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정병묵 기자
2016.02.19 06:00:00
최양희 장관, 지능정보기술이 그려갈 미래 청사진 제시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이세돌과 컴퓨터의 바둑 대결, 이세돌이 이긴다고 보시는 분 손 들어보세요.”
18일 오전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의 한 강연장.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강연 도중 질문을 던지자 50여명 중 절반이 넘는 청중들이 손을 들었다.
최 장관은 새해 처음 열린 ‘이데일리 퓨처스포럼’에서 ‘지능정보기술(AI)의 부상과 우리의 대응방향’을 주제로 강연을 펼치는 도중 최근 세간의 관심을 모으는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 이야기를 꺼냈다. 구글 딥마인드가 머신러닝(컴퓨터의 자기 학습) 기술을 바탕으로 개발한 AI 프로그램 알파고는 이미 지난해 유럽 바둑 챔피언 출신인 중국계 프로기사 판후이 2단에게 5판을 내리 이겨 화제가 됐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는 다음달 9일부터 서울에서 상금 100만달러(12억원)을 걸고 바둑 대결을 펼친다.
최양희 장관은 “‘애국심’이 아니라 저도 여러분들처럼 이세돌 9단이 이길 거라고 생각한다. 판후이는 2단정도의 실력이었고 이세돌 9단이라면 충분히 컴퓨터를 이길 수 있다”며 “그러나 판후이와 대국 후 5개월여가 지났기 때문에 알파고도 실력이 많이 늘어 만만치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대국이 지능정보기술이 그려 갈 미래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알파고는 작년 판후이와 대국 후 막대한 분량의 기보를 학습하면서 실력이 향상되고 있는데 이 점이 바로 지능정보기술의 핵심이라는 것.
최 장관은 “기계(시스템)를 만드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많은 데이터를 줘서 이해시키고 분석시키는 것이 핵심”이라며 “구글이 세계 지능정보기술을 견인하는 이유는 검색 서비스로 갖춘 막대한 데이터 덕분인데 한국도 양질의 데이터를 많이 확보하고 공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외국에서는 이미 지능정보기술이 실제 생활에 적용될 청사진을 제시, 실행하고 있는 곳들이 많다. 선두주자인 구글은 물론 모바일 차량 예약 서비스 우버는 자동차 자율주행이 시행돼야 서비스 가격을 낮출 수 있고 판단, 스마트 자동차 관련 연구소를 설립했다. 닛산은 20년까지 자율주행 택시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미국 MD앤더슨 암센터는 IBM의 인공지능 컴퓨터 ‘왓슨’을 도입, 질병 초기진단에 활용 중인데 의사보다 더 높은 적중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장관은 “고성능 컴퓨터를 작은 크기로 만들어 자동차, 의자, 문에 붙일 수 있는 세상이다. 가령 농촌에서는 비닐하우스에 이를 설치해 온도 습도를 조절하고 과거보다 더 똑똑하게 농작물을 재배할 수 있다”며 “지능정보기술은 단순히 IT가 아닌 미래 모든 산업과 연계돼 세상을 바꾸는 필수 불가결한 요소”라고 피력했다.
이어 “일각에서는 지능정보기술이 인간의 일을 다 대체하면 인간이 기계에 지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불안해 한다. 기계로 작업시간을 줄여 인간의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든지 많은 고민이 필요한 문제”라면서 “하지만 두렵다고 안 하고 있을 수는 없다. 팔짱 끼고 보고 있으면 더욱 기계에 지배당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단순히 IT가 아닌 전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기술이라면 진흥을 위해 뚜렷한 콘트롤 타워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혹시 각 부처 간 ‘영역 획정’ 때문에 지능정보기술 진흥이 모호해지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최 장관은 벽을 깬 초 부처적인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17일 열린 대통령 주재 9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우버는 국토교통부가, 원격의료는 보건복지부가 발표했다. IT 주무부처로서 미래부는 물밑 기획을 함께 하고 벽을 없애는 노력을 할 것”이라며 “마차가 다니던 시절 자동차가 등장하자 시속 10마일 이상 가면 안 된다는 규제가 있었는데 결국 자동차가 이겼잖나. 벽을 쌓고 규제하는 것은 융합 시대에는 맞지 않다”고 강연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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