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6000달러" "소득제한 없이"…불붙은 美자녀세액 공제 확대

by정다슬 기자
2024.08.19 08:04:53

해리스, 밴스 등 미 대선주자들 잇딴 공약
팬데믹 이후 美육아정책 더욱 악화
여야 공감 확산에도 재정적 문제 직면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4월 25일 워싱턴 DC 백악관 남쪽 잔디밭에서 열린 “우리 딸과 아들을 출근시키는 날” 기념 행사에서 백악관 직원 자녀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미국 대선 후보들이 앞다투어 자녀세액 공제(CTC) 확대를 약속하고 있다. 다만 미국의 재정부담을 고려할 때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 16일 노스캐롤라이나주 유세에서 중산층 이하 가정에서 자녀를 출산하면 6000달러(약 814만원)의 신생아 세액 공제를 1년동안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또 1년이 지난 후에도 자녀가 17세가 될 때까지 매년 자녀 한 명당 3600달러(약 490만원)의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 JD 밴스 미국 상원의원(오하이오) 역시 지난 12일 CBS방송에 출연해 소득 제한 없이 자녀 한 명당 5000달러씩 세액 공제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랫동안 자녀 세액 공제 확대를 지지해왔고, 나는 그것이 모든 미국 가정에 적용되길 원한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은 부부 합산 40만달러, 개인 20만달러 이하의 가정에 대해 자년 1인당 최대 2000달러의 세액 공제를 제공하고 있다. 소득이 이를 넘어가면 세액 공제 혜택은 단계적으로 줄어든다. 2021년 코로나19 팬데믹 위기가 발생하자 미국 정부는 소득에 관계없이 6세 이하 자녀에 대해서는 1인당 최대 36000달러, 6세~17세 자녀의 경우 최대 3000달러까지 세액 공제를 해줬으나 팬데믹이 끝나자 이를 되돌렸다.



미 CNBC방송은 “육아 지원 비용은 정부 정책 입안자와 정치인만의 관심사가 아니다”라며 “최근 성장을 유지하고 장기적인 노동시장의 긴축에 대비하기 위해 미국 기업들 역시 육아 정책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마존과 미국 육군 등과 협력해 혜택을 제공하는 육아 스타트업 업워드(Upwards) 창립자 제시카 창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육아는 더이상 사회적 문제가 아닌 경제적 문제”라고 밝혔다. 부모들이 높은 육아비용으로 일에 집중하지 못하거나 심지어 일을 그만두고 있으면서 미국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2000명 이상의 기업 임원으로 구성된 권익옹호단체 레디네이션이 2023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영유아 보육 위기로 매년 1220억달러의 수입, 생산성, 수익 손실이 발생한다. 이는 2018년 570억달러보다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미국인의 51%가 3명의 아이를 커버할 수 있는 보육시설 근처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2023년 보육시설의 11%만이 정원을 모두 채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미국 보육시설은 저임금에 노동력 부족이라는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보스턴컨설팅 그룹은 현재 미국 근로자들의 12%, 파트타임 및 저소득 근로자의 6%만이 직장에서 육아 혜택을 이용할 수 있다며 고용주가 육아에 1달러 지출할 때마다 회사는 투자 수익으로 4.25달러를 돌려받는다고 밝혔다. 생산성 향상, 새로운 직원을 찾지 않아도 되는 기회 비용 등을 고려해서다.

문제는 재정적 부담이다. 바이든 행정부 역시 자녀 세액 공제 확대를 여러 번 시도했고, 공화당 역시 필요성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공감했으나 관련 법안 통과는 쉽지 않다. 앞서 8월 초 론 와이든 민주당 상원의원이 발의한 저소득 가정에게 더 많은 자녀 세액 공제를 제공하는 법안이 표결에 붙여졌으나, 공화당 반대로 통과되지 못했다. 연방정부의 재정지출 확대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밴스 의원은 해당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는데, 이에 대해 “보여주기식 투표”라고 부르고 “내가 찬성표를 던졌더라도 통과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