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기술로 독립운동지 5곳을 연결하다..‘5G 아리랑 라이브 오케스트라’ 성공

by김현아 기자
2019.07.18 06:14:49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고종 황제로부터 받은 밀서를 가슴에 품고 이준 열사가 달려갔던 네덜란드 헤이그, 일제 강점기 유학생들이 2·8 독립선언서를 발표한 일본 도쿄 YMCA, 대한인국민회의가 열렸던 미국 LA,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만들어졌던 중국 상하이, 열사들이 나를 버리려 열차에 몸을 실었던 서울 서울역과 광주의 근대화에 헌신한 오웬 선교사를 기리는 광주 오웬기념각 등 5곳의 독립운동지.

지난 16일 오후 7시(중국 상하이 현지시간), 이 곳들을 첨단 기술로 연결해 각 지역에서 별도로 연주한 영상을 5G 기반 미디어 솔루션으로 통합해 하나의 합창공연(5G 라이브 오케스트라)으로 생중계하는 데 성공했다.

SK텔레콤과 외교부가 임시정부 100주년 기념 헌정공연으로 준비한 것으로,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5G 통신망을 활용해 의미를 더했다.

▲외교부 [Live MOFA] ‘한중 우호 카라반’ 해단식 영상 중 일부. 1시간 19분부터 38분까지 5G 라이브오케스트라를 볼 수 있다. 외교부 유튜브 캡처
이 공연은 외교부가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하여 국민대표단 100명과 함께 임정활동지를 방문하는 ‘한중 우호 카라반’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100인의 국민대표단은 지난 16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해단식에서 SK텔레콤 5G 상용망을 통해 전송되는 연주에 맞춰 실시간으로 공연을 펼쳤으며 외교부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됐다.

동포 연주자들은 네덜란드 헤이그, 일본 도쿄 등 우리나라 독립운동의 흔적이 남아 있는 장소에서 아름다운 선율을 보태며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의미를 되새겼다.

‘5G 아리랑’ 공연의 총감독인 작곡가 김형석은 “의미가 너무 커서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둘째는 아, 이 것 할 수 있을까 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씨가 긴장한 것은, 해당 공연의 기술적 난이도가 상당했기 때문이다.

독립운동지에서 ‘5G 다원 생중계 합창’에 참가한 인원은 200여 명에 달한다.

작곡가 김형석은 새롭게 해석한 아리랑, ‘원 드림 원 아시아(One Dream One Asia)’ 등이 포함된 7분 26초 길이의 공연을 이끌었다.

김형석은 문화역 서울 284(구 서울역사)에서 가수 바다와 조성모, 충남 예산 출신의 윤봉길 윈드 오케스트라, 독립운동가 후손인 비올리스트 안톤 강과 협연을 펼쳤다.



같은 시각 전남 화순 능주초등학교 정율성 합창부는 광주의 오웬기념각에서 노래를 불렀고, 세계적 리코더리스트 권민석은 네덜란드 헤이그 이준열사 기념관에서, 트럼페터 김민혁은 미국 LA 대한인국민회의에서 연주했다. 일본 도쿄 YMCA에서는 유학생 바이올리니스트 박경훈의 연주로 의미를 더했다.

각각 원격에서 공연한 것이 실시간으로 합쳐져 중국 상하이 해단식 장 무대 위 국민대표단 100명과 함께 합창 공연을 펼친 것이다.

유학생 바이올리니스트 박경훈 씨는 “어렵고 극한 상황에서 애국심을 본받아서 한국인으로서 자긍심을 잃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합하는 공연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 공연은 서로 다른 나라에 떨어져 있는 연주자와 합창단이 이동통신망을 통해 대규모의 실시간 협주에 성공한 최초 사례다.

그런데 네덜란드나 일본, 미국 LA 등은 아직 5G가 상용화되지 않았다. 어떻게 연결했을까.

SK텔레콤은 5G가 상용화된 국내에서 네트워크의 초저지연 특성을 활용해 다른 나라의 LTE 환경에서 수 초 수준이던 딜레이를 1초 미만으로 낮추는데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콘텐츠기업인 마젠타컴퍼니와의 협업을 통해 딜레이 서버를 구축, 외국 이동통신망에서 보내오는 영상과 국내 실시간 연주 영상의 미세한 시간 차를 보정하는 기술을 적용했다고 했다.

다양한 악기를 사용하는 오케스트라 연주자들과 ‘한중 우호 카라반’의 국민대표 100명의 연주 때 위성시계를 기준으로 동시에 연주할 수 있게 했다.

이번에 선보인 5G 기반 다원 생중계 합창 솔루션은 향후 미디어 분야와 공연산업 등에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화역 서울 284에 구축된 영상 관제실 기술자들이 미국과 일본, 네덜란드에서 실시간으로 보내오는 연주 영상을 받아 ‘5G 라이브 오케스트라’로 실시간 전송하는 모습
윤용철 SK텔레콤 커뮤니케이션센터장은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추진된, 의미있는 프로젝트를 통해 대한민국 5G의 글로벌 리더십을 알릴 수 있었다”고 설명하고 “SK텔레콤은 앞으로도 5G 분야의 다양한 도전을 통해 공간적 한계를 극복하고, 세계를 하나로 연결해주는 미래를 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