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북 제재안 안보리 표결 추진…러·중 반대시 '물거품'
by김정남 기자
2022.05.26 07:40:59
로이터 "미, 대북 추가 제재안 안보리 표결"
북 ICBM 추가 도발…미 곧바로 ''행동'' 시사
중·러 반대시 제재 불가능…손 묶이는 유엔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미국 주도로 대북 제재 강화안을 표결에 부칠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잇단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도발에 따른 것이다. 다만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채택이 불가능하다는 점이 변수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과 부인 리설주 여사. (사진=조선중앙TV 화면/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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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통신은 25일(현지시간) 미국의 한 당국자를 인용해 “유엔 안보리에서 수일 내에(in the coming days) 대북 추가 제재 결의안을 표결에 부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은 5월 안보리 의장국이다.
앞서 지난달 미국은 대북제재 결의안 초안을 유엔 안보리 15개 이사국에 전달했다. 대북제재 결의안이 회람된 것은 2017년 12월 만장일치 채택된 안보리 2397호 결의 이후 처음이다. 이번 초안은 3월 24일 북한이 핵·미사일 모라토리움(중단) 약속을 깨고 ICBM 도발을 감행한 데 따른 조치였다.
미국은 그 이후 이를 안보리 이사국들과 논의해 왔다. 그런데 조만간 대북 추가 제재안 표결에 나설 것이라고 언급하는 건 최근 북한의 또다른 도발 때문이다. 북한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한일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던 24일 ICBM을 비롯한 탄도미사일 3발을 발사했고, 미국은 이날 곧바로 추가 제재 의사를 내비치며 ‘행동’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결의안은 원유의 경우 연간 400만배럴에서 200만 배럴로, 정제유의 경우 연간 50만배럴에서 25만배럴로 각각 대북 수출을 제한하는 조치를 담았다. 북한의 한해 석유 소비량은 최대 550만배럴로 추정된다. 북한 경제가 충분히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수준이다.
또 북한에 담뱃잎과 담배 제품을 수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애연가라는 점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관영매체 앞에서도 거리낌 없이 담배를 물어 왔다. 김 위원장의 아내인 리설주 여사는 2018년 남북정상회담 때 정의용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김 위원장에게) 항상 담배를 끊기를 바란다고 부탁하고 있지만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언급해 화제가 됐다.
아울러 북한 정찰총국과 연계된 것으로 알려진 해킹단체 라자루스를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이들의 자산을 동결하는 조치 역시 제재안에 들어갔다.
특히 이번에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 3발 중 1발은 ICBM인 ‘화성-17형’으로 추정됨에 따라 2397호 결의 내 이른바 ‘트리거’(trigger·방아쇠) 조항을 발동할 근거가 생겼다. 이에 따르면 안보리는 북한이 ICBM을 쏘면 대북 유류 공급 제재를 자동으로 강화하도록 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이같은 의지가 현실화할 지는 미지수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은 미국, 중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등 5개국인데, 이들 중 한 곳이라도 반대하면 안보리를 통과할 수 없는 탓이다. 이들 5개국은 제2차 세계대전 승전국이자 핵 보유국이다.
로이터통신은 “(대북 제재안을 두고) 중국과 러시아는 반대 의사를 표해 왔다”고 전했다. AFP통신은 “유엔의 외교관들은 중국과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북한의 잇단 미사일 도발과 핵 실험 가능성은 세계 평화에 큰 위협이 되고 있지만, 정작 유엔은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한편 유엔은 북한의 이번 미사일 도발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스테판 뒤자리크 유엔 대변인은 이날 “국제적인 긴장만 고조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은 북한이 안보리 결의에 따라 미사일과 핵 개발을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