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빅3' 임원 수난 시대..칼바람 '계속'

by정태선 기자
2015.12.10 06:30:00

신규 먹거리로 떠올랐던 해양플랜트 분야의 고전으로 조선 3사의 구조조정이 계속되고 있다.
[이데일리 정태선 기자] 조선업계 별들이 지고 있다. 사상 최악의 고비를 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선두인 ‘조선 빅3(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임원들이 인사 수난을 피해가지 못했다. 올해 수주목표액 60%도 못 채운데다 내년에도 암울한 전망이 계속되고 있어 과감한 인력 구조조정, 몸집 줄이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전문가들는 “20년전 일본 조선산업이 우리나라 조선업의 추격에 사양의 길로 접어들었듯 우리나라 조선산업도 일본의 전철을 밟기 시작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세계 최고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지만 어쩔 수 없는 다운사이징의 시기로 접어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조선 빅3는 조 단위 부실사태가 본격화된 직후인 작년 10월부터 최근까지 인사를 통해 420여명의 임원 가운데 180여명의 임원을 물갈이 했다. 3사 임원 규모가 420여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10명 중 4명이 옷을 벗은 셈이다.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기대를 걸었던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수조 단위의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면서 사상 유래없는 구조조정에 나선 것이다. 희망퇴직 등 자연퇴직까지 합치면 규모는 200여명을 넘을 것이란 관측이다.

구조조정을 먼저 시작한 현대중공업(009540)의 경우 권오갑 사장이 취임한 직후인 지난해 10월과 올해 상·하반기에 걸쳐 무려 세차례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현대중공업이 한해에 두번이나 임원인사를 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작년에 그룹임원 262명 중 31%인 81명을 줄인데 이어 올해도 50여명의 임원을 퇴출시켰다. 작년부터 올 3분기까지 4조5000억원의 영업적자가 누적되면서 130여명의 임원이 퇴출된 것이다. 아울러 현대중공업은 올해초 사무직 직원 1000명을 줄였고, 최근에는 사장단 급여 전액을, 임원들은 최대 50% 급여를 반납하기로 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하반기 인사를 통해 역대 최대 규모인 114명의 임원인사를 단행했는데 그만큼 옷을 벗은 임원이 많았다는 방증이다. 최근 퇴직한 임원수를 고려하면 승진규모는 축소된 셈이다.



삼성중공업(010140)도 지난 9월 고강도 구조조정을 통해 10여명의 임원이 옷을 벗었다. 지난해보다 두배 넘는 임원이 퇴임한 것이다.

올해만 4조2000억원대의 누적적자를 기록한 대우조선해양(042660)도 올해만 임원의 30%, 14명의 임원을 줄였고 부장급까지 합치면 300여명을 감원했다. 감원폭은 10년내 최대 규모인데 연말 정기인사를 단행하면 그 규모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임원들이 된서리를 맞았지만 상대적으로 조선 분야에 힘을 실어주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조선 3사가 해양플랜트에서 다시 기본인 조선분야의 경쟁력 강화에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인사에서 조선사업 대표를 사장급으로 격상했다. 이에 따라 김정환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한 반면 해양부문 대표였던 박종봉 부사장은 자문역으로 물러앉았다. 삼성중공업도 최근 인사에서 조선소장을 맡던 김효섭 전무를 부사장으로 끌어올려 힘을 실어줬고,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8월말 조직개편을 통해 조선소장 직급을 4년만에 다시 꾸렸다.

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적자 속에서 조선 3사의 최고경영자가 모두 유임됐지만 오히려 고강도 구조조정이 계속되는 신호탄으로 해석할 수 있다”면서 “비용줄이기나 인력감축 등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한 고삐를 더욱 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3년간 삼성중공업을 맡아온 박대영 사장은 적자 책임을 지고 물러날 것이란 예상이 나오기도 했지만, 경쟁사 대비 적자폭이 덜하면서 살아남는데 성공했다. 현재 추진 중인 자산매각 등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기 위한 그룹차원의 인사전략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해 취임한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이나 올해 STX조선에서 친정으로 돌아온 정성립 사장 역시 생존을 위한 조직 체질 강화를 첫 임무로 꼽고 있어 내년에도 칼바람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