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異야기]"평범한 원칙이 습관되면 엄청난 힘"
by김대웅 기자
2014.06.25 08:00:00
김대봉 인선이엔티 사장 인터뷰
"매년 한건씩은 사고를 쳐보자는 자세로 업무에 몰입"
"자동차 재활용 신사업도 자신..세계적 환경리딩기업으로 도약할 것"
[이데일리 김대웅 기자] ‘학벌 공화국’이라고까지 불리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상고(商高) 출신의 평범한 샐러리맨이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올랐다는 건 그 자체로 화젯거리다. 김대봉() 인선이엔티(060150) 사장은 국내 최대 규모의 건설폐기물 기업의 수장직에 오르기까지 유난히 많은 ‘사고’를 쳤다. 일련의 계획된 사고들로 그는 자연스럽게 회사 내에서 유명세를 탔다.
김대봉 사장이 이끌고 있는 인선이엔티는 현재 국내 건설폐기물 분야에서 10년 동안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그러나 이에 안주하지 않고 세계적인 자동차재활용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겠다는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이를 위해 최근 대규모 자동차 자원순환센터를 구축했다.
김 사장의 좌우명은 ‘작은 물방울이라도 끊임없이 떨어지면 결국엔 바위를 뚫는다’는 수적천석(水滴穿石)이다. 그는 “결국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끊임없는 도전정신만이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주고 인생의 성공을 담보하지 않겠나”라고 강조한다.
30년 전 평범한 직장인으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딘 그는 언젠가 CEO 자리에 오르겠다는 야망을 늘 마음 속에 품고 다녔다. 직접 학비를 마련하며 힘겹게 학창 시절을 보낸 그에게 CEO라는 자리는 그 자체로 도전의 대상이었다. 고생했던 기억은 항상 고난 극복의 훌륭한 스승이 됐다. 그는 늘 “그 때에 비하면 지금은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되뇌이며 자신을 채찍질하곤 했다.
인선이엔티와의 인연은 2003년부터였다. 당시 회계관리 차장으로 입사한 그는 9년 만에 CEO 자리에 올랐다. 비결을 묻자 “영업직도 아닌 관리직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내기란 쉽지 않더라”며 “그래서 매년 한 건씩은 사고를 쳐보자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말했다.
입사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던 시점에 그는 결국 첫 사고를 쳤다. 업계에 관행적으로 이어져 오던 회계 시스템에 반기를 든 것이다.
인선이엔티는 2003년 폐기물종합처리기업으로 가기 위한 일환으로 환경부에서 운영하던 지정폐기물 공공처리장을 인수해 처음으로 매립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당시 법인세법이 매립시설에 대한 상각방법을 정액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정액법을 적용할 경우 폐기물 매립으로 발생되는 수익과 비교한 매립시설의 가치소멸비용이 경제적 실질에 맞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는 매립시설에 대한 특성을 고려해 매립시설의 감가상각법을 생산량비례법으로 변경하는 일을 추진했고, 결과적으로 조세심판에서 승소해 약 18억원을 환급받았다. 회사 내에서는 일대 사건이었다.
2009년 인선이엔티가 국내 상장사로서는 처음으로 국제회계기준(IFRS)을 조기 도입한 것도 그의 성과다. 새로운 회계 환경에 보다 앞서 적응하기 위해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었고 결국 금융감독원 태스크포스(TF)팀에 합류해 성공 사례로 꼽히게 됐다.
김 사장은 “당시 업계 최초로 시도됐던 일인 만큼 내부 실무자들의 인식 부족, 외부 회계법인의 경험 부족 등과 같은 어려움도 많았다”며 “하지만 9번의 워크숍을 통해 회사 내부 직원들의 인식을 전환시키고 제3의 회계법인을 선정하는 등 각고의 노력 끝에 IFRS 조기 도입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경영자적 마인드를 바탕으로 계속해서 ‘사고’를 치자 회사 내에서 신뢰가 쌓이고 입지는 빠르게 넓어져 갔다. 김 사장은 “직장 생활을 살다보면 여러가지 일들로 인해 새롭고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데, 도전정신을 가지고 이를 돌파하는 사람과 회피하고 현실에 안주하려는 부류로 구분된다”며 “전자의 자세가 사람을 발전시키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 사장의 삶은 20년전 이전 직장의 감사인이었던 한 사람에 의해 크게 바뀌었다. 자신과 과거 삶의 궤적이 비슷했지만 현재 삶을 대하는 치열함의 차이가 너무나 크다고 느끼며 큰 깨달음을 얻었다. 그는 그 분이 걸어온 길과 삶을 대하는 태도를 보며 다시 한번 성공을 다짐했다고 한다.
|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인선이엔티 본사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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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롤모델이자 멘토가 된 그 분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무엇보다 고등학교 졸업 후 잊었던 책을 다시 잡게 만들었다. 어느날 두 사람이 소주잔을 기울이던 중 불쑥 방송대 교재를 내밀더니 입학을 권유했다. 그 후 각종 시험 때마다 철저한 관리감독(?)을 받으며 4년을 지냈고 김 사장은 대학원까지 마치게 됐다. 김 사장은 현재 환경공학 박사과정에 지원한 상태다.
김 사장은 “주경야독이 말처럼 쉬운 것만은 아니었다”며 “하지만 어차피 시간을 흘러가는 것이고 그 힘든 시간을 얼마나 치열하게 보냈느냐에 따라 결과는 큰 차이가 있더라”고 회고했다.
또 자신이 받았던 도움을 후배들에게 돌려주고 싶은 생각도 갖고 있다. 기회가 된다면 강단에 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것이 꿈이다.
그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 열정적으로 배움에 임하는 학생들에게 용기를 북돋워주기 위해 경험했던 많은 것들을 알려주고 싶다”며 “오직 대기업 입사만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보다 시야를 넓히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많은 기회가 있다는 점을 젊은이들에게 일깨워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대봉 사장은 2012년 대표이사직에 오른 이후 기존 사업을 바탕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신규사업 찾기에 골몰했다. 그 결과 그가 선택한 사업이 바로 ‘자동차 자원순환센터’ 구축이다. 이를 바탕으로 세계적인 자원순환 환경선도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각오다.
인선이엔티의 자동차재활용 신사업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폐자동차를 친환경적으로 해체하는 작업과, 자동차 재생 부품의 유통사업, 중고차를 정비한 후 해외로 수출하는 사업이다.
이를 위해 최근 전국 최대 규모의 자동차 부품 물류센터를 세웠고, 전국적으로 분포돼 있는 5개의 지점과 6개의 계열사를 활용해 전국 영업 네트워크를 갖췄다.
김 사장은 “지난해 르노삼성과의 시범 사업을 통해 국내 최초로 자동차 재활용률 95%를 달성, 폐자동차재활용사업에 대한 성장가능성을 확인했다”며 “건설폐기물 재활용업을 넘어 폐자동차 재활용업까지 사업분야를 확장시켜 글로벌 1위의 자원순환 환경리딩기업으로 성장해 나가려 한다”고 언급했다.
건설폐기물사업이 계절적 요인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는 편이지만 올 하반기부터 폐자동차 재활용사업에서 본격적으로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돼 올해 실적 개선도 기대해 볼 만하다는 설명이다.
건설폐기물 재활용시장 1위 기업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폐자동차 재활용시장에서도 업계를 선도해 나가겠다는 자신감이 상당하다.
김 사장은 “우리나라는 세계 주요 자동차 생산국이지만 아직 선진국에 비해 자동차 애프터마켓과 자동차 문화에 대한 투자가 현저히 낮은 상황”이라며 “정부에서도 새로운 성장사업의 한 모델로 자동차 애프터마켓, 자동차튜닝사업 등에 주목한 만큼 연간 2조원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이 사업에 대한 성장 가능성을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유의 ‘긍정의 마인드’가 이번 신사업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을지 관심이다. 그는 “돌이켜 보면 긍정의 마인드를 지니고 업무에 임하는 점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며 “실패로 인해 미칠 두려움보다는 성공했을 때의 성취감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힘들어도 절대 포기하지 않는 아주 평범한 원칙이 습관화되면 무서운 힘을 발휘하더라”고 강조했다.
1967년 출생으로 전남 영광에서 태어났고 성균관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86년 대성그룹에 입사해 한일합작법인인 한국캠브리지필터와 미국계기업인 에이에프테크놀러지에서 약 14년간 근무한 후 2003년 5월 인선이엔티에 입사했다. 2012년부터 대표이사를 맡고 있고, 현재 한국건설자원협회 이사를 맡고 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