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HMR 2차 대전…국·죽·안주 안 가린다
by김보경 기자
2020.06.03 05:30:00
1인 가구 증가에 코로나19 확산으로 HMR 성장성 확인
식품업체들 주력분야 안 가리고 상품군 넓혀
CJ 죽, 동원 국·탕·찌개에 도전
기존보다 1000원 이상 비싼 프리미엄 제품도 나와
[이데일리 김보경 기자]CJ제일제당의 비비고 죽이 30년간 죽 시장 1위를 지켜온 동원F&B의 양반죽을 넘어섰다. 국·탕·찌개 가정간편식(HMR) 시장 1위에서 파우치죽으로 죽 시장까지 선도하는 모양새다. 동원 F&B가 국·탕류 간편식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최근 몇 년간 식품업체들이 각자 경쟁력 있는 HMR 시장에서 주력상품에 집중했다면 코로나19로 HMR 시장은 격전지가 됐다. 집밥 선호 현상이 HMR 제품의 판매를 부추기면서 국, 죽, 안주를 가리지 않고 전 방위적 경쟁체제에 돌입했다.
2일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4월 CJ제일제당 비비고죽은 상품죽 시장 점유율 39.4%로 1위를 기록했다.1992년 출시 이후 줄곧 1위를 지켰던 동원F&B의 양반죽이 0.3% 포인트 뒤진 39.1%로 2위를 기록했다.
CJ제일제당이 비비고죽을 처음 출시한 2018년 동원F&B가 60.2%, CJ제일제당이 4.3% 점유율을 보였다. 이어 2019년에는 동원F&B가 43.4%, CJ제일제당이 34.6%로 격차가 좁혀졌다.
기존의 상품죽은 용기죽 형태가 일반적이었는데 CJ제일제당이 그릇에 덜어 간편히 데워먹을 수 있는 파우치죽을 내놓으면서 인기를 끈 것. 비비고 죽의 매출 증가는 전체 상품 죽 시장도 키웠다. 2019년 시장규모는 1400억원대로 2017년에 비해 2배로 커졌다.
CJ제일제당은 최근 ‘비비고 프리미엄 죽’ 3종을 출시하며 고삐를 당겼다. 역시 기존 제품에 비해 1000원 이상 비싸지만 원재료를 풍성하게 사용해 맛과 품질을 한 차원 높였다는 설명이다.동원F&B도 비비고가 1위를 차지고 하고 있는 국·탕·찌개 상온 HMR 시장에 양반 브랜드 신제품을 내놨다. 올해 목표액을 500억원으로 공격적으로 잡았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이 시장의 규모는 1998억 5700만원 규모이며 CJ제일제당의 시장점유율은 57.3%로 압도적으로 높다. 그 뒤를 오뚜기(13.7%)와 대상(6.4%)이 잇고 있다.
동원F&B는 최근 출시한 국·탕·찌개 HMR은 자연 재료를 엄선해 가마솥 전통방식으로 끓여 정통 한식의 맛을 담은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통참치 김치찌개’는 시원한 참치 육수에 통참치를 통째로 넣었다.
동원F&B는 양반 국·탕·찌개 출시를 위해 광주공장 9917㎡(3000평) 부지에 400억원 규모의 특수 설비를 설치했다. 열처리 시간을 20% 이상 단축해 재료의 식감이 물러지는 것을 방지했다.
CJ제일제당은 프리미엄 제품으로 시장을 다지고 있다. 최근 출시한 ‘비비고 차돌 육개장’은 기존 육개장 제품보다 가격이 1000원 이상 비싸지만 한 층 더 높아진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췄다는 설명이다. CJ제일제당은 올해 비비고 스테디셀러 제품들의 프리미엄 제품들을 계속해 선보여 프리미엄 HMR 국물요리 시장을 키울 계획이다.
HMR이 집밥만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여파로 ‘홈술’, ‘혼술’ 문화가 확산하자 이 수요를 잡기 위해 안주 제품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안주 간편식 시장은 지난해 기준 약 7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요리형 안주와 마른안주로 나뉘는 이 시장에서 요리형 안주 규모는 약 1200억원이다. 아직까지 냉동 제품 위주로 형성돼 있어 상온 제품의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대상 청정원은 안주 전문 HMR 브랜드 ‘안주야(夜)’로 2016년 냉동 안주 시장 개척에 이어 최근에는 ‘통마늘 모듬곱창’, ‘매콤 제육오돌뼈’, ‘매콤 껍데기’ 등 상온 제품 6종을 내놨다. 상온 안주야(夜)는 파우치를 열지 않고 그대로 세워서 전자레인지에 1분만 조리하면 된다. ‘증기배출 패키지’를 적용해 조리하는 동안 생겨난 증기가 자동으로 배출돼 포장이 뜯어지거나 내용물이 밖으로 튈 염려가 없어 편리하다.
CJ제일제당도 상온 안주에 발을 디뎠다. 최근 ‘햇반 컵반’, ‘비비고 국물요리’, ‘비비고 죽’ 등 상온 HMR 제조로 쌓아온 연구개발(R&D) 노하우를 적용해 상온 안주 HMR 브랜드 ‘제일안주’를 론칭했다. 소양불막창, 순살불닭, 불돼지껍데기, 매콤알찜 등 총 4종으로 시중에서 재료를 구해 집에서 만들기 어려운 메뉴 위주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에도 식품사들이 1분기에 좋은 실적을 냈던 것의 1등 공신은 HMR이었다”며 “지난해 4조원, 2022년 5조원 규모에 이를 HMR 시장을 둔 업체들의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