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운전의 고통을 즐길 각오라면..미니 JCW 컨버터블
by남현수 기자
2019.02.14 07:22:36
[이데일리 오토in] 카가이 남현수 기자=영국에서 시작했던 '미니(MINI)'는 작은 차체에 개성을 갖춘 차다. 2000년 독일 BMW그룹이 인후한 이후 미니는 이름 빼곤 다 커졌다. 특히나 2010년 이후 나온 신차는 미니라는 이름보다는 맥스(MAX)가 더 어울릴 정도로 커졌다. 그럼에도 미니 쿠퍼는 여전히 소형차만의 장점을 그대로 살리고 있다. 짧은 휠베이스와 작은 차체에서 오는 특유의 핸들링이 매력적이다.
더 짜릿한 운전 재미를 느끼고 싶다면 JCW 버전을 선택하면 된다. 이번에 시승한 차량은 미니 쿠퍼 JCW 컨버터블이다. 3도어 모델에 패브릭 소재의 탑이 있는 모델이다. 짜릿한 운전 재미에 오픈 에어링까지 즐길 수 있는 팔색조 매력을 갖췄다.
미니를 두고 혹자는 이렇게 말한다. “미니 구매자는 미니의 라이프 스타일을 함께 사는 것이다.”
미니는 오너들에게 자동차로 라이프 스타일을 제시한다. 아울러 개성을 중시하는 사람들은 미니를 통해 '나'를 표현한다. 미니는 국내에서 수 많은 파티를 개최할 뿐 아니라 플리마켓도 수년 째 이어오고 있다. 최근에는 패션 영역까지 손을 뻗었다. 진정한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로 거듭나는 모양새다.
미니의 또다른 장점은 디자인에 큰 변화 없이 오랫동안 통일성을 유지한다는 점이다. 새 차를 샀는데 1,2년 만에 디자인을 바꿔 헌 차가 되는 낭패를 겪지 않아도 된다.
시승차는 3세대 미니의 페이스리프트 버전이다. 디테일만 손 봤을 뿐이다. 미니에 관심이 없다면 대체 어디가 바뀌었는지 알아차리기 어려울 정도다. 기존 미니 오너들은 이번 부분변경 모델의 테일램프를 가장 탐낸다. 영국 국기 유니언잭을 형상화한 테일램프는 미니만 소화할 수 있는 독특한 디테일 요소다. 패브릭 소재의 루프에도 유니언잭이 크게 자리잡고 있다. 지금은 비록 독일 브랜드인 BMW 산하에 있지만 영국 태생의 정체성을 잃지 않았다는 것을 강력하게 주장한다.
고성능 버전인 만큼 외모는 우락부락(?)하게 꾸몄다. 레블 그린(Rebel Green) 외관에 JCW의 상징색인 칠리 레드 포인트가 들어간 차체는 ‘나 성깔있어’라고 얘기하는 것처럼 보인다. 앞 범퍼에는 대형 공기 흡입구가 자리잡고 있다. 존 쿠퍼 웍스 배지를 단 4피스톤(앞 바퀴) 캘리퍼 브레이크는 정지 상태에서도 강력한 브레이킹 실력을 보여준다. 고성능 모델을 지향하는 만큼 후면에는 스포일러를 덧대 고속에서 차를 노면에 밀착시킨다. 가운데 위치한 두 개의 배기구는 스포츠카를 연상케 한다.
실내로 들어오면 칠리 레드는 오감을 자극한다. 가장 먼저 센터페시아에 위치한 토글형 버튼이 반긴다. 엔진 스타트 버튼은 붉은색으로 치장했다. 운전자의 달리기 욕구를 자극하는 셈이다. 빨간색 스티치 들어간 스티어링 휠은 BMW 계열 답게 그립감이 좋다. 길쭉하게 올라온 기어노브는 시각적으로 거슬리지만 조작감은 꽤나 단정하다. 헤드레스트 일체형 버킷시트는 제대로 몸을 밀착시킨다. 시트는 스웨이드 재질로 마감돼 옷과 밀착력이 좋다. 버킷시트지만 의외로 편한 착좌감도 칭찬할 만하다. 2열은 사실상 사람을 태우는 용도보다는 짐칸에 가깝다. 시트 등받이가 수직으로 곧추 세워져 있고 무릎공간이 거의 전무하다. 강아지를 태우면 딱인 자리다.
센터 디스플레이를 감싼 큰 원은 기능에 따라 색이 바뀐다. 평상시에는 알피엠에 따라 움직이고 공조기를 조작하면 온도에 따라 색이 변한다. 주차를 할 때는 사물에 가까워 질수록 노란색, 주황색, 빨간색으로 점차 색이 짙어지면서 운전자에게 경고를 보낸다. 동글동글한 실내 디테일은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게다가 지붕도 오픈이 된다.
JCW 모델은 전문 튜너의 손길이 닿아있다. 그 흔적은 달릴 때 제대로 발휘된다. 직렬 4기통 2.0L 가솔린엔진은 최고출력 231마력, 최대토크 32.7kg.m을 발휘한다. 시동을 걸면 경쾌한 엔진소리가 실내에 거의 대부분 유입된다. 정숙성이라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기분 좋은 엔진음을 즐기라는 얘기다.
기본 3도어 모델보다 차체 중량이 80kg 무거운 1390kg에 달하지만 소형차로 가벼운 수준이라 출력이 넘친다. 차체를 재미있게 콘트롤하기엔 더할 나위 없이 안성맞춤인 파워다. JCW엔 3가지 드라이빙 모드가 있다. 노말, 에코 그리고 스포츠다. 어느 모드에서나 변속기를 왼쪽으로 당기면 스포츠 모드로 바뀐다.
스포츠 모드에선 좀처럼 기어 변속을 허용하지 않고 RPM을 끌어 올린다. 도로에서 존재감이 확실히 드러난다. 가속페달을 깊숙하게 밟았다 놓는 순간 ‘푸다닥’하는 소리를 내뿜는다. 일명 ‘팝콘소리’라고 불리는 후연소 배기음이다. 6단 자동변속기는 빠릿빠릿하게 제 몫을 다한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6.5초가 걸린다. 폭발적인 가속력은 아니지만 경쾌함이 스포츠카 부럽지 않다. 컴바이너 타입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변속 시점을 표시해줘 고성능 운전을 돕는다.
압권은 코너링! 단단한 하체를 체감할 수 있다. 이전 세대에 비해 많이 부드러워졌다고는 하지만 일반 소형차보다 엄청 단단한 축에 속한다. 스티어링휠과 앞바퀴의 직결감이 훌륭하다. 운전자의 의도를 읽고 즉각적으로 움직인다. 급격한 코너링에서도 차체는 안정적이다. 단단한 서스펜션과 차체 강성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운전에 조금 서툴더라도 JCW가 보완을 해준다. 운전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미니 S보다 다듬어진 브레이크 성능은 빠른 속도에서도 안정적인 브레이킹 능력을 발휘한다.
오픈카는 역으로 여름보단 겨울에 어울린다. 히터와 열선 시트의 온도를 최대로 높이고 호기롭게 뚜껑을 열었다. '추위에 꼴깝을 떤다'는 다른 차량 운전자의 눈초리가 따갑지만 막상 차 안에 있으면 마치 노천탕에 들어온 듯하다. 절절끓는 열선 시트 덕에 몸은 따뜻하고 머리는 찬바람에 상쾌하다. 탑을 닫았을 때 들리는 찌그덕 소리는 오픈 에어링의 낭만을 위해 감내 할만하다.
미니 JCW 컨버터블은 경쾌한 드라이빙과 오픈 에어링의 즐거움을 모두 누릴 수 있는 재밌는 차다. 일반 세단에 익숙해진 운전자는 고통을 느낄수도 있을 정도로 개성이 강하다. 안전하고 편안한 이동수단의 개념을 넘어서 운전의 즐거움을 느끼려는 사람에게 제격이다. 미니는 고통을 감내하는 문화를 만든다고 할까. 더구나 미니를 구매하는 사람들은 미니만의 라이프 스타일을 원하지 않는가. 미니와 비슷한 차는 많지만 미니를 대체할 수는 없다. 다만 5570만원의 비싼 가격은 호주머니에 키를 넣고 싶은 욕구를 망설이게 한다.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역시 개성을 찾고 살리려면 지갑을 훌러덩 열여야 하는 게 일반이 아니라는 교훈이다.
: 오픈 에어링의 즐거움과 경쾌한 달리기 실력
: 2천만원 저렴한 벨로스터 N이 아른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