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한푼'도 안챙겼는데 혐의점 어디서 나오나[검찰 왜그래]

by이배운 기자
2023.08.19 10:10:10

대장동·백현동·정자동 의혹의 석연찮은 ''공통점''
이재명 계좌 샅샅이 뒤져도 검은돈 흔적은 ''0''
성남시민 손해보는 사업구조 ''몰라서 그랬을까''

[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17일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에 출석하면서 “단 한 푼의 사익도 취하지 않았다”고 결백을 호소했습니다. 애초 자기 지갑에 만 원짜리 한 장 안 들어가는 범죄를 무엇하러 저지르겠냐는 것입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실제로 검찰은 이 대표를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을 수사하면서 그의 계좌를 샅샅이 뒤졌지만, 검은돈이 오간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그런 증거가 있었다면 수사는 진작에 종료하고 유죄도 매우 간단하게 입증됐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검찰은 이 대표 유죄를 강하게 의심합니다. 대장동·정자동·백현동 비리 의혹에서 공통된 ‘패턴’을 포착했기 때문입니다. 검찰은 이 대표가 성남시가 마땅히 취해야 할 이득을 포기하고 그것을 민간업자에게 몰아주는 수법을 주로 사용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은 사업 준비 단계부터 막대한 개발 이익이 예상됐는데도 성남시는 턱없이 적은 금액을 가져가기로 정해놓고, 나머지 막대한 이득은 모두 민간업자가 챙겼다는 내용입니다.

아울러 ‘정자동 호텔 비리 의혹’은 부동산 개발업체에 각종 특혜성 인허가를 내주고 성남시에 불리한 계약을 맺어 결과적으로 업체만 막대한 이득을 챙기고 성남시는 그만큼 손해를 봤다는 내용입니다.

뒤이은 ‘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 역시 개발업체에 각종 특혜성 인허가를 내주는 한편, 원래 이 사업에 참여하기로 했던 성남도시개발공사를 사업에서 빠지도록 해 업체가 개발 이익을 독식했다는 내용입니다.

이를 놓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영업사원이 100만원짜리 휴대폰을 주인 몰래 아는 사람과 미리 짜고 10만원에 판 것”이라며 “여기서 주인은 90만원 피해를 본 것이지, 10만원이라도 벌어줬다는 변명은 통할 수 없을 것”이라고 비유했습니다.

검찰은 이처럼 민간업자들이 이익을 독차지하는 사업 구조는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의 지시·묵인하에 만들어졌다고 보고 있습니다. 성남시의 명백한 손해임을 알고있는 상태에서 최종 결재권자로서 도장을 찍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당시 성남시 공무원들은 개발 사업 계획이 어딘가 잘못됐음을 느꼈지만 윗선에서 문제제기를 묵살했다는 진술을 내놓습니다. 이 대목에서 주로 등장하는 인물이 이 대표의 ‘오른팔’로 불리는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입니다.

하지만 이 대표는 대장동·정자동·백현동 개발 사업을 그렇게 진행한 것은 당시엔 최선의 판단이었으며,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일부 부정행위는 전혀 인지하지 못한 ‘아랫선의 일탈’이라고 해명합니다. 아울러 자신은 이득을 챙긴 민간업자들과 별다른 인연이 없으며, 어쨌든 성남시도 이익을 챙긴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전혀 죄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검찰은 민간업체에 (부정한 방식으로)몰아준 이익이 어떻게 이 대표의 사익(범행동기)으로 연결되는지는 아직도 그럴듯한 설명을 못 내놓고 있습니다. 의혹 관련자들이 줄줄이 철창에 드나드는데도 유독 이 대표 수사는 지지부진해 보이는 까닭입니다.

다만 이 대표가 백현동 의혹 관련해 조사를 받은 날 검찰 관계자는 “사익 추구와 배임 행위는 무관하다”며 이 대표의 방어논리룰 반박했습니다. 부정한 이익이 ‘본인의 지갑’이 아닌 ‘3자의 지갑’에 들어가도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게 배임죄의 핵심입니다.

검찰은 이 대표 소환조사 내용을 면밀히 분석하고 백현동 사건 처리 방향을 결정할 예정입니다. 법조계는 이 대표 신병확보 여부와는 별개로 기소 처분은 유력하다고 내다봅니다. 이미 백현동 민간 사업자 정바울 씨와 성남시장 선대본부장 출신 로비스트 김인섭 씨가 구속 기소됐기 때문입니다.

재작년 9월 대장동 비리 의혹 수사와 함께 시작된 이 대표와 검찰의 끈질긴 악연은 백현동 의혹 처분으로 정점에 치달을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