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 탄 에코프로 형제, 다시 고평가 논란 직면

by이정현 기자
2023.11.09 06:40:00

‘공매도 금지’ 타고 한숨 돌린지 3일만에 급락
실적 우려에 국내외 증권사 일제히 목표가 줄하향
팬덤 수급 우려…‘막내’ 머티리얼즈 IPO 영향 가능성도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공매도 금지 시행 후 80만원대를 회복했던 2차전지 대장주 에코프로(086520)가 이틀 마에 70만원대로 내려앉았다. 자회사인 에코프로비엠(247540) 역시 20만원 중반대까지 밀렸다. 고금리와 업황 둔화로 부진했던 3분기 실적을 바탕으로 증권가에서 일제히 밸류에이션이 과하게 평가돼 있다고 진단하면서다.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계 주요증권사 역시 에코프로 관련주에 대해 비관적인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이날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에코프로는 전 거래일 대비 14.20% 하락한 73만7000원에 마감했다. 지난 6일 금융당국의 공매도 금지 결정에 따른 수혜로 가격제한폭(상한가)까지 오른 후 다음날 3.74% 오르는 등 반동을 이어가다 하락 전환했다. 에코프로비엠 역시 에코프로와 6일 상한가를 기록했으나 다음날인 7일 4.85%가 하락했고, 8일에는 주가가 10.19% 빠지며 25만5500원까지 하락했다. 에코프로에이치엔(383310)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는 중이다.

한숨을 돌리는 듯하던 에코프로 그룹주가 무너지기 시작한 것은 증권가에서 부정적인 주가 전망을 잇따라 내놓으면서다. 일부 애널리스트는 보수적인 접근을 넘어 매도 의견을 제시하며 투자심리를 흔들었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거래 금지가 발표되면서 단기간에 주가 변동성을 키웠으나 펀더멘털과는 관계가 없는 요인”이라며 “전방산업의 불안감이 고객사의 사업계획에 반영되기 시작한 만큼 당분간 실적 모멘텀을 기대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에코프로의 급격한 주가 변동성의 원인이 밸류에이션 공백에 있다고 진단했다. 개인투자자의 관심이 커지며 ‘인기 주식’으로 등극해 주가를 띄웠으나 기업의 가치가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상장사뿐만 아니라 비상장 법인의 실적 역시 매우 부진했을 것으로 추정되며 4분기에도 매출 및 영업이익이 감익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자회사의 가치를 합산한 에코프로의 가치는 현 시가총액(19조6246억원)의 절반가량인 10조9000억원으로 도출된다”고 지적했다.

지주사인 에코프로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성장 여력이 크다고 평가된 에코프로비엠에 대한 증권가의 분석도 긍정적이지 않다. 이날 에코프로비엠에 대한 투자의견을 내놓은 주요 증권사 중 절반 가량이 목표가를 기존대비 ‘하향’했다. 주가가 지난 7월 기록한 고점(58만4000원) 대비 절반 이하로 떨어졌으나 여전히 ‘비싸다’는 의견에 무게추를 달았다.



외국계 증권사도 에코프로비엠의 현재 가치에 물음표를 띄웠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보고서에서 에코프로비엠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도(Sell)로, 목표주가는 현재의 절반인 12만원으로 제시했다. 메탈 가격 하락과 이에 따른 4분기 실적 감익이 주된 이유다.

전창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펀더멘털 대비 상대적 고평가인 구간으로 판단된다”며 “4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치도 낮출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에코프로 그룹주가 흔들리는 가운데 시장의 관심은 현재 기업공개(IPO)가 진행 중인 에코프로머티리얼즈로 옮겨지고 있다.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에이치엔에 이른 세 번째 에코프로의 자회사다. 전구체 수요 증가에 따른 성장가능성에 모 회사의 이름값까지 더해지며 하반기 IPO ‘최대어’로 관심을 받으며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직행한다.

그러나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역시 고평가됐다는 지적이 나오며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흥행에서 실패, 공모가를 희망가의 최하단인 3만6200원으로 확정했다. 8일 진행한 일반청약 첫날에는 오후 4시 기준 청약자금이 5550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최근 ‘대어’로 상장한 두산로보틱스의 첫날 증거금 3조5550억원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부진한 수치다.

증권가에서는 에코프로 그룹주에 대한 일종의 ‘팬덤’식 수급을 우려하고 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된 양극재 등 일부 배터리 소재업체들이 중국 등 외국 경쟁업체 대비 현격히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고 있다”며 “미국 시장을 선점한 만큼 비교 우위는 인정되나 프리미엄 폭이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