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표준 ′고양 안심카 선별진료소′…″검토″ 대신 ″합시다″의 결과

by정재훈 기자
2021.02.04 05:51:04

작년 2월 고양시가 시작한 안심카 선별진료소
1년여 만에 전세계로 확산…K방역 ′대표주자′
″검토는 실행하고 하자″…이 시장 의지 반영
현장 취재한 CNN 뉴스는 1억5000만뷰 기록
''안심콜 출입관리시스템''도 전국으로 확산

[고양=이데일리 정재훈 기자] 코로나19의 국내 확산세가 점차 가속화되던 지난해 2월 22일, 고양 지역 내 의료기관과 시가 정기적으로 진행하던 민간의료기관협의체 회의가 코로나19 대응에 올인하면서 이날 회의는 선별진료의 중요성에 대해 토론하는 분위기로 진행했다.

회의를 주재한 이재준 고양시장이 인접한 서울의 은평성모병원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로 검사를 위해 몰려드는 인파에 포화상태가 된 보건소를 대신해 개방된 곳에서 선별진료를 하면 어떻겠냐는 의견을 냈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가 ‘드라이브스루’라는 방식을 조심스럽게 제안했고 김성우 일산병원장도 거들었다.

바로 이날이 K-방역의 시초가 된 드라이브스루 방식의 ‘고양 안심카 선별진료소’가 탄생한 단초였다.

이틀 후인 24일 열린 회의에서 이재준 시장은 26일부터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를 전격 운영하자고 제안했다. 참석했던 의료진 및 관계 공무원은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공직문화의 절차 상 검토와 실행계획 마련 등 여러 통상적 절차가 있었지만 이재준 시장은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마련하기도 전에, 그것도 시행일을 이틀후로 못박기까지 했다.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한 고양시 공무원은 “아무것도 준비가 안 된 상태였는데 갑자기 이틀 후에 이 중요한 일을 시작하자고 하니 모든 공무원들이 어디서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앞이 깜깜했던 심정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 누구도 해보지 않았던 행정인데 48시간 안에 결과물을 내놓기 까지 급박했던 정황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드라이브스루’로 햄버거나 커피만 구입해봤지 생명이 걸린 코로나19에 도입하려는 계획을 두고 장소 섭외와 검사 대상자 선정, 검사 진행 방식을 두고 고양시 일선 부서 모든 공직자들은 머리를 쥐어짰다.

당시 이재준 시장은 “국민들의 생명이 걸린 일인 만큼 기존의 업무 행태에서 벗어나 서둘러 실행부터 하고 이후에 나타나는 오류에 대해서는 그때가서 검토하자. 지금은 서둘러 실행하는게 우선이다”며 공직사회를 독려했다.

이렇게 시작한 ‘고양 안심카 선별진료소’가 26일 오전 10시 고양시청과 직선거리로 약 200m 떨어진 주교공영주차장에 마련됐다.

CNN 취재진들과 인터뷰 중인 이재준 시장.(사진=고양시 제공)
26일 오전 10시 고양 주교공영주차장에는 국내의 거의 모든 언론사 기자들이 총출동했다. 몇일 후에는 CNN, BBC를 비롯 글로벌 소식을 전하는 외신들도 현장을 찾기 시작했다.

‘고양 안심카 선별진료소’의 운영을 시작한지 일주일 뒤 현장을 찾아 취재한 CNN의 뉴스는 1억5000만 뷰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 결과 이곳에서 검사를 받은 인원은 지금까지 총 7649명이며 이중 14명의 확진자를 찾아냈다.

이후부터 주교공영주차장 ‘고양 안심카 선별진료소’에는 검사를 받으려는 사람들과 각국 취재진은 물론 운영 노하우를 얻으려는 전국의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로 연일 인산인해를 이뤘다.

윤경진 고양시 언론홍보담당관은 “1월 25일 고양시에서 첫 확진자가 나올것 같다는 전화를 받은 이후부터 안심카 선별진료소 운영을 시작하기까지 뭐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기억도 잘 못할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며 “이제와 돌이켜 보면 당시의 그 치열했던 노력이 전 세계인의 편의로 확산된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고양시가 처음으로 내놓은 ‘안심카 선별진료소’는 이후 전국 지자체는 물론 전세계로 확산돼 선진 한국 방역시스템의 대표 주자로 자리잡았다.

지금은 당연한 듯 받아들여지는 방역시스템 중 고양시에서 출발한 또 하나의 운영체계가 있다.

휴대폰 전화 발신 버튼을 한번 누르는 것으로 출입자 관리를 대신하는 ‘고양 안심콜 출입관리시스템’이 코로나19 확산 저지와 정확한 역학조사의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시스템 역시 고양시 재난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던 이재준 시장이 아이디어를 냈고 KT가 이미 보유하고 있던 ‘콜체크인 시스템’을 활용하자고 한 뒤 바로 이튿날인 9월 2일부터 도입했다. 회의에서 이야기가 나온 바로 다음날 전격 시행안 ‘고양 안심콜 출입관리시스템’은 소상공인에까지 확대 시행한 12월 이후 약 2달 여간 고양시에서만 총 609만여 콜 수를 기록했다.

이 역시 고양시를 넘어 전국의 거의 모든 지자체로 확산돼 이제는 방역관리 시스템의 표준으로 자리잡았다.

이재준 시장은 “국가를 넘어 세계적 표준이 된 드라이브 스루형 ‘안심카 선별진료소’에 이어 ‘고양 안심 콜 시스템’까지 고양시가 하면 표준이 된다”며 “기존 공직사회의 업무 시행 관행을 과감히 벗어던지고 시민들의 생명을 지킨다는 생각으로 전 공직자가 일심단결한 결과”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