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vs신라’ 호텔 한식당으로 재격돌..최후 승자는?
by김미경 기자
2013.08.23 08:13:26
전통 맛 고급화..명품 한식 두고 한판
스토리·규모면 롯데勝..관심은 신라에 쏠려
무궁화 매출 60%↑·라연도 연일 만석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국내 최고 호텔 자리를 두고 경쟁하고 있는 롯데호텔과 호텔신라(008770)가 이번엔 한식 당으로 제대로 맞붙었다. 서울 호텔신라가 지난 1일 9년 만에 한식당‘라연’을 다시 개장하면서다. ‘무궁화’로 호텔 한식당 최강자로 군림했던 롯데호텔에 호텔신라가 도전장을 내민 형국이다.
특히 한식당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가장 애착을 갖는 곳이어서 자존심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 사장이 서울 호텔신라의 상징물로 ‘한식당 라연 위상 올리기’에 나섰다면 롯데호텔은 특유의 정통 마케팅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 왼쪽),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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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호텔의 한식당은 모두 호텔 최고층에 위치, 한국 고유문양을 활용한 인테리어와 전통 조리법을 내세운 만큼 결국 음식 본연의 맛과 서비스의 차별화를 누가 잡느냐가 관건이다.
최근 대대적인 리뉴얼 덕분에 호재를 얻고 있는 건 신라다. 고객들의 관심사가 서울 신라호텔 라연에 쏠려 있어서다. 개관한 지 한 달도 채 안 됐지만, 주말 예약은 일찌감치 마감이고 주중에도 가족모임이나 비즈니스미팅, 상견례를 위해 이용하는 손님들로 연일 만석이다.
신라호텔 측은 “호텔의 달라진 새로운 서비스를 이용해보려는 고객들이 줄을 섰다”며 “제철재료·전통 조리법, 주재료 모두 국내산을 사용해 입소문 나면서 외국인 고객 규모도 점차 늘어나는 편”이라고 귀띔했다.
무궁화의 실적도 나쁘지 않다. 3년 전엔 이미 대대적인 리뉴얼을 단행했다. 여기에 쏟아부은 돈만 50억원에 달한다. 위치도 지하 1층에서 호텔 최고층인 38층으로 이전하고 고급 레스토랑으로 꾸몄다. 한식당을 호텔 꼭대기층에 올린다는 발상을 처음으로 한 것이다. 무궁화는 리뉴얼 이후 연간 매출이 약 60% 이상 뛰었다.
롯데호텔 관계자는“업계 최초 한식을 파는 대중식당이 아닌 ‘럭셔리 레스토랑’으로 탈바꿈시킨 신 회장의 역발상이 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1979년 호텔 개관과 동시에 한식당을 운영한 덕분에 스토리(역사)와 규모 면에서는 롯데가 한발 앞섰다.
무궁화의 천덕상 셰프는 2009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방한 때 오찬 준비를 지휘하는 등 주요 국빈 만찬을 담당해왔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가족과 함께 이곳을 찾아 식사하거나 코스요리를 주문해 청와대에서 직접 즐긴 것으로 알려졌다.
신라는 서상호 총주방장이 진두지휘한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싸고 종류가 많아질 수밖에 없는 단품메뉴 대신 점심·저녁 코스요리를 내놨다. 점심엔 예·합·중하 등 총 3개의 상차림으로 구절판, 꽃새우 냉채, 한우 등심구이와 쌈밥, 후식, 전통차 등 6~9개 음식이 나온다. 가격은 10만~16만원선. 저녁엔 연·격·중하 등 총 3개 메뉴로 9개 이상의 음식들이 15~25만원에 선보인다.
무궁화 좌석수는 총 90석 규모로 라연 40석보다 50석 더 많다. 때문에 라연에는 손님을 유치하는데 많은 제약이 따른다. 무엇보다 10명 이상의 단체고객을 받을 수 없어 부담스럽다.
라연 관계자는 “좌석수도 적고 테이블 간격이 넓은 편이 아니다”며 “특성상 비즈니스 및 상견례 고객이 많아 번잡할 수 있어 부득이하게 제한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현재로선 라연보다 정통성과 실용성을 앞세운 무궁화에 다소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업계에선 롯데와 신라 간의 이 같은 신경전이 서울시내 특급호텔 한식당을 부활시키는 신호탄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
현재 서울 시내 21개 특1급 호텔 가운데 한식당을 운영하는 곳은 두 호텔을 포함 해 쉐라톤그랜드워커힐(온달·명월관) 르네상스서울호텔(사비루) 메이필드호텔(낙원·봉래헌) 등 총 5곳이다.
호텔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업계는 관망하는 분위기”라면서도 “한식의 위상 격상 차원에서나 선의의 경쟁면에서 나쁘지 않겠지만 너무 고급화로 변질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