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일의 부동산톡]계약서 문구에 조건·기한이 붙어있는 경우의 해석

by양희동 기자
2019.01.26 05:00:00

[김용일 법무법인 현 부동산전문변호사] 부동산 매매계약 등 법률행위가 성립하면 곧바로 그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당사자들이 법률행위 효력의 발생 또는 소멸을 장래의 일정한 사실에 의존케 하는 것도 유효하다. 이처럼 법률행위 효력의 발생 또는 소멸을 제한하기 위하여 법률행위에 부가되는 약관을 법률행위의 부관이라 하고, 대표적인 것이 ‘조건’과 ‘기한’이다. 계약서 문구에 조건, 기한 등이 있을 때 해석 및 법률효과에 대한 판단이 어려운 경우가 많은바, 이번 시간에 정리해 보겠다.

조건이란 법률행위의 효력의 발생 또는 소멸을 장래의 ‘불확실한’ 사실의 성부에 의존케 하는 법률행위의 부관이고, 기한이란 법률행위의 효력의 발생이나 소멸을 장래 발생할 것이 ‘확실한’ 사실에 의존케 하는 법률행위의 부관이다. 예를 들어, ‘내가 결혼하면 이 땅을 너에게 주겠다’에서 ‘내가 결혼하면’이라는 사실은 장래 발생할 수도 있고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는 불확실한 사실이으므로, 조건에 해당한다.

조건 중에서 법률행위 효력의 ‘발생’을 장래의 불확실한 사실에 의존케 하는 것이 정지조건이고, 법률행위 효력의 ‘소멸’을 장래의 불확실한 사실에 의존케 하는 것이 해제조건이다. 정지조건부 법률행위의 경우, 조건이 성취되면 법률행위의 효력이 발생하고, 불성취로 확정되면 무효로 된다.

한편, 조건의 성취로 인하여 불이익을 받을 당사자가 신의성실에 반하여 조건의 성취를 방해한 경우 상대방은 그 조건이 성취된 것으로 주장할 수 있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민법 제150조).

관련하여 법원은, “상대방이 하도급받은 부분에 대한 공사를 완공하여 준공필증을 제출하는 것을 정지조건으로 하여 공사대금채무를 부담하거나 위 채무를 보증한 사람은 위 조건의 성취로 인하여 불이익을 받을 당사자의 지위에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들이 위 공사에 필요한 시설을 해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공사장에의 출입을 통제함으로써 위 상대방으로 하여금 나머지 공사를 수행할 수 없게 하였다면, 그것이 고의에 의한 경우만이 아니라 과실에 의한 경우에도 신의성실에 반하여 조건의 성취를 방해한 때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그 상대방은 민법 제150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위 공사대금채무자 및 보증인에 대하여 그 조건이 성취된 것으로 주장할 수 있다.”고 하였다(대법원 98다42356 판결).

위에서 설명했듯이, 조건부 법률행위의 효력은 장래의 불확실한 사실의 성부에 의존한다. 그러나, 조건의 성부가 확정되기 전이라도 당사자는 조건의 성취로 일정한 이익을 얻게 될 기대를 가지게 되는바, 이 권리를 조건부 권리라고 한다.

민법은 조건부 권리와 관련하여, “조건있는 법률행위의 당사자는 조건의 성부가 미정한 동안에 조건의 성취로 인하여 생길 상대방의 이익을 해하지 못한다.”고 규정하였다(제148조). 예를들어, 토지를 증여하면서 다만 장래 어떤 조건이 달성되어야 비로소 증여의 효력이 발생하는 것으로 하였는데, 증여자가 그 조건의 성취 전에 다시 제3자에게 매각하여 그 등기가 경료되었다면, 위 토지를 증여받기로 한 자는 조건의 성취를 전제로 증여자에게 그 토지의 인도불능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

앞서 설명했듯이, 기한은 법률행위의 효력을 장래의 ‘확실한 사실’에 의존케 한다는 점에서, 법률행위의 효력을 장래의 ‘불확실한 사실’에 의존케 하는 조건과 구별된다. 기한은 다시 그 사실이 발생할 시기가 확정되어 있는 확정기한과, 그렇지 않은 불확정기한으로 나뉜다.

예를들어, ‘2019.3.1.부터’는 확정기한이고, ‘내가 사망한때’부터 효력이 발생한다고 했을 때, 사망한다는 것은 장래 발생하는 것이 확실하기는 하지만, 정확한 시기가 확정되어 있지 않으므로, 기한 중에서도 불확정기한에 해당한다.



판례에 따르면, 불확정기한의 경우, 당해 사실이 발생한 경우 뿐만 아니라, 당해 사실의 발생이 불가능하게 된 때에도 기한이 도래한 것으로 간주되어, 법률효과가 발생한다(대법원 88다카10579 판결).

한편, 계약서 문구에 부관을 달았을 때, 해당 부관이 정지조건인지 불확정기한인지 애매한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 해당 부관이 조건인지 기한인지는 당사자의 의사해석에 의해 판단한다.

양자의 구별 기준에 대해 판례는, 해당 부관에 기재된 사실이 장래 발생하는 것이 확실한지 여부에 따라 일률적으로 판단하기 보다는, 해당 부관에 기재된 사실이 성취되면 법률행위의 효력이 발생하고, 불성취로 확정되면 법률행위가 무효로 되는 등 해당 부관의 성취 여부에 따라 법률행위의 효력이 좌우되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이면, 해당 부관을 정지조건으로 판단하고, 해당 부관에 기재된 사실이 성취된 경우는 물론이고, 성취되지 않은 경우에도 경우에 따라 성취된 것으로 간주하여 그에 따른 법률효과가 발생되는 것이 합리적인 것으로 판단되면, 해당 부관을 불확정기한으로 보고, 기한이 도래한 것을 전제로 그에 따른 법률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이다.

앞에서 소개한, 불확정기한의 경우 당해 사실이 발생한 경우 뿐만 아니라, 당해 사실의 발생이 불가능하게 된 때에도 기한이 도래한 것으로 간주되어, 법률효과가 발생한다는 판례법리가 발전한 것으로 보인다.

이해하기 쉽게 판례를 보면,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후 합의해제하기로 하면서, 이미 받았던 계약금 및 중도금에 대해서는 ‘해당 점포를 타에 분양하거나 임대하는때’ 반환하기로 약정한 사안에서, 법원은 위 부관을 조건이 아닌 불확정기한으로 보고, 해당 점포를 타에 분양하거나 임대하지 않고 제3자에게 ‘무상으로 계속 사용하도록 한 경우’역시, ‘해당 점포를 타에 분양하거나 임대’할 수 없게 되는 것이 확실해 졌다는 점에서, 이때 기한이 도래한 것으로 간주하여 즉시 금전반환의무가 발생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88다카10579 판결).

또한, 법원은 재건축사업을 추진하던 자들과 사업 진행에 필요한 운전자금을 출자하고 사업상의 이익에 참여하기로 하는 등의 공동사업계약을 체결하고 그들에게 운전자금을 지급한 자가, 그 후 사업진행이 순조롭지 않자 공동사업관계에서 탈퇴하면서 ‘스폰서가 영입되거나 사업권을 넘길 경우나 사업을 진행할 때’에는 위 출자금을 반환받기로 하는 청산약정을 체결한 사안에서, “위 부관의 법적 성질을 거기서 정해진 사유가 발생하지 않는 한 언제까지라도 위 투자금을 반환할 의무가 성립하지 않는 정지조건이라기보다는 불확정기한으로 보아, 출자금반환의무는 위 약정사유가 발생하는 때는 물론이고 ‘상당한 기간 내에 위 약정사유가 발생하지 않는 때’에도 성립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09다16643 판결).

나아가 법원은 피고가 A로부터 공장 설립과 관련하여 투자금 4억 5000만원을 지급받았으나 A가 사망하여 쌍방 계약이 상실되었으니 위 4억 5천만원의 지급과 관련하여, ‘2005. 5. 31. 시흥에 있는 주상복합공사와 관련하여 B로부터 지급받을 예정인 금액을 받으면’(제1부관), 받은 금액의 1/3을 지급하고, 부족분은 ‘피고의 사업 재기시’(제2부관)에 지급한다는 내용으로 작성된 확인서의 해석과 관련하여,

제1부관인 ‘피고가 B로부터 지급받을 예정인 금액을 받으면’은 불확정기한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하여, B로부터 대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것이 확실하게 된 경우에도 피고의 채무 변제기가 도래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취지로 판시하였고, 제2부관인 ‘피고의 사업 재기시’와 관련해서도 불확정기한으로 보아, 피고가 사업을 재기하지 않는 경우에는 언제까지나 돈을 변제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 아니라, 사업 재기가 확정적으로 불가능하게 되었다거나 합리적으로 예상되는 기간이 지났는데도 피고의 사업재기가 없었다면 그때 나머지 대금에 대한 변제기 역시 도래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8.4.24. 선고 2017다205127 판결)

◇김용일 변호사

△서울대 경영대 △사법연수원 34기 △법무법인 현 파트너 변호사 △법무법인 현 부동산/상속팀 팀장 △대한변호사협회 공식 인증 부동산전문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공식 인증 상속전문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