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라벤 북상…빨라진 출근길·안부 묻는 전화-메시지 폭주

by뉴시스 기자
2012.08.28 08:40:33

【서울=뉴시스】 제15호 태풍 ‘볼라벤(BOLAVEN)’의 영향으로 28일 전국에 강풍을 동반한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시민들은 출근을 서두르거나 지인들의 안부를 물으며 큰 피해가 없기를 고대했다.

28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최대 풍속 40m/s, 중심기압 960헥토파스칼(hPa)의 초강력 태풍인 볼라벤이 제주와 광주 전남 지역을 강타하면서 4만여 가구가 정전되고 15명의 이재민이 발생하는 등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태풍에 대비해 전날 제주지역 80개 학교가 휴교 및 하교시간을 조정한데 이어 28일에는 서울과 부산, 인천, 광주, 대전, 경기, 강원, 충남, 전북, 전남지역 등 1만4477개 유치원을 비롯한 초중고교가 휴교한다. 일부 학교는 학교장의 재량으로 휴교토록 했다.

또 서울시는 28일 하루동안 출·퇴근시간대 지하철 집중배차시간을 1시간씩 연장, 총 96회 증회운행한다. 출근시간에는 56회, 퇴근시간에는 40회 증회 운행된다.

28일 오전 서울은 본격적인 태풍의 영향권에 들지는 않았지만 일찍부터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지하철역에는 평소보다 많은 시민들이 몰렸다. 사람들의 손에는 저마다 우산이 쥐어져 있다. 한 30대 남성은 출근길 쪽잠을 청하면서도 한손에 우산을 꼭 쥐고 있다.

반면 출근 인파가 대중교통으로 몰리면서 도로는 평소보다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신월동에 산다는 김현모(45)씨는 “오늘은 태풍소식에 버스를 타고 조금 서둘러 출근했다”며 “차량은 지하주차장에 두고 나왔다”고 했다.

오전 6시께 서울 광진구 광장동서도 서둘러 출근에 나선 사람들이 곧 비가 쏟아져 내릴 듯 한 하늘을 자꾸 쳐다보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가로수들은 ‘쉭쉭’ 소리를 내며 새찬 바람과 함께 격정적으로 흔들리며 몸을 가누지 못했다.

한 상점의 앞 유리창에는 태풍을 대비해 테이프가 발라져 있었다. 그 앞을 지나는 한 20대 여성은 폭우를 대비한 듯 무릎까지 올라오는 장화를 신고 출근했다.

오전 7시께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의 한 거리에는 낙엽과 종이박스, 검은 비닐봉지가 바람에 날려 도로 위를 뒹굴었다. 조금씩 굵은 빗방울이 쏟아져 내리기 시작하자 사람들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횡단보도 앞에 선 사람들의 얼굴에 초조함이 묻어났다.

강동에 사는 정모(52)씨는 버스에 오르자 신문과 창밖을 번갈아가며 쳐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정씨는 “최근 흉흉한 사건이 많은데 강한 태풍마저 불어온다니 하늘이 무심하다”며 “불볕더위와 물폭탄에 이어 태풍까지 이번 여름은 서민들에게 너무 가혹한 듯싶다”고 고개를 저어 보였다.

신사동에서 충정로에 있는 회사에 출근하는 강모(30)씨는 “오후 3시 강남에 있는 거래처와 약속이 있어 걱정이 태산같다”며 “일단 양복바지를 무릎까지 걷어 올리고 준비한 샌들을 신고 이동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학생들은 휴교령이 내려졌다는데 이런 날에도 출근할 수밖에 없는 것이 직장인의 비애”라고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또 시민들은 지인들에게 전화나 카카오톡,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밤새 안부를 물었다.

직장인 김정민(31)씨는 “26~28일 일정으로 부산 해운대로 늦은 휴가를 왔는데 때마침 태풍이 올라왔다”면서 “어제까진 태풍이 상륙하기 전이라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데 지인들이 걱정이 됐는지 안부를 묻는 전화와 카카오톡, 문자가 빗발쳤다”고 웃었다.

직장인 박성준(31)씨도 “목포에 사시는 부모님이 걱정돼 출근 전 안부전화를 했다”면서 “큰 피해가 없다고 해서 다행이지만 빨리 태풍이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손사래를 쳤다.

한편 태풍 피해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면서 비상식량과 양초구매를 독려하는 쇼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문자, 카카오톡 메시지가 나돌아 기상청이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기상청은 27일 “문자 메시지와 카카오톡을 통해 비상식량과 양초구매를 독려하는 출처불명의 메시지가 급속도로 전파되고 있다”면서 “태풍이 북상함에 따라 피해가 예상돼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지만 출처불명의 메시지는 국민들의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상정보를 수시로 확인하고 언론기관의 보도와 재난관련기관의 국민행동요령을 참고해 태풍에 대비해 주길 바란다”면서 “태풍과 관련한 사항은 기상청,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소방방재청, 지방자치단체 등 재난관련기관의 자료인지를 반드시 확인해달라”고 부탁했다.

【목포=뉴시스】 제15호 태풍 ‘볼라벤(BOLAVEN)’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접어든 28일 오전 전남 목포시 산정동에서 경찰관이 비를 맞으며 도로를 덮친 지붕 잔해를 치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