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 신청 티메프…셀러 소상공인 못받은 돈 어떻게 되나
by노희준 기자
2024.07.31 06:03:00
보전처분·포괄적 금지명령으로 대금 회수 불가
신청前 20일 계속 공급 물품대금 등 공익채권 예외
회생·파산·ARS 모든 경우에도 조기대금 정산 쉽지 않아
"''조기상환'' 가능 ''회생계획인가 전 M&A'' 타진돼야"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정산 지연 및 대규모 환불 사태를 일으킨 이커머스 티몬·위메프(티메프)가 법원에 회생절차 개시 신청을 하면서 소상공인 등 판매자의 대금 정산은 복잡해졌다. 티메프는 회생 또는 파산이라는 갈림길에 섰지만 중소상공인들은 어떤 경우에도 조기 정상 상환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은 전날 기업회생을 신청한 티메프에 보전처분과 포괄적 금지명령을 내렸다. 보전처분은 채무자의 재산 은닉과 빼돌리기, 자의적 처분을 방지하기 위한 조처다. 포괄적 금지명령은 채무자 자산에 대한 강제집행 등 모든 채권자의 자의적 처분을 금지하는 명령이다.
이는 이해관계인 사이의 불공평, 경영상 혼란과 기업존속 곤란으로 채무자 재건이 어려워지는 것을 막기 위한 일반적 과정이다. 이에 따라 티메프는 셀러들에게 유동성이 있어도 판매대금을 정산해줄 수 없다. 소상공인도 민사 소송에서 승소해도 티메프를 상대로 강제 집행이 불가능하다.
다만 국세와 임금, 퇴직금 등 회생절차와 관계 없이 변제받을 수 있는 ‘공익채권’으로 인정되는 상거래채권은 수시 변제가 가능하다. 회생신청일을 기준으로 20일 이내로 소급해서 계속해서 정상적인 영업활동으로 공급받은 물건에 대한 대금청구권이 이에 해당한다.
서울회생법원 관계자는 “법상의 공익채권 범위에 해당하고 회사 운영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공익채권도 변제돼야 한다”며 “지출할 때 법원 판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회생법원에 공이 넘어간 티메프에서 소상공인이 대금을 받는 길은 3가지로 나뉜다.
우선 티메프가 회생개시 결정을 받는 경우다. 기업구조조정 및 회생·파산 분야 전문가인 조동현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통상의 회생계획 절차로 간다면 10년 분할 변제안(회생계획안)이 나올 것”이라며 “소상공인 물품대금은 무담보채권이라 담보권자에게 변제순위도 밀려 내년 말에야 첫 번째 변제를 받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변제율과 회생개시 결정이 과연 나올 수 있느냐다. 회생개시 결정은 이른바 ‘계속기업가치’가 ‘기업청산가치’보다 커야 나올 수 있다. 회사가 남은 자산을 현금화해 빚잔치를 해서 공중분해 하는 것보다 회사를 운영해 빚을 갚는 것이 더 나을 때만 가능하다. 티메프의 경우 누적 결손이 커져 자본금까지 다 까먹은 완전자본잠식상태다. 최근만 보더라도 티몬과 위메프는 2022년 각각 1526억원, 557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법원의 파산관재인을 다수 역임한 최성일 법무법인 클라스 변호사는 “티메프는 영업적자가 계속 누적되는 상황이라 적자폭을 줄일 수 있는 적절한 방안이 제시되면 회생개시 결정이 내려질 수 있다”면서도 “그렇지 않다면 회생 개시 자체가 문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조 변호사도 “티몬의 부채는 1조원 정도로 추정되고 회사 매출이나 영업손익을 봤을 때 과연 회생개시 결정과 변제율이 나올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회생절차가 거부되면 티메프는 파산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회생개시 결정이 거부되더라도 바로 파산으로 넘어가는 것은 아니다. 파산도 채권자나 채무자 신청이 필요하다. 파산에 돌입하더라도 소상공인이 물품 대금 확보를 장담하기는 어렵다.
이커머스 특성상 부동산 등 비유동자산이 적은 데다 1년 이내 현금화가 가능한 유동자산도 티몬은 1310억원(2022년), 위메프는 617억원(2023년)에 불과하다. 정부가 추산한 판매자 미정산금 2134억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밖에 티메프가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하면서 동시에 신청한 ‘자율구조조정지원(ARS)프로그램’도 제3의 방안이 될 수 있다. 이는 법원 회생개시 결정을 최대 3개월까지 보류하고 회사가 자금을 자체적으로 조달해 채권자와의 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회생신청을 취하하는 제도다.
관건은 신뢰가 땅에 떨어진 티메프에 누가 대규모 자금을 태우느냐다.
일각에서는 공적자금 투입이 거론되나 개별 회사에 세금을 투입하는 것은 혈세 낭비와 형평성 논란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은 난제다. 큐텐은 해외에서 자금을 끌어와 티메프에 수혈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구체화 여부자체가 미지수다. 자칫 ARS 프로그램이 연명에 불과한 시간끌기 절차가 될 수 있다는 비판을 받는 대목이다.
결국 소상공인이 현실적으로 대금을 빠르게 정산받을 수 있는 방안은 ‘회생계획 인가전 인수합병(M&A)’이 꼽힌다. 이는 회생계획이 결정되기 전에 법원 주관하에 M&A를 추진하는 것으로 성사시 매각대금으로 분할변제가 아니라 단기간에 채권자에게 변제를 마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조 변호사는 “회생개시 결정 전에 조사위원을 선임해서 회사 재무구조를 파악하는 개시전 조사명령을 내려 회생 가능성을 빠르게 판단한 뒤 파산으로 넘길지, M&A 절차를 목적으로 한 개시결정을 내릴지 선택해야 한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