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MCM 인수후 브랜드 개혁 몇년내 루이비통·구찌도 잡겠다”

by조선일보 기자
2006.08.07 08:37:28

마이너급 150개 딜러 정리
아디다스 수석 디자이너 영입
美 진출·온라인 판매도 준비

▲ 미국의 경제 전문지 ‘비즈에드(Biz Ed)’ 3·4월호 표지에 등장한 김성주 회장. 완고한 재벌가에서 태어나 혼자 힘으로 공부하고 사업을 성공시킨 사연이 4면에 걸쳐 게재됐다.
[조선일보 제공] “국내에서는 이미 루이비통, 구찌보다 우리 MCM이 더 많은 백(Bag)을 팝니다. 세계 시장에서도 몇 년 안에 반드시 이들을 눌러 이기겠습니다.”

성주그룹 김성주(金聖株·50) 회장은 성주인터내셔널이 라이선스를 얻어 생산·판매하던 독일 MCM 브랜드를 작년 11월 아예 사버렸다. 한국 기업의 명품 브랜드 인수 자체도 그랬지만 그 뒤에 행한 브랜드 개혁 작업은 유럽 명품업계에서 더 큰 뉴스가 됐다.

김 회장은 브랜드 인수 직후 명품의 품격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된 150개 딜러를 과감히 정리했다. 당장 연간 2000만달러(약 190억원)의 매출 손실을 감내해야 했지만, 그렇게 했다. 독일에 있던 직영점 5개 중 4개의 문도 닫아버렸다. 대신 베를린 중심 명품가 샤넬 매장 옆, 루이비통 매장 건너편에 대표 직영 매장을 새로 열었다. 스포츠 브랜드 이미지가 강한 아디다스의 수석 디자이너 마이클 미셸스키를 영입하면서 제품 구색도 확 바꿨다.



“물론 모험이었죠. 그러나 격에 안 맞는 딜러를 정리하자 이내 이탈리아의 60개 유명 매장에서 MCM 물건을 사겠다고 줄을 서는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미셸스키의 영입도 이제 명품이 럭셔리(luxury)만이 아니라 실용적인 라이프 스타일을 이해해야 한다는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김 회장은 사실 MCM 인수 전부터 국내의 대표적인 여성 기업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고(故) 김수근(金壽根) 대성그룹 창업주의 막내딸이지만, 미국에서 학비를 벌어가며 공부하고, 미국 블루밍 데일스 백화점에 취직해 명품 유통의 밑바닥부터 배웠다. 집안 도움 없이 창업해 작년 매출 700억원이 넘는 중견 기업을 일궜다.

보수적인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외국인과 결혼을 강행하고, 2001년에는 MCM 국내 판권을 놓고 오빠가 운영하는 대성산업과 분쟁이 생기자 기자회견을 열어 정면 대응하는 ‘용기’를 보여주기도 했다. 1996년 세계경제포럼(WEF)이 선정하는 차세대 지도자에 뽑혔고, 국내에서 ‘닮고 싶은 여성 기업인’ 조사에서 늘 상위에 오른다.

그런 김 회장도 “지금까지는 배워온 과정이었고 승부는 이제부터”라고 말했다. 해외 일류 명품 브랜드를 누가 움직이며, 어떻게 해왔는지를 배웠고, 이제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해 시동을 걸었다는 것이다. MCM 뉴욕지사를 설립, 미국 시장에 본격 진출할 준비도 하고 있다. 온라인으로 명품을 판매하는 사업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