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타임오프 임하는 정부의 태도[현장에서]
by서대웅 기자
2024.09.20 05:30:00
[세종=이데일리 서대웅 기자] “뭐 하기 싫어도 할 수밖에 없는…. (중략) 저희는 노조가 없습니다. 노조 현실을 알지 못해요”(인사혁신처)
공무원 노동조합 전임자의 근무시간 면제(타임오프) 제도화를 바라보는 정부 부처 시각은 이 문장에 함축돼 있다. 대통령 소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용역을 받아 한국노동법학회가 정부 부처를 대상으로 진행한 공무원 근무시간 면제 관련 심층 면접조사에서 인사처 관계자가 한 말이다. 대통령 공약이니 “하기 싫어도 할 수밖에 없는” 입장은 차치하더라도, 노조가 없고 노조 현실도 알지 못하면서 뼛속으론 제도화를 반대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공무원노조법을 관할하는 고용노동부와 지방 공무원을 담당하는 행정안전부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죽했으면 조사팀이 “어느 부처도 이 이슈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음”이라고 결론 냈을까 싶다.
조사는 지난해 말 이뤄졌지만, 조사에서 드러난 부처들의 무책임한 태도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경사노위는 “다양한 채널을 통해 대화를 계속하고 있으며 조속한 시일 내에 근면위(근무시간 면제 심의위원회)가 마무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실상은 정반대다. 심의위는 지난 4일 제10차 전원회의를 마지막으로 채널이 막힌 상태다. 11차 전원회의 일정은 물론 간사 회의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심의는 법적으로 지난 8월26일 마무리돼야 했다. 그러나 어느 부처도 적극적이지 않다. 정부는 민간 타임오프 한도 대비 3분의 1 수준에서 공무원 타임오프 세부사항을 정해야 한다는 입장만 고수 중이다. 한도를 올려 협상에 나서자는 부처가 한 군데도 없다. 시간은 정부 편이고 급한 건 노조 측이니 지금 기조만 유지해도 노조가 수그리고 들어올 것이란 판단도 깔린 듯하다. 암암리에 이뤄져온 공무원 타임오프를 양성화하자는 노동계 요구에 정부 태도가 이렇다. 노사 법치주의를 내세우는 윤석열 정부의 아이러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