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보조금 일부 부풀려 받았더라도...대법 "보조금 전부 환수 가능"

by노희준 기자
2019.01.24 06:00:00

대법, 버스회사 승소 원심 패소 취지 파기환송
"행정처, 부정수급자에게 보조금 자체 안 줄 재량 있어"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법조-대법원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버스회사에 지급하는 운영개선지원금(보조금)이 사업자의 꼼수로 일부 부풀려 지급됐더라도 행정청은 과다 책정된 부분뿐만 아니라 보조금 전부를 환수할 수 있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A 버스회사가 오산시를 상대로 제기한 보조금 반환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해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24일 밝혔다.

대법원은 “행정청에게 운영개선지원금을 지급할지 여부 및 얼마를 지급할지에 대한 상당한 재량이 인정된다”며 “재량이 인정되는 이상 적자액을 일부 부풀리는 등 부정한 방법으로 지원금을 지급받으려다 적발된 자에 대해 지원금 자체를 지급하지 아니할 수도 있다”고 판결했다.

또한 “그런데도 원심은 보조금 전액 환수를 명한 이번 처분이 위법하다고 봤다”며 “원심판단에는 여객자동차법령과 관련 조례에 따른 보조금 환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앞서 오산시의 A 버스회사는 2008년부터 2014년까지 버스운행 수입금 중 현금을 누락해 적자금액을 부풀리는 방법으로 총 27억 6800만원의 운영개선지원금을 오산시에서 받았다. 이와 관련 회사 전·현직 대표이사는 횡령 등의 혐의를 받아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A버스회사는 형사소송 도중 부정 수급한 보조금 변제 명목으로 10억1500만원을 시내버스 재정지원사업을 사실상 주관하는 경기도를 피공탁자로 해 공탁했다. 이후 오산시는 경기도 요구에 따라 A버스회사에 보조금 전액에서 공탁금을 뺀 17억5300만원을 반환하라고 통지했다.



A버스회사는 경기도에 나머지 보조금 전액을 반환하면서 오산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오산시는 부당하게 과다지원받은 부분에 대해서만 반환을 명할 수 있어 이를 초과해 회사가 교부받은 보조금 전액의 반환을 요구하는 처분은 위법하니 취소해달라는 청구다.

1심은 A버스회사의 소 제기 자체가 부적합하다며 각하를 내렸다. 오산시의 보조금 반환 통지는 경기도의 환수처분을 사실상 통지한 것에 불과해 소송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2심은 우선 오산시 통지가 행정소송 대상이라고 봤다. 1심처럼 각하 결정을 할 사안이 아니라는 판단이다. 그러면서 “피고는 보조금에서 원고가 부정한 방법으로 늘린 적자금액에 상응하는 부분을 산정해 그 부분만 환수를 명할 수 있다”며 원고 손을 들어줬다.

2심 재판부는 그러면서 “하지만 부정한 방법으로 늘린 적자금액에 상응하는 보조금액이 얼마인지를 산정할 수 없어 보조금 전부가 환수대상임을 전제로 한 처분을 전부 취소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하지만 “원고가 적자 금액을 부풀리는 방법으로 보조금의 지급 여부 및 지급 금액에 관한 피고의 재량행사에 영향을 미쳐 보조금을 지급받았다”며 “원고가 이 사건 보조금 전부를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지급받은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