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異야기]①'크루셜텍 성공신화이어 3만 벤처수장으로' 안건준 크루셜텍 대표
by박경훈 기자
2017.03.07 05:00:00
안건준 크루셜텍 대표, 제9대 벤처기업협회장 취임
어릴 적 손재주 남달라…꿈은 '2인자'
벤처 열풍 타며 창업…크루셜텍 'BTP'로 기사회생
디스플레이 일체형 지문인식 기술(DFS)로 다음 먹거리 예약
| 안건준 크루셜텍 대표 겸 벤처기업협회장. (사진=방인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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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어린 시절에는 프라모델(플라스틱 조립식 장난감 모델의 일본식 줄임 말) 만들기를 좋아했습니다. 그때부터 손재주가 있었는지 고교시절 도면 그리기의 ‘달인’으로 불릴 정도였죠.”
전부터 손재주가 남달랐다고 자신을 소개한 안건준(52) 크루셜텍(114120) 대표는 30여년이 지나 연 매출 3200억원 규모의 세계적 ‘모바일 지문인식 모듈(BTP·지문을 통해 스마트폰 잠금을 해제하는 기술)’ 기업을 일궜다. 지난달에는 벤처기업협회 회장으로 취임하며 2년간 한국 벤처업계를 책임지게 됐다.
부산에서 대학 시절까지 보낸 안 대표는 “유년시절에는 100페이지가 넘는 만화를 직접 그릴 정도였다”라는 이야기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런 그가 대학 진학 시에 택한 전공은 건축전공이 아닌 기계공학. 안 대표은 “당시 토목·건축의 인기가 점차 떨어지는 중이었다”며 “자동차나 장비도 평소 좋아해 부산대 기계공학과를 택했다”고 돌이켰다.
안 대표는 고교 때까지 만해도 ‘내성적인 성격’이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대학에서의 환경은 그의 성격을 바꿨다. 그는 “자유로운 환경 속에 문무(文武)를 겸비한 청년으로 성장했다”며 “후회 없이 하고 싶은 것들을 모두 했었다”고 회고했다.
대학 졸업 후 그는 삼성전자(005930) 연구원으로 사회생활의 첫걸음을 뗀다. 안 대표는 말 그대로 ‘열심히’ 일했다고 직장시절을 추억했다. 그는 “주인의식 속에 업무를 수행했었다”며 “나뿐만 아니라 다른 동료도 다 그런 생각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다소 순진했던 그가 현실에 눈을 뜬것도 퇴사를 하고 나서다. 그제야 그는 본인이 남들에 비해 애사심 넘치는 ‘워커홀릭’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웃음을 지었다.
그의 꿈은 ‘2인자’. 보통사람들의 목표와는 사뭇 달랐다. 안 대표는 “1인자인 ‘오너’는 현실적으로 어려우니 2인자인 ‘전문경영인’을 꿈꿨다”며 “조금 더 빠르게, 그리고 제 역량을 더 과감히 펼치기 위해 삼성전자를 나왔다”고 말했다. 1990년 입사해 1997년 퇴사를 택한 그는 ‘럭스텍’이라는 광통신 부품 기업의 최고기술경영자(CTO)로 근무했다. 4년 뒤 벤처열풍이 대한민국을 휩쓸었다. 그는 “어릴 때부터 환경에 적응을 잘 했다”며 “열풍과 함께 창업이라는 1인자 자리에 올라탔다”고 전했다.
| 안건준 크루셜텍 대표 겸 벤처기업협회장. (사진=방인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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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창업 직후 광통신모듈로 1400억원의 수주액을 올렸지만 버블붕괴로 첫 번째 위기 상황에 몰렸다. 안 대표는 모바일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감행한다. 크루셜텍은 스마트폰 붐을 예측하며 초소형 모바일 광마우스 OTP(Optical TrackPad)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블랙베리·HTC 등에 탑재한다. 매출은 3000억원대로 껑충 뛰어 벤처업계에 신화로 불렸다.
하지만 OTP 매출의 80%를 차지하던 블랙베리와 HTC가 스마트폰 경쟁에서 밀려나 두 번째 위기를 맞는다. 100억원이 넘던 영업이익은 2012년 적자로 돌아섰다. 이후 손실 규모는 점점 커져 200억원대까지 확대됐다.
안 대표는 “당시 트렌드 분석 결과 블랙베리와 HTC의 위기를 전망하긴 했다”며 “하지만 생각보다 빨리 그 파도가 몰아쳤다”고 돌이켰다. 회사는 위기였지만 그는 오히려 연구개발(R&D)에 더 과감히 투자한다. 당시 가용자금 1000억원 중 600억원을 베트남 공장과 판교 R&D센터를 짓는 데 사용했다. 나머지 400억원은 모바일 칩셋개발에 투자했다. 연구인력도 300여명 수준으로 늘렸다.
5년간 절치부심 끝에 내놓은 그의 무기는 세계 최초로 개발한 모바일 지문인식 모듈인 BTP(Biometric TrackPad)다. BTP가 스마트폰 핵심기술이 되자 2014년 734억원이던 매출액은 지난해 3200억원으로 급성장했다. 삼성전자, 애플처럼 관련 기술을 자체 개발한 스마트폰 업체를 제외하고 지금까지 16개 고객사 83개 스마트폰에는 크루셜텍의 기술이 담겨 있다.
크루셜텍의 다음 먹거리는 디스플레이 일체형 지문인식 기술인 DFS(Display Fingerprint Solution). 이 기술은 스마트폰 화면 위에서 지문을 인식할 수 있게 하는 새로운 방식의 지문인식 기술이다. 더이상 스마트폰에 홈키와 같은 지문인식을 위한 별도의 버튼이 필요 없어 풀스크린 디스플레이를 구현할 수 있다. 안 대표은 “많은 회사들이 디스플레이일체형 지문인식 개발을 시도하고 있지만 상용화가 가능한 제품을 공개한 것은 우리가 처음”이라며 크루셜텍의 미래를 자신했다.
1965년 부산 출생. 해운대고를 졸업하고 ‘91년 부산대 기계공학과 학사, ’98년 경북대 정밀기계학과 석사를 취득했다. ‘90년부터 ‘97년까지 삼성전자 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했다. 이후 삼성전자를 나와 2001년까지 럭스텍 기술책임자(CTO) 겸 기술이사를 역임했고 이후 크루셜텍을 창업했다. 2015년 벤처기업협회 수석부회장을 역임한 데 이어 올해 제9대 벤처기업협회 회장으로 취임했다. 좌우명은 ’좋은 회사(Good Company)를 만들자‘. 주량은 소주 1병~1.5명, 취미는 판교테크노밸리 주변 공원 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