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훈의 萬藥에]폴리코사놀, 스타틴 대항마 될까?

by강경훈 기자
2016.09.10 07:00:00

이상지질혈증, HDL 높이는 게 LDL 낮추는 것만큼 중요
스타틴, 콜레스테롤 합성 억제해 LDL 낮추는 효과만
쿠바산 폴리코사놀 HDL 양·질 모두 개선

[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예전에 고지혈증으로 불렀던 이상지질혈증은 혈중 총콜레스테롤, 몸에 나쁜 LDL콜레스테롤, 중성지방 수치가 높거나, 몸에 좋은 HDL콜레스테롤이 낮은 상태를 말합니다. 대부분 비만, 당뇨병, 음주, 운동부족 등이 원인이지요.

지금까지는 이상지질혈증에 스타틴이라는 약을 썼습니다. 이 약은 체내에서 콜레스테롤이 합성되는 것을 막아 LDL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스타틴을 먹어도 콜레스테롤 수치가 떨어지기는커녕 오히려 간독성이나 근육독성의 문제가 생기는 사람이 꽤 있습니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스타틴 대신 다른 방법으로 콜레스테롤 수치를 조절하는 약을 개발하게 됩니다. 10여년 전부터 연구되고 있는 게 CETP라는 단백질입니다. 이 녀석은 HDL에 붙어 있는데, HDL을 LDL로 바꾸는 역할을 합니다. 몸에 좋은 성분을 해로운 성분으로 바꾸는 것이죠. 그래서 이 CETP의 기능을 줄이면 HDL을 높이면서 LDL을 낮출 수 있습니다.

CETP 저해제 개발은 화이자와 머크가 경쟁했습니다. 하지만 화이자는 임상시험 중에 HDL 수치를 높이는 대신 혈압이 올라가고 심장 부작용이 발견돼 개발을 중단했습니다. 그러던 중 2010년 미국심장학회에서 관심을 끄는 연구결과가 발표됐습니다. 머크의 ‘아나세트라핍(Anacetrapib)’과 스타틴을 함께 먹은 환자들에서 HDL은 평균 40㎎/㎗에서 101㎎/㎗로 138%가 상승한 반면, LDL은 평균 81㎎/㎗에서 45㎎/㎗로 40%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또 화이자의 약에서 발견된 부작용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HDL을 높이는 약이 아직 없는 상황에서 최근에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 폴리코사놀입니다. 사탕수수의 왁스에서 추출한 성분인데, 연구결과에서 HDL의 수치를 늘리는 것은 물론 질도 좋게 만든다고 합니다. 폴리코사놀 연구는 쿠바에서 많이 했습니다. 쿠바는 대표적인 저개발국가이면서도 평균수명이 긴 나라입니다. 쿠바는 다른 나라와 교역이 많지 않다 보니 자체적으로 보건문제를 해결해야 했습니다.

사탕수수는 열대지역에서는 많이 재배하는 식물인데, 쿠바 연구진에 따르면 쿠바 산 사탕수수만이 폴리코사놀의 구성성분이 완벽하다고 하네요. 쿠바를 비롯한 일부 남미국가에서는 폴리코사놀을 약으로 쓰고 있습니다. 쿠바에서는 심혈관계 질환이 생기면 국가에서 무상으로 폴리코사놀을 보급합니다.

지난 8일 서울서 열린 단백질센서 국제심포지엄에 참가한 쿠바 국립과학연구센터 호세 페레르 박사는 “폴리코사놀은 식물추출물이라 오래 써도 안전하다”며 “쿠바산 폴리코사놀은 단순히 HDL의 약만 늘리는 게 아니라 강력한 항산화효과로 HDL의 질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동물연구에서 쿠바산 폴리코사놀을 먹인 쥐가 뇌세포가 늘고 췌장의 인슐린 분비가 촉진되며 혈관이 튼튼해졌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