 이례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사실 그동안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의 모터쇼 참가는 직·간접적으로 꾸준히 이어져왔다. 자동차 업계 및 화학업체들의 주요 성장동력으로 주목받는 전기차의 배터리 뿐만 아니라 최근 자동차 내외장재로 대거 적용되고 있는 고강도 경량화 소재 등을 소개하고 글로벌 고객사를 확대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특히 LG화학(051910)과 삼성SDI(006400) 등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발을 담그고 있는 주요 화학사들의 경우 이번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를 비롯해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 중국 베이징 및 상하이 모터쇼 등에서 꾸준히 모습을 드러내왔다.

올해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역시 LG화학을 포함해 LG전자(066570)와 LG하우시스(108670) 등 LG 계열사는 고객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비공개 공동부스를 운영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뿐 아니라 LG하우시스의 차량용 인테리어 원단 소재 및 경량화 복합소재 등 고부가가치 내외장 소재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삼성SDI의 경우 더욱 적극적인 모습으로 모터쇼에 참가 중이다. 격년으로 열리는 이번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지난 2013년부터 올해까지 3번 연속 참석해 비공개 부스를 꾸릴 계획이다. 연초 열린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는 공개부스를 차리고 관람객들에게 △20분 급속충전으로 500㎞를 주행할 수 있는 ‘고밀도 배터리 셀’ △무게와 부품 수를 10% 이상 각각 줄이고도 고용량을 달성한 ‘확장형 배터리 모듈’ 등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기도 했다.

자동차 업체의 부스에 화학사들의 소재가 적용된 자동차를 소개하는 방식의 간접적 참여도 잦다. 현대차(005380)는 지난해 파리 모터쇼에서 독일 화학기업 바스프의 자동차 솔루션이 적용된 콘셉트카 ‘RN30’를 공개했다. 경량 플라스틱 및 세계 최초 발포 열가소성 폴리우레탄인 ‘인피너지’, 엠프로(EMPRO) 삼원변환 촉매기술 등이 적용됐다.

이에 앞서 현대차는 효성(004800)과 롯데케미칼(011170)의 탄소섬유를 적용한 ‘인트라도(Intrado)’를 지난 2014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최초 공개한 바 있다. 효성은 고성능 탄소섬유 원자재인 ‘탠섬(TANSOME)’을 공급하고, 롯데케미칼은 현대차와 차체 프레임을 개발하는 방식이다. 현대차는 이를 기반으로 최근 소형 SUV 모델 ‘코나’를 선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