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국회 동시 압박…내년 카드 수수료 또 내리나
by김범준 기자
2020.11.16 04:00:00
금융위, 일정 넉달 앞당겨 적격비용 논의
정치권, 잇따라 인하 골자 법안 움직임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카드 수수료율 인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금융당국의 재산정 논의를 앞두고 있는 데다 정치권에서도 카드 수수료 인하 관련 법안 발의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들의 부담을 낮추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카드 업계는 부담을 전가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드 가맹점 수수료 산정을 위한 ‘원가 분석 및 적격비용 산출 작업’이 당장 내년 1월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비용이 얼마나 들었느냐를 따져보고 카드 수수료율을 다시 산정하겠다는 것이다.
카드사 적격비용 산출은 지난 2012년부터 금융위원회가 개입해 3년 주기로 실행해 이듬해 반영한다. 지난 적격비용 산정은 2018년 5월부터 진행했는데, 이번에는 넉달 가량이나 앞당겨 1월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주도하는 적격비용 산출은 사실상 카드사들이 자금 조달과 결제 프로세스 비용 등 원가를 계속 낮추도록 압박해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을 지속적으로 떨어뜨리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지난 2018년 적격비용 산정 당시 금융당국은 가맹점 매출 규모에 따른 ‘우대수수료율’을 도입했다. 매출 규모가 작은 영세한 가맹점에 대해선 수수료를 더 깎아주라는 것이었다.
실제로 이전에는 가맹점 구분 없이 신용카드 수수료율은 2.1%(최고 2.3%), 체크카드는 1.6%로 동일했다. 하지만 우대수수료율이 도입된 이후 연 매출액을 기준으로 △3억원 이하(영세가맹점)는 0.8%(신용카드) 또는 0.5%(체크카드) △3억~5억원 1.3% 또는 1.0% △5억~10억원 1.4% 또는 1.1% △10억~30억원 1.6% 또는 1.3%를 적용하고 있다.
적격비용 산출 작업 이후에도 추가적인 카드수수료율 인하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게 카드업계의 우려다. 국회에서 카드 수수료 인하를 위한 관련 법안 움직임까지 더해지고 있는 점도 카드업계 입장에선 부담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카드 수수료 인하를 골자로 하는 ‘여신전문금융업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주류 및 담배 등 세금 또는 부담금 비율이 높은 품목의 제세부담금을 연간 매출액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제품가격에 붙어 있는 세금을 빼고 가맹점을 매출을 계산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 인정되는 매출액이 작아지면서 더 낮은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을 수 있다.
또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도 중소·영세가맹점에서 1만원 이하 결제액에 대해서는 카드수수료를 전면 면제하고, 전통시장 내 가맹점은 매출 규모와 관계 없이 우대수수료율을 적용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두 법안 모두 가맹점 우대수수료율 적용 범위를 넓혀 사실상 카드 수수료 인하 효과를 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카드사들의 수수료율을 더 낮추면 수익성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걱정한다. 카드사는 신용카드 거래가 발생하면 가맹점에 먼저 자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채권(여신전문금융채) 발행 등을 통해 자금을 마련해 놓아야 한다. 현재 여전채 발행 금리는 약 1.5~2% 안팎(발행 기간·회사별 상이) 수준이다. 여기에 카드 승인·매입에 따른 밴(VAN)사 수수료, 결제대행사업자(PG) 수수료 등 지급결제망 비용도 발생한다.
카드 수수료율이 최저 0.5%인 영세가맹점의 경우 소비자들이 카드 결제를 할 때마다 카드사들이 얻는 수수료 이익보다 제반 비용 지출이 더 큰 마이너스(-) 구조라는 게 카드사들의 주장이다. 우대수수료율을 적용하는 가맹점이 전체 카드 가맹점의 87%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이미 상당수의 가맹점들이 ‘제로 수수료’를 적용받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다 지난해 도입된 우대수수료 환급제도 소급 적용으로 지난해 상반기 714억원, 하반기 580억원, 올 상반기 650억원 등 카드사들이 1년 반 사이 신규 영세·중소가맹점에 약 1944억원을 돌려줬다. 모두 수수료율 인하 및 우대수수료율 적용에 따른 수익 감소 요인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적격비용 재산정이라는 개념이 사실상 카드 수수료율을 0%로 수렴시키는 것”이라며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인데, 수익성이 더 나빠질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