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학동 '엽기 학폭' 일파만파…박종훈 교육감 "폭력 수사 의뢰할 것"

by황효원 기자
2021.03.31 07:25:16

[이데일리 황효원 기자] 경남 하동 청학동 서당에서 불거진 학교폭력은 서당 측의 관리 소홀로 사실상 방치돼온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서당 원장에 의한 상습적 구타와 비위 등 추가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경남 하동군 청학동 한 서당 입구 (사진=연합뉴스)
30일 경남 하동 한 서당에서 체액을 먹이는 등 또래 남학생들로부터 상습적 구타와 성적 학대를 당한 A(17)군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청학동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을 고발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을 게재했다.

A군은 자신이 또래 남학생들로부터 당한 폭행·학대 외에 서당의 최고 책임자로 학생들을 관리·감독할 의무가 있는 원장부터 온갖 부당한 명령을 내리거나 구타를 일삼았다고 폭로했다.

A군은 “학생들이 아플 때는 병원을 제때 보내주지 않고 꾀병을 부린다며 맞은 적도 많다. 한번은 눈이 다 터져서 눈이 온통 빨간색이 되고 자다가 코피를 흘리고 피가 입에서도 나와 병원에 가 달라고 했지만 보내주지 않고 보건소에 데려가 포도당 링거 한 방울 맞았다”고 적었다.

이어 “목발을 빌려 수업에 이동했는데 ‘네가 장애인 새끼냐’며 욕을 하고 폭행하고, 수업시간에도 아프다 하자 ‘나도 아파’하면서 뒤통수와 뺨을 때렸다”며 “원장은 여자와 초등학생을 제외한 모든 아이에게 항상 폭행을 가했고 뺨부터 시작해 발로 차고 넘어트리는 등 수없이 때렸다”고 호소했다.

또 원장이 간식비를 착복하거나 학생들을 사역에 동원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A군은 “한달에 20만원씩 부모님에게 간식비라는 명목으로 돈을 받아서 갔고 간식을 사서 보내라는 말도 했다”면서 “원장이 직접 사서 나눠준 간식은 일주일에 한 사람당 라면 하나에 불과했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원장은 남학생들에게 기숙사 공사에 동원시키고, 자신이 키우는 닭, 개 등 동물의 밥을 주게 하는 등의 일도 시켰다.

A군은 “많은 분이 청원에 응해주셔서 이런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일어나는 곳을 없애 달라”며 “살인을 제외한 모든 일들이 일어나는 곳”이라고 호소했다.



A군은 조만간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하고 경남교육청에 관련 감사 등 대응을 요청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29일에는 선배가 후배의 머리채를 잡아 변기에 밀어 넣는 등 학교폭력 문제가 불거진 경남 하동 한 서당과 관련해 또 다른 피해 증언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왔다.

이러한 서당 학폭 피해자들의 폭로가 이어진 데에는 서당 기숙사라는 폐쇄적인 공간 구조가 사고의 원인 중 하나로 보고 있다. 가해 학생들은 학교에서는 교사 등의 눈을 피하기 힘들어 서당에 돌아가서 CCTV가 없는 창고와 화장실 등에서 폭행과 가혹행위를 일삼았다.

여기에 교육·행정당국의 관리·감독의 부재가 이번 일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남교육청에서는 이번 ‘서당 폭력’ 사태가 불거진 직후 그동안 파악하지 못했던 폭행 등 사인들을 파악하고 있다.

교육청은 청학동 서당이 집단 주거시설이라 공문을 보내지도 감독을 하지도 못했다며 서당이 잘못 포장돼 운영되는 것은 하동군도 일정 책임이 있다고 떠넘겼다.

박종훈 경남교육감은 “청학동에 있는 이른바 서당의 문제점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며 “서당이 관리·감독의 사각지대라고 말하면서 피해 가려는 태도는 옳지 않다. 수사의뢰 등 강력 대응하겠다”고 언급했다.

반면 하동군은 서당 7곳 중 1곳은 군에서 관리하지만 나머지 6개는 학원으로 등록돼 교육청이 관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해당 지역 교육지원청에서도 1년에 한차례 아동 폭력 학대와 관련된 교육을 받게 하면서 단순 교육 여부만 확인할 뿐 이 외의 학교폭력 관련 조사는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군의 고소장을 접수하는 대로 전날 제기된 의혹과 광범위하게 사건 전반을 들여다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