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영웅? 무도실무관 현실은 '흉기 든 범죄자' 상대

by성주원 기자
2024.10.18 05:20:00

■전자발찌 도입 16년 실효성 논란
1인당 최대 31명…24시간 긴장 속 위험한 근무
방검복·장갑뿐인 보호장비…법적 근거도 미비
월 290만원에 호봉·승진 없어…"처우개선 시급"

[이데일리 성주원 최오현 기자] 최근 넷플릭스 영화 ‘무도실무관’이 인기를 끌면서 주목받은 무도실무관들의 실제 근무 여건이 매우 열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자발찌를 착용한 고위험 범죄자들을 24시간 감시하는 이들의 업무 환경은 영화 속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진=넷플릭스 영화 ‘무도실무관’ 캡처
17일 법무부에 따르면 전국 170명의 무도실무관이 4270명의 전자감독 대상자를 관리하고 있다. 단순 계산해도 1인당 25명을 담당하는 셈인데 지역에 따라 최대 31명(인천)까지 관리하는 경우도 있다. 24시간 주·야간 3교대로 근무하며 대상자의 갑작스러운 이상 행동에 대비해 항상 긴장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이데일리가 직접 만난 11년차 무도실무관 임성택 씨는 “대상자가 자살하겠다고 협박하고 술병을 깨 달려드는 일도 있었다”며 “대상자가 다짜고짜 욕을 하거나 흉기로 난동을 부리는 일도 잦다”고 말했다.

지난 8일 법무부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김동욱 무도실무관은 “대상자가 벽돌을 들고 달려들어도 방어하기 어렵다”며 “직접적인 물리력을 행사할 경우 고소·고발로 이어질 수 있어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처럼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어 있음에도 무도실무관에 지급되는 보호장비는 방검복과 방검장갑 뿐이다. 김 실무관은 “최소한의 신변 보호를 위해 삼단봉이라도 지급됐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더불어 무도실무관의 직무 수행에 관한 법적 근거가 미비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사법경찰직무법’이나 ‘보호관찰법’ 등에 무도실무관의 직무 수행과 관련된 법적 보장이 없어 적극적인 업무 수행에 제약이 있다는 것이다.

무도실무관들은 공무원인 보호관찰관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지만 공무직 신분으로 인해 위험수당과 특정업무수당에서 배제되고 있다. 2년 미만 근속자의 월 기본급은 세전 230만원에 불과하고 휴일·야간수당을 포함해도 290만원 정도다. 호봉 인상이나 승진 체계도 없어 장기근속에 대한 동기부여가 부족한 상황이다.

임성택 수원보호관찰소 안양지소 무도실무관은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10년 전 입사할 때 세후 210만원가량을 받았는데 지금은 280만~290만원 정도를 받고 있다”며 “처우 개선을 위해 본부에서 노력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실무관 일을 하다가 그만 두는 사례가 많은데 대부분 이런 이유 등”이라고 꼽았다. 임성택 수원보호관찰소 안양지소 무도실무관이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
국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무도실무관들의 처우 개선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안을 만들고 지원할 테니 법무부에서 적극적으로 무도실무관을 지원하고 힘을 실어줬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도 “당사자들이 겪는 어려움에 비해 보상이나 정부의 예산이 미치지 못한다”며 개선 의지를 보였다. 그는 다만 “법무부 내에 다양한 공무직이 있어 처우개선 시 이를 고려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