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출권 구매비 '27조원'…"부담 완화 위한 전환금융 시급"
by박원주 기자
2025.12.03 06:00:00
한경협 "산업계 온실가스 감축 의무 강화돼"
사전할당 ↓·유상할당 ↑ …배출권 비용 27조
에너지 전환 위해 ''전환금융''…일본·EU 선례
업종별 로드맵·유상할당 수익 재원화도 필요
[이데일리 박원주 기자] 정부가 내년부터 2030년까지 적용되는 제4차 배출권거래제 할당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기업이 향후 5년간 배출권 구매를 위해 27조원을 들여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전환금융’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 | 배출권거래제 제4차 계획기간(2026~2030년) 내 배출권 구매 부담. (그래픽=한국경제인협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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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인협회는 최근 발간된 ‘K-GX 이행과 전환금융 활성화 정책과제’ 보고서를 통해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에 따라 산업계의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대폭 강화됐다”고 3일 밝혔다. 확정 목표는 2035년까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53~61% 감축하는 것이다. 산업 부문은 24.3~31.0% 감축 목표가 부과됐다.
또 배출권거래제 제4차 계획기간(2026~2030년) 중 산업계에 배분되는 온실가스 배출권 사전할당량은 제3차 대비 18.6% 줄었다. 기업에게 무상으로 배정되는 배출권을 감소시키는 유상할당 비율까지 높아지면서, 기업의 배출권 관련 비용 부담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한경협은 제4차 계획에 따라 기업이 부담해야 할 배출권 구매 비용을 26조9000억원으로 추산했다. 특히 한경협은 “발전 부문의 배출권 구매 부담이 기후환경 요금을 통해 전기요금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업종별 배출권 구매 비용 부담 순위는 △철강(1조3756억원) △반도체(9147억원) △정유(9147억원) △석유화학(4352억원) △시멘트(2156억원) 등이다.
한경협은 탄소 다배출·난감축 업종의 에너지 전환을 지원하는 전환금융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기업의 에너지 전환 비용 부담을 경감해, 배출권 구매 부담을 덜고 탄소중립 목표에 한발 다가가자는 것이다.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205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철강, 정유, 석유화학, 시멘트 등 탄소 다배출 업종에 약 30조달러의 추가 자본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경협은 정부와 민간이 함께 참여하는 민관협력 전환금융 생태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초기 단계에서는 정부 중심의 정책금융을 활성화해 국채 발행 등을 통해 조성된 공공 재원으로 필요 자금을 조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정책금융만으로 탄소중립 투자 수요를 충족하기 어렵기에 민간 자본의 시장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일본과 유럽연합(EU)은 우리나라보다 먼저 전환금융 관련 지침을 마련해 운영 중이다.
한경협은 아울러 정부가 선제적으로 업종별 청정에너지 전환계획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경협은 “일본은 철강, 석화 등 주요 10개 업종의 로드맵을 마련하고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전환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배출권거래제 유상할당을 통해 거둔 정부 수익의 일부를 전환금융 재원으로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EU가 유상할당을 통한 수입의 용처를 혁신 기금 등으로 명확히 설정하고, 일본 정부도 향후 얻게 되는 유상할당 수입을 전환 채권의 상환 재원으로 활용할 예정인 것을 예로 들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단기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이 어려운 다배출 업종은 기후정책 대응을 위한 전환비용 부담에 직면해 있다”며 “우리 기업들이 혁신기술 개발을 원활하게 수행하고 국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전환금융 활성화를 위한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