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강신우 기자
2015.10.31 08:00:00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최근 정부는 정부가 제작한 하나의 교과서를 사용하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고 있는데요. 귀하는 이에 대해 찬성하십니까. 반대하십니까?
찬성이라면 당신은 대구·경북에 거주하는 60대 남성에 해당할 확률이 높습니다. 반대라면 광주·전라에 거주하는 20대 남성에 속할 가능성이 큽니다. 지지하는 정당은 각각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일겁니다.
한 여론조사 기관이 지난 27일~29일 전국 성인남녀 1004명에게 묻고 얻은 결과치를 통계화한 것입니다. 지역과 세대가 정확히 둘로 쪼개졌습니다. 마치 여야가 대치하는 것처럼요. 대구·경북과 광주·전라는 여야의 텃밭입니다. 이곳이 흔들리면 당 존립 자체가 위태로울 수 있습니다. 유권자의 마음에 자신의 정당이 가장 유리한 위치를 선점해야 합니다. 이른바 포지셔닝 전략입니다.
야당으로선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국정 역사교과서의 부정적 측면을 최대한 부각해야 합니다. 선거 때마다 ‘정권심판’ 카드를 꺼내 드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유권자들의 마음속엔 나쁜 정부·여당이라야 유권자의 마음 속에 야당이 상대적으로 우위를 선점할 수 있습니다. 반사이익은 그래야 나옵니다.
최근 기자가 민심 취재를 위해 광주광역시에 갔습니다. 60대 어르신에게 국정교과서 찬·반을 물었더니, 반대한다 했습니다. “친일교과서”라는 게 반대 이유였습니다. 독재·친일교과서는 야당이 국정 교과서를 반대하기 위해 만들었던 프레임이죠.
새누리당도 포지셔닝 전략이 있습니다. ‘북한교과서’가 그것입니다. 검·인정 체제 강화라는 대안에는 이미 역사교과서 시장이 좌파세력들에게 점철돼 있어 결국 좌편향 교과서만 선택된다는 논리를 펴고 있습니다. 말도 안 되는 황당한 광고도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매료되는데 그러면 경쟁사보다 우위의 포지션을 얻게 됩니다. 이 전략의 가장 중요한 요건이 차별화와 일관성이죠.
여기에 더해 색깔공세도 폈습니다. ‘국정화에 반대하라’는 북한 지령설을 들고 나왔습니다. 국회에서 예산안을 심사하는 회의에서 한 의원은 “북한의 적화전략이다. 현 교과서가 유리하다고 보기 때문에 극렬하게 선동하고 비난한다”고 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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