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문재인]말 못할 그 이름, ‘3단계’

by김정현 기자
2020.08.31 05:30:00

코로나 재확산 이어지며 거리두기 3단계 가능성
3단계만은 막아보자는 의지 곳곳에서 표출돼
글로벌 확진자 지속 늘지만 경제봉쇄지수는 하락
그 와중 한국만 경제봉쇄 높이면 성장률 하락 불보듯
한은 성장률 전망 -0.2%→-1.3% 내렸는데 더 낮출판

[이데일리 김정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8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수도권 병상 공동대응 상황실에서 주영수 국립중앙의료원 기획조정실장으로부터 중증 병상 확보 현황을 보고받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번주 문재인 대통령의 키워드 중 주목할 것은 ‘거리두기 3단계’입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의 재확산 상황을 막지 못 하면 거리두기 단계를 2단계에서 3단계로 격상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전제하긴 했는데요, 그러나 3단계 격상만은 막고 싶다는 의중이 곳곳에서 표출됐습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4일 청와대에서 진행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지금 단계에서 막아내지 못한다면 3단계로 격상될 수밖에 없다”면서도 “3단계 격상은 쉽게 말할 수 있는 선택이 아니다”고 우려했습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 발언을 두고 “대통령 말씀의 중점은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로는 가지 않도록 막아내자는 데 있다”고 해설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8일에는 아예 국립의료원을 찾아 전문가의 의견을 통해 3단계 격상을 더 신중히 고려해도 된다는 확답을 들었습니다. “3단계로 방역 단계를 (높이는) 부분은 더 신중하게 (해도 되냐)”는 문 대통령의 질문에 정기현 국립의료원 원장은 “확진자가 많다고 (거리두기) 단계를 높이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정 원장은 “단계를 높일 것인가 하는 여부는 의학적으로 그 나라가 중환자 치료를 할 수 있는 의료 시스템이 제대로 되어 있느냐는 부분과 비의료적인 측면을 같이 (고려할 일)”이라면서 “다른 나라는 (확진자) 1만명 이상, 수천명 이상에서 락다운을 생각고 하고 있지 않은 데도 불구하고 우리가 3~400명 수준에서 조금 과도한 불안감 아닌가”라고도 말했습니다.

3단계는 막아보자는 문 대통령의 의지는 다름 아닌 경제 때문입니다. 경제적 타격은 확진자 수 그 자체가 아니라 경제봉쇄 정도에 따라 좌우됩니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OECD 국가들 중 가장 선방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도 거기에 있었습니다.



이제 한국뿐 아니라 여타 국가들도 경제봉쇄 정도를 완화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을 포함해 글로벌 코로나 확진자 수는 지속 증가하고 있지만, 각국은 오히려 경제봉쇄 정도를 완화하면서 당초 예상보다 경제가 선방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원자료=블룸버그, 각 기관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일제히 글로벌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상향조정하고 있습니다. 가령 골드만삭스는 지난 5월 말에는 올해(2020년) 글로벌 경제성장률을 마이너스(-)3.8%로 예측했는데, 6월에는 -3.4%, 7월에는 -3.3%로 각각 0.4%포인트, 0.5%포인트씩 높여 잡았습니다.

같은 기간 바클레이는 -4.1%(5월)에서 -3.6%(6월) -3.6%(7월)로,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4.4%(5월), -4.1%(6월) -4.2%(7월)로 글로벌 경제성장률을 내다봤습니다. 씨티(Citi)는 -3.6%(5월), -3.5%(6월), -3.7%(7월), JP모건(Morgan)은 -4.7%(5월), -4.0%(6월), -4.3%(7월)로 각각 전망치를 바꿨습니다.

글로벌 신규 확진자 수는 5월 일평균 9만4000명에서 6월 14만4000명, 7월 23만2000명으로 오히려 늘었는데, IB 상당수가 글로벌 경제성장률을 오히려 높여 잡았다는 뜻입니다. 확진자 수는 늘어나지만 경제봉쇄지수가 완화되는 탈동조화(디커플링) 현상이 나타나면서입니다.

일별 신규확진자수(WHO)가 증가하는 와중에도 골드만삭스가 추산한 봉쇄조치강도지수(ELI)는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 (자료=한국은행 제공)
이런 와중에 우리나라에서 거리두기 3단계에 돌입한다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만 거꾸로 하향 조정되는 현상이 빚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가령 최근 한국은행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참고해볼까요. 한은은 지난 27일 ‘수정경제전망’을 발표했는데,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 예상치를 지난 5월 내놨던 -0.2%에서 -1.3%로 1.1%포인트 하향 조정했습니다. 당초 예상보다 코로나 사태가 조기에 잡히지 않으면서입니다.

그런데 거리두기 3단계에 돌입한다면 -1.3% 성장률조차 낙관적인 것이 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1.3% 성장률은 거리두기가 현재 수준이라는 가정 하에서 나온 수치여서입니다. 한은은 거리두기 강화 가능성은 뺀 채, 이번 코로나 재확산이 연초와 비슷한 기간 동안 지속되고 이후에는 국지적 확산이 간헐적으로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는 전제만 했습니다.

정부는 지난 11일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가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기존 -1.2%에서 -0.8%로 상향 조정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해왔습니다. 그런데 3단계 거리두기에 돌입하는 경우 다시 시계가 거꾸로 되돌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자료=한국은행 8월 수정경제전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