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스테이블코인 성패는 은행 51%룰 아닌 국채다”
by최훈길 기자
2026.01.23 04:00:04
[스테이블코인 길을 묻다]⑥김종승 엑스크립톤 대표
27일 여당안, 발행 논란보다 준비자산 논의 중요
美처럼 3개월 단기국채 없는 韓, 준비자산 리스크
이상적 효율적 준비자산은 '단기국채 토큰화' 방식
'국채토큰' 입법하면 원화 글로벌 위상 높아질 것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성공적으로 안착하려면 ‘은행 지분 51%룰’이 아니라 준비자산이 중요합니다.”
김종승 엑스크립톤(xCrypton) 대표는 최근 서울 중구 이데일리 사옥에서 인터뷰를 통해 “최근 스테이블코인 관련 디지털자산기본법(2단계 입법) 논쟁이 ‘누가 발행하느냐’에만 매몰돼 있다”며 “규제 논쟁의 초점을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스테이블코인의 성패는 발행 주체가 누구인지보다 무엇으로 1원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할 것인가라는 준비자산 설계에서 사실상 결정된다. 이는 자산 신뢰의 문제”라며 “지금은 준비자산 설계에 논의를 집중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 | 김종승 엑스크립톤(xCrypton) 대표는 지금은 준비자산 설계에 논의를 집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블록체인법학회 부회장 △전 SK텔레콤 웹3 사업팀장 △전 KT 미래전략융합실 △전 삼일회계법인 GRMS 컨설팅본부 △서울대 철학과 졸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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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웹3 사업팀장 등을 맡으면서 수년간 디지털자산 시장 플레이어로 활동해온 김 대표는 현재 스테이블코인 관련 컨설팅·비즈니스를 맡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태스크포스(TF) 자문위원 등을 맡아 국회와 금융당국에 정책 자문을 하고 있기도 하다.
민주당은 오는 27일 스테이블코인 관련 디지털자산기본법(2단계 입법) 여당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디지털자산거래소 대주주의 지분 규제는 이번에 담지 않기로 가닥이 잡혔으나 은행 지분 51% 룰은 이견을 좁히지 못한 상태다. 한국은행은 금융안정 등을 이유로 은행 지분이 ‘50%+1주’를 넘는 컨소시엄을 발행 주체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 내에서는 ‘혁신 훼손’이라며 수용 불가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관련해 김 대표는 2단계 입법을 앞둔 지금은 발행주체보다 준비자산을 설계할 ‘골든타임’이라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여러 학술연구 및 정책보고서가 공통으로 제시하는 스테이블코인 준비자산 조건은 신용 리스크가 없고, 즉시 현금화가 가능하며, 회계 검증이 투명하고, 글로벌 기준에서 무위험 자산으로 인정받는 것”이라며 “이 네가지 조건을 동시에 충족하는 자산은 사실상 단기국채뿐”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한국의 제도적 현실이다. 우리나라는 만기 3개월 단기국채가 제도적으로 상시 발행되지 않는 국가다. 미국에서 테더, 서클 등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준비자산으로 3개월물 단기국채 등을 활용하는 것과 다른 환경인 셈이다. 경과물 초단기 국채, 한국은행의 통화안정증권, 재정증권 등이 사실상 단기국채의 대체재 역할을 하고 있지만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준비자산 기준을 충족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미국 스테이블코인 규율인 지니어스 액트(GENIUS Act)의 상호주의를 적용하면 스테이블코인 준비자산은 사실상 미국과 같은 단기국채여야 한다. 김 대표는 “이대로 가면 우리나라 스테이블코인 준비자산 법제가 미국 등 해외와의 정합성에서 어긋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렇게 어긋나게 되면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과정에서 규제 충돌이나 상호 인정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이다.
| |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금융위원회는 지난 9일 청와대에 '디지털자산 2단계 입법'을 1분기 과제로 보고했다. 준비자산 운용에 대한 부분도 논의 내용에 포함됐으나 현재 은행 지분 51% 논란에 준비자산 설계 부분은 충분한 국회 논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사진=재정경제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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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김 대표는 “결국 단기국채가 필요한 상황에서 가장 이상적이고 효율적인 방안은 국채토큰을 만드는 것”이라며 전자증권·토큰화 기술·제도가 있는 상황에서 이참에 국채토큰 도입을 논의할 것을 제안했다. 국채토큰은 기존 국채의 법적 성격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디지털 환경에 맞춰 발행되는 토큰이다.
김 대표는 “국채토큰이나 국채 기반 토큰화 머니마켓펀드(MMF)를 준비자산으로 활용하면 온체인 환경에서 실시간 결제·담보 설정·환매가 효율적으로 이뤄지고, FX스왑(외환스왑)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외화 유동성과 연결되는 효율적인 통로가 될 수 있는 셈이다.
이를 위해 김 대표는 내달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법 제정을 논의 예정인 디지털자산기본법(2단계 입법)에 이를 반영하고 국채법, 국가재정법, 전자증권법 등 관련 법안도 잇따라 개정하는 게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 대표는 “이같이 바꾸려면 제도적 과제가 크지만 이를 해결할 경우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스테이블코인과 동등한 신뢰 기반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준비자산 설계는 통화정책, 국채시장, 외환시장, 디지털금융 전략이 만나는 지점”이라며 “이 설계를 어떻게 하느냐가 디지털시대 원화의 위상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