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온라인…문제는 출혈경쟁, 맷집 키워야
by함지현 기자
2020.03.30 05:45:00
전문가와 함께 쓰는 스페셜 리포트④
"코로나19로 전 연령층 언택트 소비문화 자리 잡을 것"
"이커머스, 주류로 성장…적자 버틸 맷집 커질 수도"
대규모 출혈은 여전…쿠팡 2조원대 적자 가능성도
| 모바일로 쇼핑을 하는 모습.(사진=롯데백화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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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함지현 기자]편의성으로 무장한 온라인은 최근 오프라인 소비심리 악화로 인해 또 한 단계 성장을 앞두고 있다. 코로나19로 심화한 언택트(비접촉) 소비문화에 물류의 발전, 서비스 강화, 제품의 질 향상 등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구매 빈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들은 출혈 경쟁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스스로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는 탓이다. 이런 이유로 업계에선 심심치 않게 합종연횡설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29일 오세조 연세대 경영학과 명예교수는 “그동안에는 젊은 층이 중심이었던 온라인 소비가 이번 코로나19를 계기로 전 연령층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번 사태로 언택트 소비문화는 더욱 확고히 자리 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이커머스 업체들은 코로나19 이후 생필품을 중심으로 구매가 더욱 몰리는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쿠팡은 코로나19 이전 하루 220만개였던 하루 배송량이 300만개로 급증했다. 쓱닷컴 역시 하루 80% 수준이던 주문 마감률이 현재 95~99%를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이커머스는 급격한 성장세를 보여 왔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8년 온라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2% 성장했다. 오프라인이 0.9% 하락한 것과 대비된다. 2018년에도 온라인 매출은 전년보다 15.9% 늘었었다.
이커머스가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갈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손가락만으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편리함’ 때문이다. 쿠팡의 ‘로켓 배송’에서 시작된 물류 혁신으로 하루도 채 안 돼 주문한 제품을 받아볼 수 있게 되면서 심리적 거리도 좁혔다. 가격 경쟁력과 제품의 다양성 역시 장점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비대면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영역을 구분하지 않고 전반적인 구매가 온라인몰에서 이뤄지는 형국이다.
전망도 밝다. 코로나19로 새롭게 이커머스를 경험한 고객들이 신규 고객으로 정착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서다. 지난 2015년 메르스 당시에도 온라인 쇼핑에 소극적이던 40~60대가 온라인으로 대거 유입된 사례가 있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해 이제는 이커머스가 명실공히 국내 유통업계의 ‘주류’로 거듭나고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애플리케이션(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은 쿠팡의 지난 2월 결제금액을 1조 6300억원으로 추정했다. 전년 동기보다 68% 증가한 수준이다. 티몬은 상장 작업에 착수했다. 다수의 국내 증권사에 상장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보냈으며 이르면 다음 달 중으로 상장주관사를 선정하고 상장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뒤늦게 이커머스에 도전한 쓱닷컴은 올해 목표 거래액을 전년 대비 25% 증가한 3조 6000억원으로 잡았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이커머스가 주류로 발돋움하면서 적자가 나더라도 버틸 수 있는 맷집과 기다릴 수 있는 인내심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관건은 이들의 출혈 경쟁이다. 주문량이 늘어나면 업체에 큰 이익이 될 것 같지만 물류·배송 인력 충원 등 인프라 구축에 들어가는 비용 등을 감안하면 대부분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구조다. 외부 자금 수혈을 불사하더라도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파괴한 혁신을 진행하면서 소비자 편의성 높이기에 집중한 결과다. 주요 이커머스 업체들이 매각설에 휩싸이는 이유도 이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물류 혁신을 주도했던 쿠팡의 경우 매년 적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2014년 1215억원이던 적자는 2015년 5200억원, 2016년 5653억원, 2017년 6388억원에서 2018년 1조 970억원으로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이 같은 규모는 더욱 커져 작년 적자 규모가 2조원까지 늘어났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위메프는 지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적자가 636억원, 417억원, 390억원으로 매년 감소했다. 하지만 쿠팡의 적자를 감수한 성장을 따라가지 못하면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에 상품기획자(MD)의 대대적 확충과 신규 파트너사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적자폭도 대폭 늘어났을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