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가벗은 힘: 이재형의 직장인을 위한 Plan B 전략]
by류성 기자
2019.06.01 08:46:12
(4) 직장인, MBA 학위가 미래를 보장할까?
[발가벗은 힘: 이재형의 직장인을 위한 Plan B 전략]
(4) 직장인, MBA 학위가 미래를 보장할까?
나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했다. 산업공학은 기술과 경영을 아우르는 다학제적 학문이기는 하지만, 공학도, 경영학도 깊이 있게 배우지는 못했다. 회사 재직 시 대리 직급 시절, 나는 전략기획부문에서 일하면서 경영학적 접근 방법, 특히 실용적인 접근들이 필요하다는 걸 피부로 느꼈다. 그런데 내게는 그 기반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당장 일하는 데 큰 지장은 없었지만, 해당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좀 더 깊게 공부할 필요가 있겠다 싶었다. 나는 MBA 과정을 통해 나의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을 거라고 결론 내렸다.
당시 회사에서는 대학원 학비는 물론 생활비까지 지원해주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매년 몇몇 직원을 선발해 국내 및 해외 MBA나 석사·박사 학위 과정을 밟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나는 이 프로그램에 지원했다. 그리고 운 좋게 대상자로 선발되어 회사의 지원으로 미국에서 MBA를 공부할 수 있었다. 물론 이런 혜택을 모든 직장인이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최근엔 직장인들에게 적합한 국내 MBA 과정들이 많아졌다. 직장에 다니면서 1년 또는 1년 6개월 만에 졸업할 수 있는 파트타임 MBA도 많다. 나는 직장인들에게 자비를 들이더라도 MBA를 공부하라고 권하고 싶다. 투자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공대 출신 직장인이라면 더더욱 MBA가 도움이 될 것이다. 내 주변엔 MBA를 공부한 후 회사 내에서 더 크게 성장하는가 하면, 글로벌 기업으로 이직하는 등 커리어 측면에서 성장한 사례들이 많다. 나 역시 MBA를 밟은 후 개인 역량이나 커리어 측면에서 큰 성장을 이뤘다. 물론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있다. 현답은 ‘자기 하기 나름’이다.
MBA 과정을 통해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스승은 세상 도처에 널려 있다는 것이다. 세상은 넓고 우수한 인재는 정말 많다. 중요한 것은 역량과 인성, 둘 다 뛰어난 사람이 어딜 가든 환영받는다는 점이다. 이는 학교나 회사, 혹은 어떤 조직에서나 마찬가지인데, 다시 한 번 이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공부도 잘하고, 인성도 훌륭한 친구들은 어딜 가든 환영 받는다. 그들은 실력이 뛰어나지만 겸손하고, 진지하지만 유머러스하며, 공부할 땐 공부하고 놀 땐 확실하게 놀며, 개인플레이와 팀플레이에 모두 강하다. 나보다 어리지만 여러모로 성숙한 세계 각국에서 온 친구들에게서 나는 보고 배우는 게 많았다.
MBA에서는 전략, 재무회계, 마케팅, 조직행동론 등 경영 실무에 필요한 다양한 과목들을 수강했다. 그중 내가 집중했던 분야는 전략과 조직행동론이었다. 이 두 분야는 내가 회사에서 해온 일들과 관련되어 있었기에 이론적으로도 중무장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관련된 거의 모든 과목들을 수강했고, 외부에서도 인정받는 진짜 역량을 키우자는 다짐에 충실하고자 열심히 공부했다. 이때 공부한 내용은 내가 글을 쓰고 강의하는 데 큰 밑거름이 되고 있다. MBA에서는 여러 분야의 과목을 두루 수강하되, 그중 한두 분야는 집중해서 공부하길 권한다. 자신의 주 전공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MBA를 공부하던 시절, 어느 날이었다. 문득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회사에 복귀하면 다시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MBA 2년차가 되어 한국으로 돌아올 시점이 다가오자 갑자기 불안감이 밀려왔던 것이다. ‘MBA 학위가 미래를 보장해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생각해보니 내가 일하던 부서의 동료들은 국내외의 명문대 출신이거나 석사, 박사, 아니면 MBA를 취득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소위 말하는 ‘스펙’이 좋은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차별화된 경쟁력 혹은 미래에 대한 준비 없이 MBA만으로 이들과의 경쟁에서, 혹은 퇴직 후에 성공을 보장받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MBA 동기들 역시 회사에서 잘나가던 사람들이었지만, 졸업 이후의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나 또한 그들의 영향을 받아 자연스럽게 고민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참에 ‘외부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는 진짜 역량을 키우자’라는 단순한 목표보다 삶의 본질적인 부분들에 대해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을 하니 남은 기간을 의미 있게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엄습했다. 밤잠을 설치면서 많은 고민을 했지만 아무것도 정리하지 못한 채 3개월의 시간이 흘러갔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멍하니 창 밖을 바라보던 내 머릿속에 몇 가지 질문이 스쳐 지나갔다.
‘남은 삶을 어떻게 살고 싶어?’ ‘세상에 어떤 존재가 되고 싶어?’
‘나에게 성공한 삶이란 어떤 거지?’ ‘난 잘하는 게 뭐지? 좋아하는 건?’
‘내 역량을 제2의 인생 직업과 어떻게 연계할 수 있을까?’
뭔가 의미 있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과, 그와 관련된 질문들이 스쳐 지나갔던 것이다. 그리고 이제 곧 마흔인데 ‘직장’만 열심히 다닐 게 아니라, 평생 할 수 있는 ‘직업’이라는 것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질문의 수준이 그 사람의 수준을 결정한다’는 말이 있는데, 자기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이와 같은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동안 내 의식은 보다 진취적으로 미래를 구상하고 있었다. 이후 나는 내 삶의 미래 비전을 수립하게 되고, 이를 하나하나 실행으로 옮기게 된다. 다음 칼럼에서 그 이야기를 들려드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