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탐구생활] 文대통령 지지율 71% 어떻게 볼 것인가
by김성곤 기자
2020.05.11 06:00:00
1년 10개월 만에 ‘꿈의 지지율’ 70%대 복귀
긍정평가 이유 절반 이상이 ‘코로나19 대처’ 꼽아
역대 대통령 취임 3주년 지지율 중 최고치
|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3주년 대국민 특별연설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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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지지율은 신경 쓰지 않는다’는 정치인의 말은 대개 거짓말이다. 물론 겉으로는 크게 내색하지 않는다. 속내는 다르다. 예상보다 좋으면 쾌재를 부른다. 기대 이하로 나타나면 불편한 심경을 숨기지 않는다. 지지율은 시중 여론을 체크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다. 게다가 주간 단위로 정기적인 여론조사 결과도 쉴 새 없이 쏟아진다. △현직 대통령 지지율 △주요 정당 지지율 △차기 주자 지지율이 최대 관심사다.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면 늘 시끄럽다. 해당 지지율을 바라보는 정치인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다. 지지율이 높아도 “일희일비하지 않는다”고 언급한다. 일종의 표정관리다. 높은 지지율에 취해 오만하게 비치는 걸 경계하기 위해서다. 지지율이 낮으면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뭔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특히 “실제 여론은 다르다”며 엉터리 여론조사라는 프레임까지 씌운다. 이유야 어찌 됐든 지지율은 현실정치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친다.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3주년 지지율이 화제다. 한국갤럽의 5월 1주차 조사에서 무려 71%가 나왔다. 거짓말 같은 지지율이다. 87년 체제 이후 역대 어떤 대통령도 달성하지 못한 꿈의 수치다. 대통령 지지율 71%는 예상치 못한 초대형 악재로 지지율 10% 포인트가 떨어져도 60%선이 유지된다는 것이다. 그만큼 높은 수준이다. 10% 포인트가 더 떨어져도 50% 이상이다. 다시 말해 임기 후반기 결정적 실책만 없다면 레임덕 없는 대통령도 가능한 수치다. 뒤집어서 말하면 성공한 대통령으로 퇴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도 볼 수 있다. 올초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40%대 초중반 박스권이었다. 지지율은 3월초를 기점으로 상승세를 탔다. 3월 2주차에 긍정평가가 부정평가를 뛰어넘더니 차례로 50%·60% 돌파에 이어 70%의 벽마저 넘었다. 지지율 71%가 나온 5월 1주차 부정평가는 고작 21%다. 긍정평가가 부정평가의 3배가 넘는 수치다.
세대·지역·정치성향별로 뜯어보면 더할 나위가 없다. 세대별로는 모든 연령대에서 긍정평가가 압도적이었다. 20대 이하(66% vs 21%) 30대(77% vs 17%) 40(85% vs 12%) 50대(68% vs 25%) 60대 이상(64% vs 26%). 특히 30·40대의 경우 긍정평가가 80% 안팎인 것은 물론 부정평가도 10%대에 불과했다. 지역별로도 부산·울산·경남(54% vs 31%) 대구·경북(53% vs 30%)지역을 제외하고 △수도권(75% vs 19%) △충청권(70% vs 23%) △호남권(92% vs 2%) 모두 70% 이상이었다. 정치성향별로도 진보(91% vs 7%) 및 중도(69% vs 21%)층에서 긍정평가가 압도했다. 보수층(46% vs 44%) 역시 긍정평가가 소폭 우세했다.
문 대통령 지지율이 70%를 넘어선 것은 지난 2018년 7월 이후 1년 10개월만이다. 지방선거 압승 및 북미정상회담의 여파였다. 이후 줄곧 하락하다가 9월 평양 3차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60%선을 반짝 회복했을 뿐 대부분은 50%를 밑돌았다. 평균 지지율은 45% 정도였다. 역대 대통령의 경우 임기 후반으로 갈수록 지지율은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이런 점에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 71%는 매우 이례적이다. 특히 역대 대통령 취임 3주년 지지율을 비교하면 그야말로 놀라울 따름이다.
대통령 지지율 고공행진의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 코로나19 사태를 빼놓을 수 없다. 실제 한국갤럽의 5월 1주차 조사에서 대통령 긍정평가 이유로 절반 이상이 ‘코로나19 대처(53%)’를 선택했다. 다만 ‘코로나19 대처’는 불안 요인이 남아있다. 이태원클럽발 집단감염의 여파로 재확산 가능성이 우려된다. 코로나 이슈만으로 문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세를 설명하는 건 뭔가 부족하다. 21대 총선 대승의 여파일까? 고개를 끄덕거릴 수 있다. 다만 총선 이후 여권발 대형 악재도 적지 않았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문 논란과 시장직 사퇴 △양정숙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당선인의 부동산 관련 의혹 등이 대표적이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 고공행진을 뒷받침할 또하나의 유력한 근거는 야당의 자중지란과 몰락이다. 한마디로 문 대통령의 야당복이라는 거다. 실제 총선 참패 이후 미래통합당이 보여준 모습은 아연실색할 노릇이다. 황교안 전 대표 사퇴 이후 지도부 공백사태가 한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대안으로 거론됐던 김종인 비대위 체제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게다가 ‘총선=부정선거’라는 황당한 주장도 끊이지 않고 있다. 그야말로 되는 것도, 안되는 것도 없는 상황이다.
| 10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문재인 대통령 취임 3주년 대국민 특별연설을 시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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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당의 현 상황은 한국갤럽의 5월 1주차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도 명확하게 드러난다. 민주당 46%, 무당층 22%, 통합당 17%, 정의당 7%, 열린민주당 4%, 국민의당 3% 등의 순이다. 지지율 17%는 올해 2월 통합당 출범 이래 최저치다. 민주당과는 3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통합당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이 지난해 10월 조국사태 당시 27%까지 올랐던 점에서 10%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참고로 통합당의 옛 전신인 새누리당의 경우 2015년 한 해 평균 지지도는 41%였다. 이어 2016년 1월부터 20대 총선 직전까지 평균 39%, 총선 이후인 4월부터 그해 10월 1주차까지 평균 31%를 각각 기록했다. 팽팽했던 정치지형이 불과 몇 년새 진보 우위의 지형으로 완전히 바뀐 것이다.
세부지표는 더 최악이다. 전국 평균 지지율 17%를 상회하는 지역은 대구·경북(34%)과 부산·울산·경남(24%) 지역뿐이다. ‘영남 자민련’이라는 표현마저 어색하지 않다. 연령별로는 50대(21%)와 60대 이상(28%)에서 간신히 20%를 넘겼다. 40대 이하에서는 10% 안팎에 불과했다. 외연 확장이 필요한 중도층의 경우 고작 11%의 지지를 얻는데 그쳤다. 정리하면 총체적 난국이다.
최대 난제는 통합당의 ‘불임정당’ 전락이다. 현재권력인 대통령과 대척점에 설 수 있는 미래권력인 차기주자들이 전무하다. 보수진영 부동의 1순위 주자였던 황교안 전 대표는 총선 참패로 정계은퇴 상황이나 마찬가지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 역시 총선패배로 동력을 잃었다. 총선에서 기사회생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경우 당 안팎의 피로감이 적지 않다. 유승민 전 의원의 경우 “절대 불가”를 외치는 비토세력이 적잖다. 정당의 존재 목적이 집권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통합당의 미래는 암울 그 자체다. 역설적으로 문 대통령의 지지율 등락은 통합당의 쇄신 및 부활과 가장 크게 맞닿아있는 문제로 여겨진다.