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장관의 '식량위기 미국·일본 원죄론'

by안근모 기자
2008.05.05 19:00:01

[스페인 마드리드=이데일리 안근모기자] "최근의 국제금융시장 불안은 근본적으로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의 과잉유동성에 기인하는 것입니다. 과잉유동성은 곡물 등 상품시장에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지난 4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아세안+3 재무장관회의에서 최근 필리핀 등 아시아 일부 빈곤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식량위기의 근원을 이렇게 지적했다.

강 장관은 5일 현지에서 열린 한국기자 간담회에서도 "미국 중심의 선진국 과잉유동성이 부동산 버블 일으켰고 그게 꺼지면서 서브 프라임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과잉 유동성이 회수가 안돼 곡물 등 원자재가격 폭등으로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일본 역시 제로금리로 인한 엔캐리 자금이 다른나라로 가서 금융시장을 흔들고, 우리나라에서는 대출받으라고 핸드폰이 오기까지 한다. 그런 상황은 정상이 아니다"고 지적하면서 "일본을 포함한 선진국들이 과잉유동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장관의 말은 20세기말 아시아 외환위기 원죄론으로 이어졌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재정경제원 차관직을 맡았었던 그는 이후 한동안 'IMF 사태 책임론'에 내몰렸었다.

"아시아 쌀 문제의 배후에는"이라고 운을 뗀 강 장관은 곧바로 "외환위기 배후에 대해 말이 많다"며 소재를 바꾼 뒤 "음모설도 있고 했는데 지금도 안밝혀지지 않았냐"고 말하고 "중국 경제가 뜨고 일본의 사카키바라가 아시아통화기금(AMF)을 주창하던 과정에서 아시아 외환위기가 발생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 다자화'는 큰 발전"이라고 강조했다.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 다자화'는 아시아 지역에서 800억달러 이상의 기금을 마련한 뒤 외환위기가 발생할 위험이 있는 국가에 긴급 자금을 지원하는 체계로 국제통화기금(IMF)에 빗대 아시아통화기금(AMF)으로도 불린다. 일반적으로는 강 장관이 언급한 사카키바라의 AMF와 동일시 되고 있는 체계인 것. (관련기사: 아시아판 IMF, 어렵사리 2차 관문 통과)

그는 다만, "과잉 유동성 일부가 월스트리트로 다시 돌아오고 있어서 곡물 등 상품가격 등도 곧 안정될 것"이라며 "일부 아시아 국가들이 생존문제가 돼 심각하게 얘기를 하던데 이번 회의에서 내가 그런 전망도 밝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