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연금 표류]①'반쪽' 연금개혁…국공립-사립교사 차별 부른다
by김정남 기자
2015.06.11 05:30:10
사학연금법, 공무원연금법 전체 아닌 일부만 준용돼
사학연금 미개정시 국공립-사립 교직원 연금 달라져
정부·여야는 부담 탓에 손놓고 있어…"표(票) 때문에"
[이데일리 김정남 강신우 기자] 연금 개혁의 숨은 후폭풍이 또 정국을 흔들 조짐이다. 공무원연금법 개정이 우여곡절 끝에 이뤄졌지만, 이에 전체가 아닌 일부만 준용되는 사학연금법 개정은 정부와 정치권 모두 손을 놓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안에 사학연금법 개정에 이은 전산 작업까지 끝나지 않을 경우 문제는 심각해진다. 공무원연금법을 따르는 국·공립 교사와 사학연금법을 따르는 사립 교사간 연금 체계가 완전히 달라져서다. 사학연금법이 생긴 1975년 이후 40년을 지속한 교직원간 연금 형평성이 깨질 수 있다는 우려다. 당장 일선 교육계의 대혼란은 불가피해질 수 밖에 없다. 공무원연금 등의 개혁 작업 자체가 그야말로 ‘반쪽짜리’였던 셈이다.
11일 국회와 정부 등에 따르면 사학연금법은 공무원연금법의 부담금(기여율) 부문과 급여(지급률) 부문 부칙조항은 준용하지 않고 있다. 급여 부문만 따르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에 사학연금법이 개정되지 않을 경우 내년부터 사립 교사는 공무원연금법상 바뀐 기여율 9%가 아닌 기존 7%을 유지하면서 지급률은 1.7%로 깎인다. 이에 더해 지급률 0.2%포인트를 20년간 단계적으로 인하한다는 부칙조항은 준용되지 않아 한번에 1.7%로 인하된 지급률을 적용받게 된다. 사립 교사는 ‘천천히 더내고 천천히 덜받는’ 게 아니라 ‘그대로 내고 한꺼번에 덜받는’ 기형적인 형태가 되는 것이다.
시간상 그리 여유로운 상황도 아니다. 사학연금법과 시행령 개정, 전산프로그램 개발 등에는 6개월가량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혁신처가 공무원연금 개혁 후속작업에 6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보는 것과 같다. 6월 임시국회에서는 사학연금법 개정안이 처리돼야 한다는 얘기다.
이같은 이유 때문에 지난 세차례(1995년·2000년·2009년) 공무원연금 개혁 당시에도 사학연금법이 동시에 개정됐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와 정치권은 수수방관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직원간 연금 불균형 문제 때문에) 올해 안에 안 할 수는 없을 것 같다”면서도 “사학연금법 개정을 준비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여야도 추가적인 연금 개혁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 설훈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은 이데일리와 통화에서 “준비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총선에 따른 표심(票心) 우려도 있어 보인다.
사학연금에 밝은 한 인사는 “정부도 사학연금법 개정을 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이번에는 동시에 처리되지 않다보니 부담감 탓에 아무도 총대를 메지 않고 있다”고 했다.
배준호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무원연금법과 사학연금법이 이전 세차례 개혁과 달리 따로 처리되는 것은 이례적”이라면서 “조만간 개정 절차에 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