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조원대 아웃도어 전쟁 '아들 딸' 나섰다

by김미경 기자
2014.02.06 07:59:32

창업주 정신 '한 우물 경영'..2~3세 전면 등장
보폭 넓힌 경영수업..신규사업·해외 확장 활발
블랙야크·노스페이스·밀레 등 가업승계 가속화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국내 아웃도어 시장이 ‘빅마켓’으로 급성장하면서 아웃도어 업계 오너 2~3세들의 경영 참여가 활발해지고 있다. 이들 후계자들은 과거 외부 노출을 꺼려왔다면 지금은 경영 수업을 받거나 관련 전문지식으로 무장하고 회사 운영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이다.

최근들어 블랙야크, 노스페이스, 센터폴 등 아웃도어업체들의 경영 승계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후계자들의 경영 자질도 본격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블랙야크 강태선 회장의 아들인 준석씨는 현재 블랙야크에서 글로벌 마케팅팀 차장으로 재직 중이다. 아버지를 도와 글로벌 마케팅뿐 아니라 신시장 개척과 신규 사업 발굴에 힘을 쏟고 있다. 해외 유학파로 지난 2009년 매장 근무부터 차근차근 경력을 쌓아온 준석씨는 지난해 동진레저와 블랙야크의 창립 40주년을 기념해 발간한 사사에 등장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블랙야크 안팎에서는 2세 경영권 승계 작업이 사실상 마무리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최근 1~2년새 해외 진출은 물론 굵직한 신규 사업을 주도적으로 진행하고 그에 따른 성과물을 속속 내놓고 있어 곧 경영 전면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딸 주연 씨는 최근 가정을 꾸리면서 10여년 경력을 쌓아왔던 계열사(아우트로) 경영에서 손을 뗐다”며 “동대문 등지에서 사업을 시작해 한 우물만 파온 강태선 회장의 모습을 지켜보며 자란 준석씨도 회사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고 말했다.

노스페이스로 대박을 낸 영원무역홀딩스 성기학 회장의 딸들도 경영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성 회장은 슬하에 딸만 셋(시은·래은·가은)을 두고 있다. 장녀 시은씨는 영원무역그룹의 대주주인 와이엠에스에이(YMSA)의 사내이사로 경영에 참여 중이다. 차녀인 래은씨는 스탠퍼드대를 졸업하고 지난 2007년 영원무역홀딩스 사내이사로 선임된 후 영원무역 이사도 겸하고 있다. 또 막내인 가은씨는 영원아웃도어 마케팅팀부터 시작해 이사로 승진, 마케팅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이미 경영권에서 자리를 잡은 2세 오너들도 눈에 띈다. K2를 이끌고 있는 정영훈 K2코리아 대표는 2세 경영인으로서 이미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1972년 회사를 세운 부친 고 정동남 회장이 불의의 사고를 당하면서 2002년부터 회사를 책임지게 됐다. 2세 경영 이후 k2코리아는 변화를 거듭하며 급성장해 업계 내 경영 승계의 합격점을 받았다.

또 다른 2세대 경영인으로 밀레 한철호 대표도 있다. 1966년 등장한 등산양말제조업체 한고상사가 그 모태다. 밀레 전신인 한고상사를 이끌었던 고 한용기 회장과 어머니 고순이 회장이 실무에서 물러난 이후 2004년 사장으로 취임했다. 밀레는 지난해 3100억원의 매출을 올려 업계 매출 순위 6위로 뛰어 올랐다.

김형섭 네파 대표는 3세 경영인이다. 6.25 전쟁을 겪은 세대라면 누구나 기억하는 ‘독립문 메리야스’를 만들던 평안L&C(옛 평안섬유)가 네파의 모기업이다. 그는 할아버지 고 김항복 창업주와 부친인 김세훈 회장에 이어 가업을 잇고 있다. 그가 주도한 ‘네파’ 아웃도어와 ‘엘르 골프’ 등 신규 사업이 줄줄이 성공을 거두면서 후계자 자질을 높이 평가받고 있다.

센터폴과 피버그린를 앞세워 아웃도어 시장에 도전장을 낸 박순호 세정 회장의 막내딸 이라씨도 계열사 세정과미래의 대표로 활동 중이다. 남편인 김경무 상무와 함께 신규사업인 웰메이드 론칭에 상당한 기여를 해 이목을 끌고 있다.

하지만 2~3세 경영을 두고 업계 내 평가는 엇갈린다. 창업주의 경영철학을 고스란히 이어올 수 있는 반면 이 같은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하지 못하고 안일하게 대처할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에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아웃도어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오너 2~3세들의 경영 참여가 급증하고 있다”며 “어렸을 때부터 관련 산업을 보고 듣고 전문지식을 축적해온 이들이 회사에서의 역할은 점차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내 아웃도어 시장을 일군 만큼 창업주 1세대들은 가업 승계를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창업주의 정신을 이어받아 책임 경영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지만 ‘부의 대물림’ 수단으로 남용되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