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최훈길 기자
2021.04.13 06:00:00
13일 정 총리 귀국 이후 이르면 금주 개각 발표
대대적 물갈이냐, 안정적 관리형 내각이냐 관건
‘홍기만성’ 홍남기 남을지, 도지사 나갈지 주목
국토부 등 5개 경제부처 교체, 관료 Vs 정치인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이명철 김상윤 한광범 최정훈 기자]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지면 걷잡을 수 없는 레임덕이 옵니다. 가능한 빨리 쇄신용 물갈이로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합니다.”
“장관 몇명 바꾼다고 지지율이 오릅니까. 확 바꿨다가 청문회에서 덜컥 걸리면 어떡합니까. 오히려 지지율만 깎아 먹습니다. 결국 그대로 가거나 관료 출신으로 앉히는 게 최고의 선택지입니다.”
세종관가가 개각설로 뜨겁다. 곳곳에서 ‘복도통신’이 쏟아진다. 전망은 엇갈린다. 충청·영남 출신 국무총리를 임명하고 경제팀을 전면 쇄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면 정권 말에 관리형 총리·장관을 앉혀 불협화음을 줄이고 안정적인 마무리를 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이르면 금주 중에 드러나는 개각 윤곽에 따라 향후 정책 방향도 판가름날 전망이다.
12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세균(71) 총리는 13일 오전 이란에서 귀국한 이후 이르면 금주 중에 사퇴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정부 A 관계자는 “19일 대통령 주례회동, 19~21일 국회 대정부질문 전후로 입장을 밝힐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정 총리는 지난 11일 페이스북에서 “정세균(丁世均)의 뜻처럼 ‘세상을 균등히 고르게’ 하는 고무래가 되고 싶다”고 밝혀, 대선 출마를 시사했다.
총리 후보(이하 가나다순)로는 김부겸(63) 전 행정안전부 장관, 김영란(65) 전 국민권익위원장, 김영주(71) 전 무역협회장, 박지원(79) 국가정보원장, 유은혜(59)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이태복(71) 전 보건복지부 장관, 원혜영(70)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 등이 거론된다. 출신 지역(대구 출신 김부겸·충남 보령 출신 이태복), 참여정부 장관 출신(김영주), 여성 인재(김영란·유은혜), 의원 출신(박지원·원혜영) 등을 고려한 것이다.
정부 B 관계자는 “김부겸 전 장관은 행안부 장관 시절 주요 국정과제를 집중적으로 챙기고 나머지 세세한 부분은 믿고 맡기는 선 굵은 리더십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반면 정부 C 관계자는 “현 정부는 대대적인 정책 궤도 수정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원혜영 전 의원 등 안정적인 관리형 총리를 임명해 임기 말에 당정청 간 잡음이 나오지 않는 인사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거취를 놓고는 전망이 엇갈린다. 기재부 내부에선 홍 부총리에 대한 지지 여론이 많다. 최장수 경제부총리 기록을 세우고 경제성장률을 선방하는 등 ‘홍기만성(洪器晩成)’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기재부 관계자는 “홍 부총리가 남을지, 사퇴하고 내년 강원도지사 출마를 준비할지는 각각 절반의 가능성이 있다”며 “그래도 구관명관(舊官名官)이라는 말처럼 정권 말기에는 손발을 맞췄던 멤버가 마무리 투수를 해야 한다고 본다”고 전했다.
그러나 여권 내부에서는 홍 부총리에 대한 거부감도 큰 상황이다. 홍 부총리는 지난해 긴급재난지원금 지원 방식을 놓고 이해찬 민주당 전 대표,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낙연 전 대표 등과 충돌했다.
여권 관계자는 “지난해 기재부의 나라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기재부가 민생보다는 재정건전성을 더 챙기는 느낌이 들었다”며 “홍 부총리가 남아 있으면 작년과 같은 충돌이 올해도 반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때문에 여당과 합이 맞는 경제부총리가 등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고형권(57·행시 30회) 주OECD 대한민국대표부 대사, 구윤철(56·행시 32회) 국무조정실장, 노형욱(59·행시 30회) 전 국무조정실장, 은성수(60·행시 27회) 금융위원장 등이 유력 후보군으로 꼽히고 있다.
고 대사, 구 실장, 노 전 실장은 김동연 전 부총리와 홍 부총리처럼 EPB(경제기획원) 출신이다. 기재부 1차관 출신인 고형권 대사는 종교인 과세가 공식 논의된 지 50년 만인 2018년에 차질 없이 과세를 시행하는 등 민감한 과제를 매끄럽게 처리해왔다.
구윤철 실장은 참여정부 인사제도비서관·국정상황실장, 기재부 정책조정국장·예산실장·2차관 등 인사, 정책, 예산 분야를 두루 거쳤다. 은성수 위원장도 기재부, 여당과 원활하게 소통이 되는 관리 적임자로 알려져 있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달 사의를 표하면서 국토부 장관도 조만간 교체될 예정이다. 조정식·진성준 민주당 의원, 김용범 전 기재부 1차관, 윤성원 국토부 1차관, 강현수 국토연구원장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땅투기 사태로 민감한 현안이 많은 만큼 관료 출신이 기용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취임한 지 1년6개월이 넘은 고용노동부·농림축산식품부·산업통상자원부·해양수산부 장관도 바뀔 수 있다. 정권 말기에 관료 출신이 등용될 것이란 전망과 2024년 총선을 앞두고 경력 쌓기용으로 정치인 출신이 올 것이란 전망이 엇갈린다.
산업부 장관 후임으로는 이인호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 김학도 중소벤처기업진흥재단 이사장 등 산업부 퇴임 관료나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후보에 올랐던 유명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 조정식·홍익표 민주당 의원 등이 거론된다.
정부 D 관계자는 “산업부는 탈원전 문제로 검찰 조사까지 받으면서 조직 분위기가 침체된 상황”이라며 “정권 초기처럼 교수 출신이 임명되기보다는 조직을 추스르고 안정적으로 이끌 공무원 출신이나 외압을 막을 힘 있는 의원 출신이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수부 차기 장관으로는 김양수 전 해수부 차관, 부산 출신 김해영 민주당 전 의원, 이연승 전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이사장 등이 거론된다.
농식품부 후임 장관으로는 김종회 무소속 전 의원, 김현권 민주당 전 의원, 김병원 전 농협중앙회장, 이재욱 전 농식품부 차관, 김경규 전 농촌진흥청장 등이 하마평에 올랐다.
고용부 장관 후보군에는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송옥주 민주당 의원, 박화진 고용부 차관 등이 거론되지만 현 이재갑 장관의 유임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근면 초대 인사혁신처장(성균관대 특임교수)은 “개각 명단이 나오게 되면 문재인정부의 향후 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며 “관리형 개각을 통해 당정청이 결집해 오세훈·박형준 시장에 공세를 취할지, 쇄신으로 정책 궤도 수정을 할지가 최대 관심사”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