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옵션전략)외국인 "6월물 내가 접수"

by한형훈 기자
2004.03.23 08:24:39

[edaily 한형훈기자] 23일 KOSPI 선물시장에선 외국인이 조성한 공포 분위기에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모습이다. 5일선이 깨진 상황에서 새벽 미증시가 급락하며 외국인이 손을 들어 줬다. 외국인이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상황에서 국내 투자가는 이에 승복하며 외국인 동향을 예의주시해야 할 형편이다. 외국인은 어제 대만발 악재전부터 선물 매도로 시장 주도권을 잡았고, 장후반까지 6000계약에 달하는 순매도로 밀어부쳤다. 외국인의 누적 순매도포지션은 1만700계약 수준으로 지난 1월30일 이후 최고치로 증가했다. 시장에선 외국인의 선물 매도에 대해 지난주 투기적인 매수세의 청산, 추가 신규 매도, 기존 매수포지션의 비중조절 등의 시나리오가 제기됐다. 작년 3월 이후 외국인이 20일선 안팎에서 헤지에 나선 것을 감안할 때 주식 헤지 물량도 상당 부분 포함된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증권은 "현재 주식을 보유한 외국인은 거래소의 유동성이 풍부하지 못해 선물을 통한 매도헤지 수요가 무척 크다"며 "예전처럼 선물 매도를 거친 이후 현물 매도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어떤 시나리오든 외국인이 시장 주도권을 잡은 것은 확실하다. 전문가들은 투기 매매일 경우 외국인이 이전 저점까지 추가 하락을 노렸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반면, 비중 조절일 경우 중기 상승 추세의 반전 가능성을 노린 포석이라고 판단했다. 또 외국인의 매도가 추가로 진행될 경우 1년 가까이 진행된 외국인의 매수우위 추세가 전환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LG투자증권 황재훈 과장은 "지난주 20일선을 상회하면서 추가상승에 대한 기대를 높였던 선물 6월물이 어제는 주요 지지선인 5일 이평선을 하회하는 약세를 보여 60일 이평선의 지지를 다시 확인하려는 시도가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선물 6월물이 전일 저가에 마감되면서 금일 선물 시초가 형성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삼성증권 전균 과장은 "지난 12일의 단기반등과 같은 학습효과를 기대하기 보다는 기술적 반등시도의 무산에 따른 추세반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리스크 관리에 주력해야 할 것"이라며 "일단 재반등은 5일선의 돌파여부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대한투자증권 지승훈 차장은 "지난 주말 외국인은 국내 기업의 1분기 실적 호전 기대 등으로 순매수에 가담했지만 어제는 위험관리에 주력했다"며 "당분간 실적 기대가 외국인의 순매수를 견인할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아 시장 리스크 완화 여부에 관심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증권 이영 연구원은 "미국 증시의 상승 모멘텀 부재 상태가 지속되는 가운데 대형주로 조정 흐름이 확산되고 있다"며 "외국인의 선물 매도 포지션의 현물 전환 가능성 등으로 6월물에 대한 조정 압력은 여전한 상태"라고 판단했다. 대우증권 심상범 과장은 "이스라엘의 하마스 지도자 야신의 피살로 가뜩이나 알카에다의 테러 위협이 한껏 고조된 미 증시는 다시 하락 추세의 하단에 위치하게 됐다"며 "북핵 경험상 분위기가 쉽게 반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심 과장은 "미 증시 급락으로 갭다운이 불가피하지만, 초반은 눈치 보는 선물의 속도가 느릴 수 있기 때문에 직후 반전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동양종금증권 김규형·장지현 연구원은 "시장 체력과 재료, 시장 상승의 근간을 형성하였던 해외 증시 여건 등이 거의 대부분 중립 이하의 상태를 형성하고 있다"며 "조정 영향권에서의 대응 자세가 단기적으로 바람직해 보이는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전날(22일) KOSPI 선물시장은 대만발 정국 불안에 휩쓸리면서 큰 폭으로 하락했다. 지난주말 미증시 하락이 시초가 하락에 영향을 미친 가운데 장중 대만 시장이 급락 출발 하면서 외국인에게 선물 매도의 빌미를 제공했다. 외국인은 물 만난 고기처럼 선물을 내다팔며 2000억원이 넘는 차익매물을 유인했다. 6월물 지수는 전주 보다 3.30포인트, 2.83% 내린 113.50으로 끝났다. 외국인이 5981계약을 순매도하며 장중 내내 시장 베이시스를 압박했다. 시장 베이시스는 플러스 0.19포인트로 끝났다. 개인은 장후반 마음을 바꿔 1625계약 매수우위로 전환했다. 기관은 4678계약을 순매수했다. 전체 거래량은 20만7935계약으로 지난 금요일의 18만4532계약보다 늘었다. 미결제약정은 377계약 줄어든 9만5438계약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